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생활 유머
기록의 힘
2026.6.19 조선일보 정수윤 작가
집의 달력 옆에는 빈 메모지가 붙어 있다.
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때그때 적어두기 위한 수단이다. 때로는 바닥에 누워 있는 글자보다 벽에 붙어 있는 글자가 더 믿음직하다. 작품을 구상할 때 아이디어들이 곁을 떠나가지 말라고 걸어둔 주문 같은 것이다. 바람에 날아가는 것들은 날아가게 두고, 남은 것들은 소설 속 인물의 골격이 된다. 그렇게 잔잔한 6월이 간다.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 칼럼인데, 기록하면 ‘나’다. 지 자랑같지만.
나는 한전계열 근무 때도 관련 민간기업 근무 때도 늘 카메라를 메고
현장을 다녔다.
사진만큼 정확한 기록은 없으니까.
하지만 사진촬영이 안 좋은 점도 있었다.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일하던 사람들이 피한다.
빼도박도 못하는 기록의 힘.
나는 그걸 직원들 훈계나 혼내키는데 쓰지 않고, 점잖케 교육자료로 만 사용했다.
어느 날 모 회사 퇴직 날. 점심을 하고 나오다가, 그 회사 다니는 동안 꽤 친하게 지냈던 사장님을 우연히 만났다. 그 분도 그 식당에서 회식하는 중이었다.
퇴직기념촬영을 부탁했더니 거절하더구먼.
아마도 기록을 악용할까 봐 두려운 것 같았다.
무척 섭섭했는데, 1년인가 지나니 나를 다시 불러 쓰라는 지시를 내렸더군.
코로나19로 해외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재취업도 무산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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