골관절염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수면장애, 우울증을 더 흔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골관절염은 전 세계적으로 만성 통증과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형태의 관절염이다. 나이가 들면서 관절 연골이 서서히 마모되어 발생하기 때문에 ‘퇴행성 관절염’이라고도 불리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환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문제는 골관절염이 단순한 관절 통증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 골관절염 학회(OARSI) 2026 연례 회의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골관절염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수면 장애·우울증을 더 흔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수면 장애는 골관절염 관리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류마티스내과 권성렬 교수(인하대학교병원)는 “수면 장애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와 관리가 골관절염 치료의 일부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권 교수와 함께 골관절염의 원인과 증상, 치료 및 예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연골, 한번 닳으면 되돌리기 어렵다… 골관절염의 원인과 위험 요인
골관절염은 관절 연골이 점진적으로 손상·소실되면서 뼈와 뼈 사이의 마찰이 증가하고, 관절 주변 활액막에 염증이 생겨 통증과 변형, 기능 장애를 초래하는 만성 퇴행성 관절 질환이다. 연골은 혈관이 없는 조직 특성상 한번 손상되면 자연 재생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은 노화다. 나이가 들수록 연골세포의 기질 합성 능력이 저하되고, 분해 속도가 합성 속도를 앞지르면서 관절을 보호하는 근육·인대 기능도 함께 약해진다. 비만도 빼놓을 수 없는 위험 요인이다. 무릎 관절은 평지 보행 시 체중의 약 3배, 계단 보행 시 최대 5~6배의 하중을 받는데, 5kg 감량만으로도 무릎 골관절염 발병 위험이 5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체중 관리의 효과는 크다. 이 밖에 유전적 요인, 스포츠 부상, 교통사고로 인한 관절 손상, 반복적인 관절 과사용도 발병 위험을 높인다.
다만 골관절염이 노인에게만 발생하는 질환은 아니다. 권성렬 교수는 “외상·비만·반복적 관절 과부하 등의 위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20~30대에서도 발병할 수 있다”며 “노화는 발병의 ‘배경’이지, ‘절대 조건’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무릎·척추·손가락까지… 부위별로 다른 골관절염 증상
골관절염은 무릎, 고관절, 손가락, 척추 등 다양한 부위에 발생하며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가장 흔한 발생 부위는 무릎이다. 권성렬 교수는 “무릎 관절염은 활동할 때 통증이 악화되고 휴식 시 완화되는 것이 특징적이며,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앉았다가 일어설 때 특히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질환이 진행되면 관절 내 삼출액이 고여 무릎이 붓고, O자 또는 X자 다리 변형이 나타날 수 있다.
관절염이 고관절에 발생하면 사타구니 통증을 주로 호소하지만 대퇴부, 엉덩이, 무릎 등 다른 부위에서도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양말을 신거나 신발 끈을 묶는 동작, 계단 오르기 등 일상적인 움직임이 어려워지는 것이 특징이다. 손가락 관절에서는 끝마디에 ‘헤베르덴결절’이라 불리는 뼈 돌기가 형성되며 병뚜껑 열기, 열쇠 돌리기 등 정교한 손동작이 어려워진다. 척추에 발생하면 허리나 목 통증과 함께 신경 압박으로 인한 방사통이 동반되며 심한 경우 허리 디스크로 오인되기도 한다.
골관절염과 가장 흔히 혼동되는 질환은 류마티스 관절염이다. 두 질환을 구별하는 핵심은 아침 강직의 지속 시간이다. 골관절염에서는 30분 이내에 강직이 풀리는 반면, 류마티스 관절염에서는 1시간 이상 지속된다. 침범 관절의 분포도 다르다. 골관절염은 무릎·고관절 같은 체중 부하 관절과 손가락 끝마디를 주로 침범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은 손목·손가락 중간 마디 등을 좌우 대칭적으로 침범하며 발열·피로·체중 감소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
통증이 잠을 빼앗고, 수면 부족이 통증을 키운다
관절 통증 외에도 골관절염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이 있다. 바로 ‘수면 장애’와 ‘우울증’이다. 2025년 29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체계적 문헌 고찰에 따르면, 골관절염 환자의 약 68.9%에서 수면 장애가 보고됐으며, 유형별로는 하지불안증후군(51.6%), 불면증(34.0%), 수면무호흡증(32.0%) 순으로 나타났다.
수면 장애가 발생하는 기전은 복합적이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야간 통증이다. 골관절염 통증은 활동 시 악화되는 특성이 있으나, 질환이 진행된 경우 야간이나 안정 시에도 통증이 지속되면서 잠들기 어렵거나 수면 중 자꾸 깨는 증상이 나타난다.
더 주목할 점은 통증과 수면 장애가 단순한 일방향 관계가 아닌 양방향 악순환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권성렬 교수는 “수면이 부족하면 통각 경로가 과민해져 동일한 자극에도 더 강한 통증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다시 수면이 방해받는다”며 “여기에 골관절염 환자의 약 20%에서 동반되는 우울·불안 증상이 수면 장애를 추가로 악화시킨다”고 설명했다. 통증·수면 장애·우울증이 서로를 심화시키는 복합적인 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수면 장애를 방치하면 골관절염 경과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면 중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조직 재생에 관여하는데, 수면 구조가 교란되면 이 복구 기전이 약화된다. 수면 부족은 낙상 위험을 높이고, 심혈관 질환과 대사증후군의 독립적 위험 인자로도 작용한다. 반대로, 단 2개월간의 수면 개선만으로도 이후 18개월까지 통증·우울·피로 모두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관찰됐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수면 관리가 골관절염 예후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부차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권성렬 교수 | 출처: 인하대학교병원
비수술 치료가 먼저… 골관절염 단계별 치료법
골관절염 치료는 비수술 치료를 먼저 충분히 시도한 뒤, 효과가 없을 때 수술을 고려하는 단계적 접근을 원칙으로 한다. 비수술 치료의 핵심은 운동과 체중 조절이다. 권성렬 교수는 “체중을 10% 줄이면 골관절염 통증이 감소하고 관절 기능이 향상되는데, 이는 1차 치료 약제인 비스테로이드 소염제와 유사한 수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운동은 모든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통증 유무, 연령, 중증도와 무관하게 강력 권고되는 치료법이다. 걷기·수중 운동 등 저충격 유산소 운동, 대퇴사두근·둔근 등 관절 주변 근력 강화 운동, 태극권·요가 같은 심신 운동이 효과적이다.
약물 치료에서는 비스테로이드 항염제가 1차 약물로 사용된다. 만성 통증과 우울이 동반된 경우에 둘록세틴(SNRI계 항우울제)이 유용하며, 관절 내 스테로이드 주사는 급성기 단기 통증 완화에 활용된다.
수면 장애가 동반됐을 때도 별개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권 교수는 “야간 통증으로 인한 수면 장애, 하지불안증후군, 수면무호흡증, 우울에 의한 수면 교란 등 원인과 유형이 다양한 만큼, 골관절염을 담당하는 의사와 정신건강의학과·신경과 등 수면 전문의 간의 유기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수술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고 통증과 기능 저하가 지속될 경우에는 부분 또는 전 관절 치환술 같은 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쪼그려 앉기는 피하고, 수영은 권장…골관절염 예방 수칙
골관절염은 완전한 예방이 어렵지만, 수정 가능한 위험 인자를 관리해 발병 시기를 늦추고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운동은 가장 근거 수준이 높은 예방·관리 수단이다. 수영·자전거 타기·수중 운동 등 관절에 충격을 최소화하는 저충격 유산소 운동이 기본이며, 관절 주변 근력 강화 운동을 병행하면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수중 운동은 부력으로 인해 관절 부하가 크게 줄어 통증이 심한 환자에게도 적용 가능하다.
반면 피해야 할 자세와 동작도 있다. 하루 1시간 이상 무릎을 꿇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 25kg 이상의 중량물을 반복적으로 드는 행동,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무릎 골관절염 위험을 높인다. 굽은 자세나 하이힐 착용도 특정 관절 구획에 하중을 집중시켜 관절 정렬을 교란한다. 권성렬 교수는 “통증이 있다고 해서 운동을 완전히 중단하면 오히려 근력 저하와 관절 경직을 악화시킨다”며 “통증이 심해지는 동작을 무리하게 반복하는 것을 피하면서도, 적절한 강도로 계속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새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