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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나도한마디

민심 바로 읽기가 정치의 기본이다

작성자하나(First)|작성시간26.06.19|조회수8 목록 댓글 0
민심 바로 읽기가 정치의 기본이다 


  6·3 지방선거 후폭풍이 거세다. 서울 잠실 핸드볼경기장 일대는 선거 끝난 지 보름이 지나도록 많은 인파가 계속 모여든다. 이번 시위는 여러모로 그동안의 군중집회와 차별된다. 우선 핸드볼경기장을 빙 돌아가며 넓디넓은 올림픽공원(올공) 수십 곳에서 제각기 무리 지어 새벽부터 밤늦도록 저마다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몹시 색다르다. 얼핏 보면 따로따로인 듯하나 구호가 다 똑같아 동질성이 대번에 확인된다. “부정 선거 재선거, 당일 투표 수개표!”

  시위대는 간혹 손확성기도 쓰지만 대부분 생목소리로 이 구호를 끝없이 되풀이한다. 연배가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태극기부대와 달리 젊은 층이 압도적으로 많고, 아이들과 함께 나와 구호를 외치는 젊은 부부들이 꽤 눈에 띄는 것도 여태 보지 못하던 풍경이다. 시위하다 출근하면 숫자가 확 줄었다가 퇴근시간이 지나면 다시 불어나 핸드볼경기장을 겹겹이 에워싸고, 특별한 주도 세력이 없는데도 시위가 곳곳에서 줄창 이어지는 것도 사뭇 이색적이다.

  주지하다시피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시위를 촉발한 주범이다. 투표용지가 없어 투표를 못한 것은 살다 살다 처음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서울 7개 동 14곳(송파구 가락2동·잠실2동·잠실4동·잠실7동·문정2동, 강남구 청담동, 광진구 구의3동)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다고 밝혔으나, 투표가 실제 중단됐던 곳만 30곳에 육박한다. 이들 지역 유권자는 투표용지가 배송될 때까지 길게는 2~3시간 기다렸고, 일부는 아예 투표를 포기했다. 뒤이어 투표용지 부족 규모가 전국 50개 투표소 4,726장으로 수정됐다가 최소 91곳 7,194장으로 다시 늘어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참정권 침해’를 규탄하며 선거 당일 밤부터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봉쇄한 시민들은 5일 아침 경찰이 대규모 병력을 기습 투입해 투표함들을 강제로 옮기자 개표소인 핸드볼경기장으로 몰려가 ‘부정 선거의 증거’인 투표함과 투표지 반출을 막고 있다. 그 사이에 시위대는 애초의 2백 명 남짓에서 수십 배로 불어났고, 이들의 함성은 그만큼 더 커졌다.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이 5일 대국민 사과문 발표와 함께 동반 사퇴했으나 시민들의 치솟는 분노를 누그러뜨리기엔 어림없었다.

  시위대의 요구는 단순하다. 참정권이 훼손된 부정 선거이므로 재선거하라는 것이다. 사실 부정 선거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21대·22대 총선과 20대·21대 대선 등 최근 치러진 모든 선거에서 거듭 제기된 문제다. 통계학적으로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사전 투표와 본투표 사이의 괴리뿐만 아니라 ‘배춧잎 투표지’, ‘일장기 투표지’, 형상기억종이, 투표함 손상, 전산망 해킹 등 각종 의혹의 증거가 숱하게 쏟아졌다. 이번에도 빳빳한 투표용지가 다발로 쌓인 ‘벽돌 투표지’가 등장하고, 말썽 많았던 ‘소쿠리 투표함’을 ‘쇼핑백 투표함’이 대체하는 등 부정 선거 논란은 여전했다.

  하지만 아직은 ‘음모론’이 대세다. 좌파는 물론이고 우파 상당수도 “요즘 세상에 부정 선거라니....”라며 손사래 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주목적의 하나가 ‘부정 선거 의혹 규명’이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계엄 선포 당일 중앙선관위 청사 3곳에 국회보다 더 많은 병력을 더 일찍 보낸 것도 그래서다. 명색이 대통령인데 아무 근거도 없이 부정 선거를 의심했겠는가. 국내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 등의 분석을 바탕으로 내린 결론이다. 그런데도 눈 하나 꿈쩍 않고 제시된 의혹들을 깡그리 짓뭉개는 ‘부정 선거 카르텔’의 철옹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민심을 바로 읽는 게 정치의 기본이다. 청년들이 “재선거”를 한없이 되뇌는 올공이야말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민심의 현장이다. 그러나 정치권 반응은 실망 그 자체다. 시위대가 기성세력을 꺼리기도 하지만 음모론의 굴레를 떨치지 못한 탓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몇 명이 2주일 만에 올공에 갔다가 10분 만에 쫓겨났고,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가 재선거 주장에 동조하자 비당권파가 “자리보전용 정략”으로 몰아붙이며 당권 싸움에 몰두하는 한심한 형국이다. 수치스러운 당원게시판 사건으로 제명당한 한동훈 의원이야 그렇다 쳐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진작 현장을 찾아 젊은이들 마음을 헤아렸어야 마땅하다. 시대정신을 못 읽고 음모론을 확산시키며 당원 다수가 지지하는 장 대표 몰아내기에 혈안인 언론도 한심하긴 매한가지다.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 조작에 의한 민심 왜곡은 천벌 받을 짓이다. 특검 하는 척하며 시간만 끌다 흐지부지하는 작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국민의힘이 17일 의원총회를 거쳐 서울·경기·인천·부산·울산·전남광주·충북 7곳은 당 차원에서, 대전·세종·충남·전북 4곳은 후보자 명의로 중앙선관위와 각 선관위에 재선거를 소청했지만 결과는 기대난이다. 지금은 스러져 가는 민주주의를 되살리려 안간힘 쓰는 올공의 절절한 외침에 진정으로 응답할 길을 찾아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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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이도선 (yds29100@gmail.com)
  언론인
  대한언론 편집위원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이사, 편집위원장
  (전) 연합뉴스 동북아센터 상무이사
  (전) 연합뉴스 논설실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워싱턴특파원(지사장)
  (전) 백석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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