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최창환씨 딸입니다.
갑작스럽게 이런 글을 남기게 되어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주 어릴 적부터 아버지께서는 옥계초등학교 이야기를 종종 들려주시곤 하셨습니다. 함께 뛰놀던 친구들 이야기, 학교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추억들, 그리고 동문분들에 대한 자랑을 참 많이 하셨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어린 마음에 흘려들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이야기들이 아버지께 얼마나 소중한 기억이었는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직접 뵌 적도 없는 학우분들께 이렇게 글을 남기는 지금 이 순간이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래전 인연을 찾아가는 길처럼 느껴집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아버지는 현재 건강이 많이 좋지 않으십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건강했던 모습의 아버지는 제 머리 속에서 휘발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붙잡고자, 매일 온집안에 있는 전자기기와 저장장치들을 스스로 분해해가며, 휘발되는 기억에 돋음을 주고 있습니다
집 안 곳곳에 남아 있는 전자기기와 오래된 저장장치들을 하나씩 꺼내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오래된 휴대전화, 카메라, 컴퓨터와 외장하드 속에 남겨진 사진과 영상, 음성 기록들을 찾아가며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또는 잊어버렸던 아버지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데이터를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서서히 휘발되어 가는 기억에 다시금 숨을 불어넣는 일에 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가던 중, 문득 아버지께서 늘 그리워하시던 옥계초등학교와 학우분들이 떠올랐습니다
너무 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요.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친구였고, 장난꾸러기 학생이었을 어린 시절의 아버지를 저는 알지 못합니다.
제게는 아버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친구였고, 함께 운동장을 뛰어다니던 동창이었고, 교실 한편에서 웃고 떠들던 학우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저는 그 시절의 아버지를 알지 못합니다.
아버지가 어떤 아이였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 친구들과는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웃음을 짓던 사람이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부모님의 젊은 날과 어린 시절은 자녀들이 가장 알기 어려운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감히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들 가운데 아버지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작은 이야기 하나라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장난이 많았던 아이였는지, 조용한 아이였는지, 운동을 좋아했는지, 노래를 잘 불렀는지, 친구들과 어떤 추억을 만들었는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잊혀진 기억일 수 있는 이야기들이 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기록이 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아버지를 참 사랑합니다.
살아오며 아버지와 웃었던 날도 있었고, 때로는 서운했던 날도 있었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조금씩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버지가 걸어오신 삶의 시간을 더 많이 알고 싶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전의 아버지, 누군가의 친구였고 누군가의 학우였던 아버지, 꿈 많고 웃음 많았을 어린 시절의 아버지를 만나보고 싶습니다.
혹시 기억 속에 최창환이라는 이름이 남아 있으시다면, 짧은 인사 한마디라도 남겨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저 역시 아버지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로웠을 아버지의 어린 시절과 청춘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아버지의 그 시간을 알지 못하지만, 여러분과 함께 웃고 울며 추억을 쌓았을 아버지를 상상하곤 합니다.
누군가의 곁에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께서 살아오시는 동안 학우분들께서 그런 존재가 되어주셨다는 사실에, 딸로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비록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누군가의 기억 속에 여전히 아버지가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큰 위로가 됩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서로를 기억하며 인연을 이어오고 계신 학우분들의 우정에 깊은 존경을 전합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안한 날들이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최창환 씨의 딸 최유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