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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론

[스크랩]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작성자늘소망|작성시간10.04.11|조회수2,550 목록 댓글 0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뉴스제공시각 : 10/01 00:00 출처 : 객석
제목 : [오케스트레이션] ① 오케스트레이션의 발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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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도구’에서 ‘목적 그 자체’로의 비상


17세기 이전의 기악편곡술은 지금의 오케스트레이션 개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특정한 악기로만 연주되어야 한다든가,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반드시 일정한 악기들의 조합으로 연주되어야만 하는 지금의 통념과는 연주의 실제가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17세기 이전까지는 작곡가에 의한 악기지시도 명확히 하지 않았고, 연주 상황에 따라 악기를 생략하거나 교체할 수도 있었던 것이 관습이었다.
편곡된 음악의 원본 개념이 존재하게 된 17세기에 접어들어서야 오케스트레이션이 세상에 존재했다고 말할 수 있다.

17세기에 들어 몬테베르디는 그의 작품에서 4파트의 현악기, 4대의 비올과 4대의 트롬본 등을 사용했다. 드라마의 상황묘사와 감정의 격앙을 표현하기 위해 트레몰로와 피치카토 같은 기법까지 사용한 몬테베르디는 가히 관현악의 최초의 대가이자 선구자라 할 수 있다.

1670년에서 1680년 사이 륄리 밑에서 일하던 오트테르와 쉐드비유 두 사람은 당시의 목관악기들을 새롭게 개조했다. 이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악기들을 다시 설계해 바흐와 헨델의 음악에 쓰일 플루트와 리코더, 오보에, 바순을 만들었다. 17세기 말에 이르러 이러한 목관악기들이 서유럽의 오케스트라에 수용되었다. 17세기 후반과 18세기 전반 서유럽의 궁정 오케스트라들은 기본적으로 현악기들과 두 개의 오보에, 바순과 콘티누오로 이루어졌다. 여기에 더해지는 목관악기들이나 트럼펫, 팀파니 같은 악기들은 궁정의 군대나 지역사회의 길드에서 사용되는 악기로 분류되었다.



‘오케스트레이션’ 개념의 정착


후기 바로크 시대에 들어와 오케스트레이션은 보다 세련되고 밀도있는 음향을 지향하게 된다. 이전의 오페라 극장이나 궁정음악처럼 악기가 표출하는 웅장한 느낌이나 전시적인 효과에 치중하기보다는 음악적으로 탄탄하고 밀도있는 앙상블을 지향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편곡된 악기들의 사운드는 다른 악기들로 대치하기가 불가능한 차원에까지 이른다.

이로써 악기들간의 확연한 대조감이 부각되었다. 이질적인 음색들이 다양하게 병존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것들이 서로의 역할을 부각시켜주는 조화의 미학으로 승화되었다. 애초에 협주곡이란 것도 독주악기와 합주간의 대조관계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에서는 솔로 악기로 트럼펫, 리코더, 오보에, 바이올린 등이 함께 쓰여지고 있는데, 이러한 악기들이 대조의 미학에 편승해 중심 멜로디를 형성하고 있다.

바로크 시대에는 건반악기가 콘티누오의 중심부에 서 있었다. 하프시코드 같은 건반악기가 앙상블의 기저에서 화음을 충실히 이행해주었기 때문에 다른 악기들은 화음을 메꾸어야만 하는 의무감으로부터 비교적 자유스러웠다. 그래서 목관악기나 금관악기가 자유롭게 노래하며 노니는 구절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후 고전주의 시대에는 반대로 목관과 금관악기가 화음을 채우는 역할에 얽매이게 된다.

바로크 오케스트레이션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각 파트들의 명료한 인상을 들 수 있다. 많은 수의 파트들이 있을 때조차도 각 파트들은 두터워지거나 혼연하게 뒤섞이는 일이 없이 자기 파트의 명료한 인상만을 유지한다. 여기에 대위법적인 세련미가 더해지면 음악은 번뜩이는 광채를 발산하곤 했다.

바흐와 헨델의 창작력이 절정에 달한 18세기에 접어들어 네 파트의 현악 앙상블이 표준적인 모델로 정착되었다. 바이올린은 제1과 제2파트로 나뉘었고, 중간음역은 비올라가 맡았으며, 낮은 음역은 첼로와 콘트라바스가 한 옥타브 중복으로 연주했다. 목관악기군에서는 두 대의 오보에와 바순에 두 대의 플루트가 더해졌고, 한 쌍의 호른도 수용되었다. 트럼펫과 팀파니도 악단이 필요로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리코더가 간혹 쓰이긴 했으나 오케스트라 앙상블로는 소리가 약하다고 여겨져 다재다능한 플루트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되었다.

이러한 악기들이 가진 음악적 가능성을 최고의 수준으로 발현시킨 음악으로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을 들 수 있다. 코넷과 트롬본은 이전처럼 교회음악에서 사용되었고, 일반 오케스트라에서는 쓰이지 않았다. 1738년 헨델이 오페라 ‘사울’과 ‘이집트의 이스라엘’에서 트롬본을 사용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18세기 후반 오페라 극장의 오케스트라로 수용될 때까지 하프는 화음을 메꾸는 콘티누오 악기로 남아 있었다.


클라리넷의 등장과 관현악법의 도약

18세기 초 ‘신참내기’ 클라리넷이 베니스와 빈 등지의 오페라 극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후로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오케스트라의 정식 멤버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18세기 중엽에 이르러 클라리넷은 만하임 악파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만하임 악파는 클라리넷을 오케스트라의 정식 멤버로 받아들인 첫번째 악파였다. 모차르트가 클라리넷의 소리를 처음 들은 것도 만하임 악파를 통해서였다. 이즈음 클라리넷은 파리의 오페라 오케스트라에서도 사용되었고, 머지 않아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오케스트라에도 수용된다. 하이든은 1793년이 되어서야 그의 교향곡에서 클라리넷을 사용했다.

건반악기가 화음을 메꿔주는 ‘숫자저음’ 관습이 18세기 중반에야 비로소 없어졌다. 그래서 관악기가 주로 화음을 메꿔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 39번의 3악장처럼 클라리넷이 솔로 역할을 맡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이것은 미뉴에트와 트리오의 대조 관계를 전제로 한 편곡이어서 관악기의 위상을 높인 시도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관악기와 현악기의 대등한 관계는 후일 베토벤에 의해 성립된다.

18세기에 일반화된 대규모 오케스트라는 네 파트의 현악기에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등이 각각 두 대씩이었다. 그리고 두 대 혹은 네 대의 호른과 두 대의 트럼펫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팀파니가 있었다.

현악기의 수는 상황에 따라 다양했다. 제1바이올린이 6대에서 18대까지였다. 제2바이올린까지 치면 바이올린의 수는 8대에서 28대까지였다. 극장에서는 피콜로와 트롬본, 하프, 퍼커션 등이 이국적인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쓰였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터키적인 정서를 표현할 때 인기가 있었다. 묵직한 몸체를 가진 트롬본은 장엄한 장면에서 많이 쓰였다. 하이든은 ‘천지창조’에서 트롬본을 사용했고,‘사계’에서는 트롬본과 트라이앵글을 사용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베토벤은 관현악의 역사에서도 많은 업적을 남겼다. 베토벤은 금관악기로 교향곡의 클라이막스 주제를 연주하게 했다. 교향곡‘영웅’의 기백과 ‘운명’의 꿋꿋함을 음악으로 형상화하면서 트럼펫과 호른의 강렬한 사운드를 음색구성의 핵으로 활용한 것이다. 트롬본이 교향악단의 정식 멤버로 받아들여진 계기도 ‘운명’에서 이루어졌다. 마음 속에서 웅비하는 비장한 감정에 보다 많은 무게와 부피감을 불어넣기 위해 베토벤은 트롬본을 사용했다.

또한 베토벤은 클라리넷이 지닌 대중적이고도 윤기있는 음색을 좋아했다. 그래서 교향곡 2번의 2악장과 교향곡 4번의 2악장에서는 고난의 와중에서 느껴지는 정화된 감정을 클라리넷이 노래하게 했다. 베토벤은 첼로로부터 콘트라바스를 분리시킨 인물로도 유명하다.‘영웅 교향곡’ 2악장에서 콘트라바스는 지하세계에서 꿈틀대는 영웅의 혼령처럼 으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새로운 ‘계량 관악기’들의 등장

베토벤이 영면하고 낭만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작곡가의 풍요로운 상상력은 인간의식의 깊은 곳들을 속속들이 건드리기 시작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에서 오케스트라란 매체는 고독과 악몽을 담고 있는 영상적인 차원으로 변모했다. 그것은 예전처럼 화려함과 웅장함을 대변하는 음악 매체가 아니었다.

19세기 중반에 들어와 또 한 번의 악기개량이 이루어졌다. 현악기들은 보다 높은 긴장감과 찬연한 음색을 갖게 되었고,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도 새롭게 디자인되었다. 트럼펫과 호른은 밸브를 갖게 되었다. 새로운 목관악기들은 레가토 연주와 반음계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악기들은 예전보다 힘찬 소리를 갖게 되었다.

이렇게 개량된 악기들은 강렬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자연의 정교한 현상도 모방할 수 있었다. 이제 관현악은 화성 어휘의 확장과 함께 음악적인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막강한 매체가 되었다. 베버의‘마탄의 사수’에서 시도된 강렬한 환기력과 적나라한 묘사능력은 관현악의 새 시대를 알리는 서막이었다.

19세기에 들어와 오케스트레이션은 모든 작곡가들이 갖추어야 하는 필수적인 기술로 부각되었다. 피아노의 시인 쇼팽조차도 그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비범한 관현악술을 보여주었다. 피아노로 작곡된 원본을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한다는 이전의 개념이 아니라 애초의 악상부터 오케스트라 악기들의 음색과 배합이 전제되는 것이다.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살았던 시절부터 작곡가는 오케스트라와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작곡가 자신이 지휘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통솔하게 되면서부터 작곡가와 학생들이 오케스트라를 직접 대할 기회가 적어졌다. 그래서 관현악에 대한 이론적 접근을 다룬 저서들이 출판되기도 했는데, 1843년 베를리오즈가 출판한‘근대 악기법과 관현악법’은 베토벤과 글루크의 뛰어난 실례들도 담고 있어서 학생들에게 오케스트라에 대한 포괄적인 안내서 역할을 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저서‘오케스트레이션의 원리’(1913년) 역시 저자 자신의 찬란한 재능과 통찰력이 빛나는 저서이다.

낭만주의 시대에 들어와 근대 관현악의 기념비를 세운 인물은 베를리오즈였다. 그는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잠재성을 새롭게 들추어냈고 관현악의 세계에 신선한 빛을 던져주었다.
화성적으로 잘못 처리됐다고 거론되는 그의 화음처리들도 사실은 특정한 음색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도한 것이라고 한다.
베를리오즈는 상상 속의 회화적인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그때까지 극장무대에서만 쓰이던 악기들을 연주회장으로 끌어들였고 악기연주법의 고정관념에 도전했다. 음색이 음악의 기본 언어라고 생각한 그야말로 ‘관현악적인 인물’이었다.


오케스트라의 거대화에 따른 변화

19세기 전반기의 오케스트라는 이전의 오케스트라보다 그 규모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 19세기 중반에 들어와 바그너에 의해 오케스트라의 확장과 변화가 이루어졌다. 바그너는 이전의 작곡가들과는 달리 자신이 원하는 이상형의 오케스트라를 창안하려 했다. 자신이 원하는 악기가 세상에 없는 것이라면 새로이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었다. 대작 ‘니벨룽의 반지’는 당시의 일반적인 통념을 완전히 넘어서고 있다. 홍수나 일출, 불길 등과 같은 시각적인 무대 효과에 상응하는 사운드를 창출하기 위해 기존의 관현악 규모를 완전히 뛰어넘었다.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각각 16대, 12대의 비올라. 12대의 첼로, 8대의 더블 베이스, 그리고 플루트, 피콜로, 오보에, 잉글리시 호른, 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바순 등이 각각 세 대 씩이다.
여기에 금관 쪽은 새로이 제작된 악기까지 더해졌다. 세 대의 트럼펫에 새로이 제작된 베이스 트럼펫이 더해졌고, 세 대의 테너 트롬본과 한 대의 베이스 트롬본에 새로 만들어진 더블 베이스 트롬본이 첨가되었다.
그리고 6대의 하프가 있었고, 8대의 호른이 있었다. 호른 주자 네 사람은 특별히 제작된 튜바들도 연주해야 했다. 외관상 이러한 엄청난 편성이 오케스트라의 ‘볼륨을 높이기’도 했으나 그보다는 음색들의 새로운 조합들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보다 높이 평가받는다.

독일의 진보적인 낭만주의자들이 이토록 두텁고도 무거운 짜임새의 관현악을 지향한 데 반해 이탈리아의 로시니 같은 작곡가는 모차르트처럼 날씬하고도 명료한 선율선을 부각시겼다. 이것은 중심선율에 강조점을 두고 싶어하는 오페라 작곡가의 취향이자 생리이기도 했는데, 후에 도니제티와 벨리니, 글린카에게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견된다.

19세기 후반기의 교향곡 작곡가들은 그들 나름대로 오케스트라를 대하는 개인적인 스타일들을 갖고 있었다. 차이코프스키 같은 작곡가는 악기 본연의 음색을 선호하면서 그 위에 다양한 멜로디나 모티브를 부각시켰고, 브람스와 드보르자크 같은 보수적인 작곡가는 현악 앙상블의 풍부한 울림을 구심점으로 삼으면서 웅대한 이상이 드러나는 격렬한 패시지에 금관악기의 두터운 사운드를 돌출시켰다.

바그너의 대규모 오케스트라는 이후 작곡가들에게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바그너의 후배들이 그의 튜바나 베이스 트럼펫 등을 사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작품의 특성에 맞춰 오케스트라의 파트들을 확장시키는 경향이 확산된 것은 바그너 때문이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나 쇤베르크의 ‘구레의 노래’에 등장하는 엄청난 규모의 오케스트라는 바그너의 영향이 나은 결과이다.


오케스트레이션이라는 팔레트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와 라벨은 관현악의 역사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 그들의 예술적 이상은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황홀한 색채와 형상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소리로 그리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그러한 세상을 그리기 위해 악기의 역할 자체에 새로운 미학을 부여했다.
악기의 소리들은 화음이나 주제와 관련해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의 물체와 분위기에 형체를 부여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다. 순식간에 바다 위를 지나가는 바람의 모습이나 목신의 졸린 눈꺼풀을 그리기 위해 이제까지 들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음형들이 수많은 악기로 창출됐다.

드뷔시는 ‘야상곡’의 3악장, ‘바다의 정령’에서 여성의 목소리를 오케스트라의 한 파트로 사용했다. 그 결과 그는 극히 신비롭고도 몽환적인 정령들의 세계를 성공적으로 창조했다. 그리고 자연계의 사물들이 오케스트라 속에서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이전에는 없었던 악기들간의 대면식이 벌어졌다.

바그너와 드뷔시, 말러와 같은 작곡가들은 쇤베르크의 작품들에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쇤베르크 자신은 ‘음색선율’이라는 새로운 기법으로 인해 오케스트레이션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음색선율이란 음색의 변화를 타고 가면서 선율을 형성해가는 기법이다. 그래서 선율들은 여러 개의 음색으로 점을 찍어가면서 연결되어가는 것처럼 들린다. 음색선율의 실례로는 그의 작품 5개의 관현악곡 작품 16의 3째곡 ‘색채’를 들 수 있다. 쇤베르크의 제자인 베베른은 관현악을 위한 5개의 소품집 작품 10에서 이 기법을 썼다.

스트라빈스키의 걸작 ‘봄의 제전’은 그 미학적인 생명력과 돌출성이 세인들을 감동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오케스트라의 활용 차원에서는 전통적인 규범과 편성형태를 고수한 보수적인 작품으로 여겨진다. 그가 이 작품을 통해 관현악의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오케스트라라는 악기의 개념을 뒤집어 그 안에서 전혀 새로운 사운드를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드뷔시와 라벨을 많이 참조하긴 했으나 기존의 편성방식과 연주기술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미학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20세기에는 고전주의 시대나 그 이전의 오케스트라 형태로 회귀하려는 경향이 발생해 어떤 작곡가들은 오케스트라의 규모를 축소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규모 문제는 경제적인 차원과도 맞닿는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중에 만들어진 스트라빈스의 작품들이 그러하다. 스트라빈스키가 간결한 표상과 편성을 중시하는 신고전주에 몸을 담근 데는 전쟁과 재정의 어려움이라는 현실적인 변수들도 있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트라빈스키는 오케스트라의 균형과 편성 문제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게 되었다. ‘시편 교향곡’에서 스트라빈스키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쓰지 않았다.

20세기 오케스트레이션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음악적인 필요에 따라 전혀 새로운 악기들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악기들은 미학적 잠재성을 부각시키고 이국적인 효과를 강화시켰다. 동방의 이국적인 타악기들을 포함해 피아노 역시 화성적인 면보다는 타악기적인 효과로 쓰이곤 했는데, 스트라빈스키의 ‘페트루슈카’나 조지 안타일의‘재즈 심포니’ 2악장이 그러한 작품들이다. 바르토크의 ‘현과 타악기와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 같은 작품에서는 피아노가 타악기와 화음악기의 묘한 중간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그밖에 센드페이퍼 블록, 유리병들, 타이프라이터 등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악기들도 오케스트레이션의 영역에 수용되었다. 옹드 마르티노 같은 전자 악기들이 오네게르의 ‘사형대 위에 잔다르크’같은 작품에서 오케스트라 멤버로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석렬/음악이론·서울대 음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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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공시각 : 10/01 00:00 출처 : 객석
제목 : [오케스트레이션] ② 오케스트레이션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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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향해 뻗는 ‘소리색’의 현란한 여정


오케스트레이션의 발전 과정은 필연적으로 기악음악의 독립,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형성 과정과 밀접한 관련을 맺을 수밖에 없다. 오케스트레이션이라는 말은 오케스트라의 형성 없이는 불가능하며, 오케스트라는 기악음악의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케스트레이션에 큰 영향을 미친 작곡가들에 대한 논의는, 교향곡이라는 장르를 통해 기악음악의 독립성이 완전히 보장되고 오늘날과 같은 오케스트라가 형성되기 시작한 18세기 중반의 전(前)고전주의 시대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경우

초기 교향곡의 전형적인 모습은 현악 4부, 즉 두 파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그리고 첼로에 두 대의 호른과 두 대의 오보에, 또는 두 대의 플루트가 있는 형태였다. 현악은 비록 네 성부로 나누어지지만 실제적으로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 그리고 비올라와 첼로가 중복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두 성부만 있는 셈이며, 여기에 관악기가 첨가되어 전체적으로 세 성부 구조가 된다. 따라서 교향곡이라고는 해도, 초기의 교향곡들은 17세기의 트리오 소나타와 큰 차이가 없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후기 교향곡들에서 차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지만, 진정한 개혁은 베토벤에 이르러 완성된다. 베토벤은 그의 1번 교향곡에서부터 완벽한 2관 편성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더블베이스까지 추가하여 현악을 5부로 편성하고, 항상 두 대 씩의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파곳으로 이루어진 목관 파트, 호른과 트럼펫으로 이루어진 금관 파트, 그리고 팀파니가 포함된다.

그의 제5번 교향곡 4악장에는 세 대의 트롬본과 피콜로, 그리고 콘트라 파곳이 더해지면서 파격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시도는 강렬한 효과를 불러일으켜 4악장의 승리에 찬 C장조의 주제는 더욱 빛나게 된다.

베토벤 이후 관현악곡이 점차 다양하게 발전되면서 오케스트레이션은 작곡가의 개성을 드러내주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19세기 작곡가들은 오케스트라가 갖고 있는 무한한 음색의 가능성을 탐험하며 저마다 새로운 오케스트레이션을 통해 독특한 음색을 만들어내려고 시도했지만, 그 특징을 살펴보면 그들의 작품에 나타나는 다양한 오케스트레이션을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분류할 수 있다. 동질적인 음색을 추구하는 방향과 다채로운 음색을 추구하는 방향이 그것이다.
이러한 두 가지 경향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두 교향곡에 잘 나타나있다.

슈베르트의 교향곡 8번 ‘미완성’은 동질적이고 통일적인 음향으로 오케스트라 전체를 하나의 조화된 악기처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주제의 제시는 주로 유니즌(unison)으로 되어 있고, 긴장감을 쌓아가는 발전부에서조차 유니즌이 많으며, 기껏해야 두 개의 층으로 분리될 뿐 그 이상으로 분리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슈베르트 교향곡 9번 ‘그레이트’의 오케스트레이션은‘미완성’과는 대조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여기서 오케스트라는 더 이상 하나의 조화된 악기가 아니다. 오케스트라의 여러 악기들은 저마다 독특한 음색을 뽐낸다. ‘미완성’에 비해 텍스처는 더욱 복잡해지고 음향도 훨씬 다양해진다.


오케스트레이션의 혁신주의자와 보수주의자

혁신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사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베를리오즈는, 슈베르트 교향곡 9번의 노선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작곡가라 할 수 있다. 그가 ‘환상 교향곡’에서 들려주는 다채로운 음향을 들어보면 이 작품이 19세기 초인 1830년에 작곡되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우선 악기 편성만 살펴보아도 상당히 특이하다. 기본적으로는 베토벤 교향곡과 같은 2관 편성을 따르고 있으나, 파곳 4, 튜바 2, 하프 2, 코르넷 2가 배치되며, 3악장에서는 무려 네 명의 팀파니 주자가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그밖에 베이스 드럼과 심벌즈, 그리고 종소리를 묘사하기 위한 벨 등의 타악기가 추가되어 더욱 다양한 음향을 만들어낸다. 특히 5악장에서는 마녀들이 벌이는 축제를 더욱 기괴하게 표현하기 위해 Eb조의 클라리넷을 등장시키는가 하면, 현악기의 활대로 현을 때리는 콜 레뇨(collegno) 주법을 사용하여 마치 무덤의 해골들이 춤을 추며 서로 뼈를 부딪치는 듯한 소름 끼치는 음향 효과를 낸다.

오케스트라 음향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베를리오즈의 집착은 단지 악기 편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보다 입체적이고 풍부한 음향 효과를 거두기 위해 하나의 파트를 다시 여러 파트로 분할하여 각기 다른 음을 연주하도록 지정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기법을 이탈리아아로‘디비지’(divisi)라 부른다. ‘환상 교향곡’의 5악장 도입 부분은 디비지가 사용된 대표적인 예로서,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각각 세 파트로, 비올라는 두 파트로 나뉘어 서로 다른 음을 연주한다. 이렇게 디비지를 복잡하게 사용하는 예는 19세기 말에도 보기 힘든 극단적인 모습으로서, 베를리오즈가 얼마나 혁신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을 사용했는지를 보여준다.

베를리오즈의 동시대 인물인 바그너 역시 19세기 오케스트레이션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작곡가라고 할 수 있다. 그 역시 기본적으로 슈베르트 9번의 방향을 따랐지만, 베를리오즈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 우선 바그너의 오페라 및 악극의 악기편성을 살펴보면
베를리오즈의 경우처럼 극단적인 파격이 나타지는 않는다. 그러나 관악기의 수가 크게 보강되면서 양적인 면에 있어서 이전보다 훨씬 큰 팽창이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더 이상 현악기가 주된 역할을 해오던 방식으로부터 탈피하여 관악기의 역할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니벨룽의 반지’에는 무려 8대의 호른이 등장하며 바그너 튜바 및 콘트라바스 튜바 등 금관악기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바그너의 오케스트레이션은 베를리오즈의 경우처럼 디비지 기법을 통해 복잡하고 분산된 형태를 취하기보다는 이중, 삼중으로 확장된 각 파트의 덩어리진 소리로부터 풍요로운 음색과 넓은 범위에 걸친 다이내믹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래서 영국의 음악학자 토비는 브리태니커 사전의‘악기론’ 항목에서 바그너 음악에 나타난 각 파트의 음색을 가리켜 개별적인 각각의 성부가 아니라 두터운‘띠’(band)와 같은 소리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이 바그너는 베를리오즈의 경우에서처럼 성부들을 잘게 분산시켜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음향을 얻어내기보다는 하나의 성부를 두텁게 만들어서 보다 폭넓은 다이내믹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구조적인 면에서 볼 때 바그너의 음악이 베를리오즈의 음악보다 더 단순한 것은 아니다. 바그너는 한 성부를 여러 갈래로 분산시키는 대신 여러 성부가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여 서로 조화되는 대위법적인 텍스처를 즐겨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오케스트라를 더욱더 현란한 색채로 물들이고 있다.

바그너는 특히 그의 음악에서 특징적인 기법이라고 할 수 있는 유도동기를 사용함에 있어서 대위법적인 경향을 보여준다. 유도동기는 악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보다 복잡한 심리 상태나 정서의 변화를 지시하기도 하기 때문에 각각 다른 내용을 암시하는 몇 가지 유도동기들이 대위법적인 그물을 형성하여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음악 몇 개의 층으로 분할되면서 각기 독자적인 선율을 연주하면서도 전체적이 조화를 이룬다. 바그너는 이러한 대위법적인 오케스트레이션 기법을 즐겨 사용함으로써 또 다른 방식으로 슈베르트 9번의 방향을 따르고 있다.

베를리오즈와 바그너를 중심으로 한 혁신적인 작곡가들이 복잡하고 팽창된 오케스트레이션을 선호했던 반면, 동시대의 멘델스존과 슈만은 좀더 단순하고 투명한 오케스트레이션을 추구하면서 슈베르트 8번의 방향을 따르고 있다. 슈만의 교향곡에서 그의 오케스트레이션은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화려하고 현란한 색채를 뿜어내는 베를리오즈와 바그너의 관현악곡에 비해 그의 교향곡은 왠지 빈약하게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금관악기의 묵직하고 부담스러운 소리 대신 목관악기의 화음 위로 흐르는 현악의 맑은 음색은 섬세한 아름다움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해준다. 이런 점에서 슈만의 투명한 오케스트레이션은 나름대로의 중요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바그너의 관현악이 눈썹이 짙고 윤곽이 뚜렷한 서구적인 미녀라면, 슈만의 교향곡은 선이 곱고 가냘픈 동양적인 미인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오케스트레이션의 원리를 집대성한 림스키 코르사코프

그렇다면 오케스트레이션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음악은 어떤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까? 림스키 코르사코프의‘셰헤라자데’는 동·서양의 미를 합쳐놓은 종합적인 미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오케스트레이션은 슈베르트‘미완성’의 방향을 따르기보다는 다양한 음색을 추구하는‘그레이트’에 훨씬 더 가깝지만, 부분적으로는 동질적인 음향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미완성’의 경향도 보인다.

예를 들어 ‘셰헤라자데’에서 주요 테마는, 유니즌(unison)으로 된 오케스트라의 투티(tutti)로 자주 반복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통일적인 인상을 주게 된다. 그러나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기본적으로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색채를 추구했으며, 그 방법에 있어서도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창조적인 방식을 사용했다. 좀더 다양한 빛깔을 내기 위해 사이드 드럼과 탬버린, 그리고 탐탐 등의 여러 가지 타악기들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트릴(trill)과 스피카토(spiccato), 리코셰(ricochet) 등의 각종 현악기의 주법을 통해 다른 음악에서는 들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특히 현악기의 개방현과 하모닉스의 열린 소리를 그대로 살려 명쾌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와 같이 통일성과 다양성의 경향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관현악곡은 오케스트레이션 기법의 최고봉을 이루어‘오케스트레이션의 원리’라는 그의 저서에 집대성되어 이후의 음악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책에서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그 자신의 작품들만을 예로 들면서 악기론을 비롯해 오케스트라 각 성부의 조합에 이르기까지 세부적인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는 작곡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다양하고 실험적인 기법에 초점을 맞추어 당시의 관현악법의 원리를 서술하고자 했다.
그는 “오케스트레이션이란 창조될 뿐 가르쳐질 수는 없는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오케스트레이션에 있어서 작곡가의 상상력을 중요시한다.


음색선율 오케스트레이션의 대가, 베베른

19세기 후반에 이르러 오케스트레이션의 기교가 지극히 세련되어 가면서 관현악에서 음색의 미묘한 변화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게 된다.
작곡가들은 새로운 소리의 질감을 표현하거나 효과 음향을 내기 위해 전통적인 오케스트라에는 쓰이지 않는 악기들을 도입하고 갖가지 특수한 연주법을 요구하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기법 중 하나인 음색선율(Klangfarben- melodie)이다. 음색선율은 쇤베르크가 그의 저서 ‘화성론’에서 제시한 용어로서, 선율을 구성하는 각각의 음이 서로 다른 악기에 의해 채색되는 지속적인 프레이즈를 뜻한다.

음색선율은 쇤베르크 이전에 이미 말러의 가곡이나 교향곡에서도 발견되며, 이후에 베베른의 관현악곡에 극단적으로 사용된다. 베베른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가 남긴 ‘음악의 헌정’의 ‘6성 리체르카레’를 관현악으로 편곡하면서 주요 테마에 음색선율 오케스트레이션을 사용한다. 여기서 8마디로 이루어진 주제는 7개의 선율 조각으로 나누어지는데, 이를 약음기를 낀 트롬본과 호른, 그리고 트럼펫이 교대로 연주하게 된다. 여기서 주제 선율은 각 악기들의 미묘한 변화에 의해 채색되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오케스트라가 지닌 다양한 음색의 탐험은 결국 악기의 보강이나 성부의 분할에 그치지 않고, 음색선율 오케스트레이션이라는 고도로 세련된 기법을 탄생시킨다. 그러나 그 이후 현대 작곡가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음색의 범위를 더욱 확장시켜, 사이렌 소리나 새소리 등을 음악에 직접 포함시키기에 이른다. 20세기 작곡가들이 이처럼 음과 음색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게 되면서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점차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20세기에 들어와 작곡의 모든 과정이 악기와 음색의 선정 과정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에 들어와서 작곡 행위 자체와 오케스트레이션 사이의 경계선은 점차 모호해진다.

최은규/부천 필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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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공시각 : 10/01 00:00 출처 : 객석
제목 : [오케스트레이션] ③ 음반으로 보는 오케스트레이션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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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끊임없는 탐구, 그리고 변형


지금까지는 역사상 나타난 오케스트레이션의 변화와 발전 과정, 그 의의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오케스트레이션이라는 것은 분명 귀에 들려 오는 소리의 변화로서 형상화되는 것. 이제부터는 음반 속에 담긴 오케스트레이션의 다양한 예를 살펴보며 귀로 확인하는 기회를 살펴보자.


60개가 넘는 관악기 밴드의 대축제


바로크 시대에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유지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었으므로 일반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기념행사라든지 특별한 공연을 위해 때로는 지금 기준으로 보아도 꽤 큰 대규모의 악단이 조직되기도 했다. 이런 경우에는 편성이 매우 커졌다.

헨델의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 같은 것이 그 예인데, 특히 야외용 원전판은 60대가 넘는 관악기가 떠들썩한 물량공세를 펼친다. 지난해에 발매된 트레버 피노크 지휘, 잉글리시 콘서트의 두번째 레코딩 (아르히브 453 451-2)이 당시를 재현한 예다. 자세한 것은 ‘객석’ 97년 12월호 ‘화제의 음반’ 리뷰 참조.


바로크 음악의 편곡판 연주

20세기 전반을 대표하는 위대한 거장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는 이 녹음에서 베를린 필의 현악 주자들을 총동원했다. 그리고 콘티누오 쳄발로 파트는 아예 생략해 버렸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같은 경우는 트럼펫 파트가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널리 쓰이던 페르디난트 다비드(Ferdinand David)의 편곡판을 사용하기도 했다. 요즘 나오는 레코딩들은 원보에서 벗어나는 이런 편곡판을 잘 사용하지 않지만, 푸르트벵글러 세대의 지휘자들에게는 흔한 일이었다.

이러한 편곡판의 사용 중 가장 극단적인 것은 토마스 비첨 지휘, 로열 필의 헨델 ‘메시아’ 녹음(RCA)이다. 비첨으로서는 세번째인 이 유명한 레코딩은 부분적인 가필에 그치지 않고 아예 대편성 오케스트라를 위한 유진 구센스의 편곡판을 사용했다. 관악 파트를 너무나 많이 가필했다. 또 심벌즈, 트라이앵글을 비롯한 각종 악기의 현란한 음향효과가 난무한다. 따라서 이 편곡판은 헨델 시대의 연주 양식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어 마치 헨델의 작품이 아니라 존 윌리엄스의 영화음악을 듣는 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천박한 과대망상의 산물’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작곡 이후로 잊혀지지 않고 계속 연주되어온 몇 안 되는 바로크 레퍼토리 중 하나인 ‘메시아’는 헨델이 살아 있을 때부터 연주 당시의 상황에 맞추어 여러 차례 편곡되었다. 그 중에서 모차르트의 1789년 편곡판은 특히 유명하다. 헨델 시대와 모차르트 시대를 동시에 바라보는 흥미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 편곡을 사용한 레코딩으로는 미셸 코르보/로잔느 체임버(에라토)를 비롯하여 몇 가지가 나와 있다.


끈질기게 살아남은 가필 - 베토벤 교향곡 3번과 5번의 경우

리하르트 바그너나 한스 폰 뷜로를 비롯한 19세기 후반의 지휘자들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스코어에 서슴없이 가필(加筆)을 했다. 즉, 오케스트레이션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자신들의 생각대로 고쳐서 연주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레이션이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평을 들어온 슈베르트, 슈만, 쇼팽의 관현악 작품들은 물론이고, 베토벤의 교향곡들도 흔히 도마 위에 올려졌다.
이들의 생각은 베토벤 당대에 19세기 후반의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있었다면 자신들이 가필한 대로 오케스트레이션을 했으리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크고 작은 가필을 통틀어 베토벤 교향곡 스코어의 수백 군데에 손을 댔다. 이런 전통은 20세기 전반까지도 널리 유행했으며, 아직도 일부에는 이런 관습이 남아 있다. 이러한 가필 관습은 서서히 퇴조했지만, 아직도 몇몇 가필들은 20세기가 다 끝나가는 지금까지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그 중에는 귀에 확 들어오는 가필도 있다.

교향곡 3번 ‘에로이카’ 1악장 코다의 클라이막스 직전 부분(659∼666마디)을 고쳐서 펼친화음으로 된 주제를 트럼펫이 끝까지 연주하도록 한 한스 폰 뷜로의 가필은 아직까지 대부분의 지휘자들이 따르고 있다. 주제가 귀에 잘 들어오기 때문이다. 헤르만 아벤트로트 지휘,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의 1954년 실황 연주(타라)는 트럼펫을 두드러지게 해서 이 부분을 극단적으로 강조한다. 잘 알려진 음반들 중에서는 카라얀(DG)과 번스타인(소니, DG)도 이 가필의 효과를 강조한다.

이 부분에서 원보를 따르는 예는 사발(오비디스 폰탈리스), 브뤼헨(필립스) 등을 비롯한 원전연주들을 제외하면 셰르헨(MCA), 몽퇴(필립스), 반트(RCA), 솔티(데카), 아르농쿠르(텔덱) 등 소수에 불과하며, 압도적 다수가 뷜로의 가필을 채택하고 있다. 아르농쿠르는 이 부분이 ‘영웅의 실패’를 상징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트럼펫이 주제를 연주하다가 주저앉아 버리는 것을 매우 강조해서 연주하였다.
원보와 다소 다르긴 하지만 콘드라신(필립스)도 주제의 나머지 다섯 마디를 트럼펫이나 호른으로 보강하지는 않는다. 말 많은 부분이니만큼 해결책도 여러 가지다. 에리히 클라이버의 경우는 트럼펫을 사용하지 않고 목관을 호른으로 보강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또 흔히 거론되는 가필로 교향곡 5번 ‘운명’의 1악장, 303마디 이하의 바순 파트를 들 수 있다. 원래 59마디째 이하(제시부 제2주제 영역이 시작될 때) 호른으로 연주되었던 악구가 재현부에서 조를 바꾸어 재등장하면서 호른 대신 바순으로 연주되는 부분이다. 베토벤 당시의 호른으로는 재현부의 이 악구를 연주할 수 없었지만 현대의 호른으로는 할 수 있기 때문에, 베토벤이 만일 현대의 호른을 쓸 수 있었다면 당연히 바순이 아니라 호른을 썼을 것이라는 것이 가필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바순 대신 호른으로 연주하든지, 호른과 바순을 함께 연주하는 것이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제시부의 호른과 재현부의 바순이 신선한 대조를 이룬다는 장점 때문에 원보 그대로 연주하는 경우도 많은데, 에리히 클라이버(데카)와 카를로스 클라이버(DG) 부자(父子)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브루노 발터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다. 콜롬비아 심포니와의 리허설 장면을 담은 음반(소니)을 들어보면 바로 이 부분에서 발터가 호른 주자에게 주의를 준다. 그런데 문제는 무엇이냐 하면, 그때 울리고 있던 것은 바순이지 호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호른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도 발터는 계속 호른을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미처 파트보를 고치지 않은 상태였는데, 가필한 악보를 사용해 온 오랜 습관 때문에 발터가 리허설 당시 착각했었던 것 같다.


베토벤 교향곡을 전면 가필한 말러

구스타프 말러의 베토벤 교향곡 9번 편집판(1895)은 이 시대에 성행한 가필 관습을 한 걸음 더 끌고 나간 것이다. 목관악기는 물론 4관편성이고, 프렌치 호른 4개와 트럼펫 2개, 팀파니 1대를 새로 추가했으며, 거기다가 튜바를 덧붙여 베이스 라인을 더욱 무게있게 만들었다.
내추럴 호른 대신에 밸브 호른의 성능을 십분 발휘하여 옥타브나 9도 도약을 피하도록 투티 부분의 호른 파트를 완전히 고쳐 썼다. 약음기를 끼운 호른이나 트럼펫을 사용하는 등 특이한 음색을 사용하기도 한다.
목관과 팀파니 파트도 대폭 가필하였으며, 강약 지시도 전면적으로 바꾸었다. 이외에 악기를 겹쳐서 쓰는 등 소소한 가필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쯤 되면 가필이 아니라 편곡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말러의 베토벤 교향곡 편집판들이 베토벤의 의도에 얼마나 충실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가지만, 그런 문제를 도외시하고 오케스트라의 음향 효과만 놓고 보면 대단하다. 말러는 슈만의 교향곡들을 새로 오케스트레이션한 것을 비롯(스웨덴의 음반사 BIS에서 음반이 나와 있다), 고금의 수많은 관현악곡의 오케스트레이션 개정 작업과 관현악 편곡 작업에 손을 댔다. 이 교향곡 9번의 편집판은 스타인버그(엔젤)를 비롯한 몇몇 지휘자들이 녹음한 바 있으며, 최근의 레코딩도 몇 가지 있다.


사라진 19세기 악기들의 복원

1825년에 초연된 이 작품은 1827년에 공연된 것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전혀 공연되지 않다가 가디너와 몬테베르디 합창단, 혁명과 낭만의 오케스트라에 의해 1993년에 리바이벌되었으며, 악보도 함께 출판 (b&aumml;renreiter)되었다.
이 음반에서 오케스트레이션상 가장 흥미를 끄는 점은 오피클레이드(ophicleide), 세르팡(serpent), 부챙(buccin) 등 베를리오즈 당시에는 쓰였으나 지금은 사멸해 버린 특수한 관악기들을 복원하여 연주했다는 점이다. 이런 특수 관악기들을 다른 악기들로 대치한 통상적인 연주들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좋을 것이다. 음색이 꽤 다르기 때문이다.


‘가을 분위기’의 ‘전람회의 그림’

원래 피아노곡인 이 작품처럼 편곡판이 많은 경우도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관현악 편곡판으로는 가장 널리 알려진 모리스 라벨의 것 이외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레오 푼텍 등이 있고, 금관 5중주 편곡, 브라스/퍼커션 앙상블용 편곡, 기타 두 대를 위한 편곡, 2대의 피아노를 위한 레지날드 하셰의 편곡, 토미타 이사오의 신디사이저 편곡, 에머슨, 레이크 & 팔머의 록 밴드 편곡도 있다.
독주악기용이기는 하지만 오르간 편곡(기요, 블라르 등 여러 가지가 있다)이라든지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피아노용 버전(작곡가의 오리지널 버전을 고친)도 있다.

여기 소개하는 토마스 윌브란트(Thomas Wilbrandt)의 편곡은 러시아적인 음울한 정서를 담은 음향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약간 서늘하고 쾌적하면서 한편으로는 쓸쓸한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 편곡자 스스로는 이것을 ‘가을 분위기’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이 편곡판과 함께 어쿠스틱 악기로 연주한 테이프를 재료로 시간지연(time delay)과 같은 전자음향효과 처리를 해서 제작한 트랙들이 실려 있다. 특히 묘사적인 효과나 템포의 인위적인 조작 효과가 흥미롭다.


미완성 작품의 오케스트레이션

작곡가가 작곡을 하던 도중 스케치를 남기고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채로 죽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작품의 골격은 이루어져 있는데, 오케스트레이션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상당히 많다. 드물기는 하지만 이 스케치들을 토대로 작곡가의 의도를 짐작하여 복원하고 오케스트레이션까지 완성하는 사례가 있다.

베토벤 교향곡 10번 1악장을 만든 배리 쿠퍼, 아다지오 악장만 완성되었으나 스케치를 토대로 말러 교향곡 10번 2-5악장을 만든 데릭 쿠크(이 곡을 5악장까지 완성한 다른 인물들도 있지만, 쿠크가 가장 대표적이다), 2악장으로 끝나 ‘미완성 교향곡’이라고 흔히 불리는 슈베르트의 B단조 교향곡의 3-4악장을 복원한 브라이언 뉴볼드 등이 이런 작업을 한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음반으로도 나와 있는데, 각각 윈 모리스/런던 심포니(IMP), 사이먼 래틀/본머스 심포니(EMI), 찰스 맥케라스/계몽시대 오케스트라(버진)이 대표적인 예이다.

3악장까지만 완성된 브루크너 교향곡 9번도 유명한 미완성 작품인데, 4악장 완성판도 나와 있다. 여기 대해서는 이번 달 ‘객석’에 실린‘명곡 명반 museum’란을 참고하면 된다. 이런 오케스트레이션의 신빙성은 남아 있는 스케치의 분량과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음색의 탐조 등으로 바라본 바흐

바흐의 ‘음악의 헌정’에는 ‘푸가의 기법’과 마찬가지로 악기에 대한 지정이 없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여러 가지 방식의 연주가 가능하며, 실제로 다양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있어왔다. 그중 가장 특이한 것이 모티브 분석과 음색선율(Klangfarbenmelodie)을 근간으로 하는 이 편곡이다. 이 오케스트레이션에서 베베른은 주제를 모티브로 나누고, 때로는 모티브 자체도 잘게 분할하여 악기를 계속 바꾸면서 연주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점묘적 관현악법을 통해 베베른은 바흐 푸가에 숨어 있는 모티브적 일관성과 구조를 오케스트라의 색채라는 탐조 등으로 환히 비춘다. 이 편곡의 음반은 꽤 많은 편인데, 불레즈(CBS,DG), 아바도(DG), 길렌(인터코드)의 연주가 추천할 만하다.

바흐 음악의 관현악 편곡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토카타와 푸가 D단조’를 비롯한 스토코프스키의 여러 편곡이다.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화려하고 압도적인 음향을 즐길 수 있다. 이 편곡들의 음반으로는 편곡자 스토코프스키 자신의 연주도 레코딩으로 많이 남아 있고(RCA, CBS, 뱅가드 등), 다른 지휘자들의 연주로도 상당히 많은 수의 앨범이 나와 있다. 20세기 전반의 대작곡가인 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크도 바흐 편곡을 몇 가지 남겼는데, 음반으로도 들을 기회가 많이 있다. 오자와 세이지 지휘 보스턴 심포니의 ‘20세기 바흐’라는 음반(필립스)이 이런 편곡들 중 유명한 것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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