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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심리학

[스크랩] 칼 융의 자기실현

작성자광림|작성시간12.07.18|조회수1,183 목록 댓글 0

자기실현(Selbstverwirklichung)의 문제는 융의 분석심리학에서 핵심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는 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Ich)' 혹은 '자아(Ego)'와 자기 (Das Selbst)를 구별해야 한다. 인간이 정신 작용을 통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이 곧 의식인 데, '나' 혹은 '자아'는 이 의식의 중심에 있는 존재이다. 즉 '나'가 알고 있는 세계가 의식의 세계인 것이다. 그에 반해 내가 모르는 정신세계, 다시 말해서 아직 자아와 연관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아에 속하지 않는 모든 심리적인 경향과 내용들을 무의식이라 부른다. 무의식을 바다에 비유한다면 의식은 그 속에 있는 조그만 섬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의식은 인간 정신의 아주 조그만 일부일 뿐이며, 인간 정신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식의 중심으로서의 자아는 '본연의' 내가 아니며, '본연의' 내가 되기 위해서는 의식의 좁은 한계를 벗어나 내 안에 있는 무의식적인 요소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연의 나'의 존재란 의식뿐 아니라 무의식까지도 포함한 전체적인 인격을 가진 존재이며, 융은 이러한 존재를 "자아"라는 용어와 구별하여 "자기 das Selbst"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식이라는 작은 섬은 무의식이라는 대양에 둘러싸인 아주 작은 존재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자아가 의식의 중심에 있다면 자기는 무의식의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융에 의하면 무의식은 생명의 원천이며 창조적 기능을 지니고 있고, 그 속에는 무한한 에너지와 함께 밝음과 어두움,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등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모든 측면이 포함되어 있다.


무의식은 모두의 어머니 혹은 모든 영적 생명의 어머니이며, 우리가 영적으로 일컫는 종교, 철학, 예술 등 분화된 모든 현상들의 자궁, 배경, 기초입니다.


융의 견해에 의하자면, 인간이 내면 깊숙한 속에 있는 무의식을 인식할 수 있는 이유는, 무의식 속에는 자신 안에 있는 모든 요소들을 밖으로 표출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무의식 속에는 인간의 의식이 자아의 좁은 틀에서 벗어나 자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실현하도록 촉구함으로서 전부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원동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전체를 실현시키는 능력이 무의식에 있는 것이며, 다시 말해서 무의식은 항상 그 근원적인 전체에의 지향성으로 말미암아 의식에 작용하여 의식으로 하여금 무의식적인 내용을 의식하도록 촉구한다.


따라서 자기(Das Selbst)는 자신의 전부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그 안에 이미 갖고 있으며, 이 가능성은 인간 누구에게나 원초적으로 주어진 것이므로 융은 이를 "자기원형"(Archetypus des Selbst)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데, 자아의 의식이 이러한 가능성을 받아들여 온전한 '자기자신'이 되도록 노력하는 행위가 곧 융의 말하는 자기실현의 개념이다. 자기실현이란 인간이 어느 다른 누구가 아닌 바로 자신의 전체를 실현하는 것으로 이는 곧 '진정한' 의미에서 자신의 "개성 Individualitt"를 발현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에서 융은 '자기실현'을 다른 말로 "개성화 Individualisation"라는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기실현을 하기 위해서는 자아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무의식이 의식 속에 수용될 수 있다. 따라서 자기실현의 과정은 곧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자기실현의 길에는 어떤 일반적인 원칙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 따라 그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는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다시 말해서 자기야말로 "의미와 지향성의 원형 ein Archetypus der Orientierung und des Sinnes"이며, 그렇기 때문에 바로 그 안에 "구원의 능력"이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개인의 운명은 무의식 속에 내재하는 것이며, 융 역시 자서전의 서문에서 자신의 삶은 "무의식의 자기실현의 역사 die Geschichte einer Selbstverwirklichung des Unbewußten"라고 말하고 있다.

융은 무의식이 의식에 대해 갖는 관계를 대상적(kompensatorisch)인 관계라고 보고 있다. 의식이 너무 선한 것만을 주장하면 무의식에는 악한 것이 자리잡게 되며, 의식이 너무 지적이면 무의식은 정적인 경향을 띠게 된다. 그리하여 자아가 의식에 너무 집착하여 무의식을 외면하게 되면 무의식의 대립적인 힘은 보상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와 같이 무의식은 의식에 드러나지 않는 것을 보충하는 작용을 하는 데, 융은 이를 무의식의 "대상 작용 kompensatorische Funktion"이라고 한다. 이러한 대상 작용을 고려해본다면 융에 있어서 의식과 무의식을 통합하는 자기실현의 과정에서는 인간 정신에 들어있는 대립적인 요소를 통합하여 자기안에 수용하는 과정, 즉 전일성(Ganzheit)을 추구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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