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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세상 봉사단  <연탄 나눔 봉사 후기>

작성자유리비.|작성시간21.10.24|조회수878 목록 댓글 34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닿는 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은 것이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뜨거운 밑불 위에
지금은 인정머리 없는 차가운, 갈라진 내 몸을 얹고
아래쪽부터 불이 건너와 옮겨 붙기를
시간의 바통을 내가 넘겨받는 순간이 오기를
그리하여 서서히 온몸이 벌겋게 달아오르기를
나도 느껴보고 싶은 것이다
나도 보고 싶은 것이다
모두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
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나로 하여 푸근한 잠자는 처녀의 등허리를
밤새도록 슬금슬금 만져도 보고 싶은 것이다

- 안도현 ‘반쯤 깨진 연탄’


안녕하세요?
‘예쁜 감성 유리비’입니다.

오늘은 연탄(煉炭)시인으로 유명한 안도현 님의 시로 시작했어요.
왜냐면, 어제 10월 23일 카페지기이신 우리세상님을 비롯한 총 38분이
당고개에서 독거노인을 비롯한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 나눔 봉사를 했거든요.

서울에서 따뜻한 아파트 생활만 하다가,
봉사구역인 당고개는 처음이었습니다.
이곳은 노원역에서 두 정거장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지만,
그런데도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2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세계 30위였지만,
모두가 어렵게 살던 6~70년대가 그대로 재현된 것 같았죠.
허름한 집과 골목길, 침침하고 때로 어두운 모습에
유리비는 또 아픈 마음에 눈물부터 나왔습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아직 세상에 많다는 걸 실감한 저는
오늘만큼은 진실로 이분들에게 따뜻한 연탄이 되자고 굳게 마음먹었죠.
그래서 대뜸 한 번에 연탄 2장을 들고 무작정 날랐습니다.
하지만 의욕만 앞섰네요.
몇 번 갔다 오니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쓰러질 것 같더군요.
결국, 제 분수에 맞춰 한 장만 나르기로
박약한 체력과 타협을 했답니다.
아! 또 … 민폐만 끼친 게 아닌지.

그래도 어제 있었던 일을 생동감 있게 전하기 위하여
오늘은 제가 실황 중계 캐스터가 되어 볼게요.

봉사단 임원진들은 회장님을 선두로 8시 30분에 이미 도착하였습니다.
당고개에서 9시30분 집결이지만,
다들 설렘과 책임감으로 서두른 것 같습니다.
멀리 전주에서 올라오신 나비섬 님도 보이고요.
전북 임실에서 귀농 중이신 애니카 사랑 님,
춘천에서 과일 먹거리를 챙겨 오신 수지아 님도 보입니다.
한파로 추운데 카페 세상 우리지기 님을 포함한 운영진님들,
각 지역장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 후원해주신 익명의 착한 천사 분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3000장의 연탄을 준비했습니다.
생수와 코팅 장갑은 라이프 자문위원님께서 준비해 주셨고요.
4050 현수막 사진은 봉사단 회장님이 준비하셨네요.
외로움과 냉기로 버틸, 독거 어르신들을 위해
15가정에 200장씩 따뜻함을 담아
두 개조로 나누어 전해 드리고 있습니다.
힘든 와중에도 흥을 돋워주신 천상여자님 입담에
절로 흥이 나는 것 같습니다.
누구 하나 빠진 분 없이 열심히 연탄을 나르시고
특히 끝까지 남아서 쓰레기 하나라도 담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입니다.
이것으로 중계방송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에휴~


어제 봉사활동을 마치면서 유리비는
오래전에 작고하신 테레사 수녀님을 떠올렸습니다.
자신의 고향도 아닌 낯선 인도에서
그것도 가장 가난한 빈민 거리에서
자신을 낮추어 불쌍하고 어려운 이웃을 돌봤습니다.
당시 인도 사람들은 그분의 봉사 손길을
선교의 수단이라고 오해하고 적대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수녀님은 이미 오래전에 품었던 선교의 뜻 같은 건 없었답니다.
오직 신의 부르심을 실천하며
가난하고 병들어 죽어가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안식과 위안을 줄 뿐이었죠.

그렇습니다. 우리세상 봉사단도 특정 종교단체가 아니랍니다.
설령, 각자 개인의 종교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냥 사랑을 실천하는 모임입니다.
가난한 이웃들의 부름과
그 부름에 기꺼이 몸을 낮추어 다가가는
작은 사랑 실천자입니다.
그래서 유리비는 수녀님의 이 말을 가장 좋아합니다.

「허리를 굽혀 섬기는 자는 위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저, ‘예쁜 감성 유리비’는 비록 반쯤 깨진 연탄이라도
이제, 누군가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어제 연탄을 나르며 우리세상 봉사단의 여러 테레사 수녀님을 보았거든요.
우리는 타인을 거울삼아 삶을 살아갑니다.
거울 속에 비친 우리세상 봉사단 여러분의 따뜻한 얼굴에서
표정에서, 말투에서 저는 희망을 보았답니다.
그리하여
「신이 너무 바빠 세상에 어머니를 대신 보냈다.」 하는 말을
제 나름대로 바꿔봤습니다.
「그분도 너무 바빠 온 세상에
우리처럼 봉사하는 자들을 세웠다.」하고 말이죠.

작금의 세상을 돌아보면
약자를 괴롭히고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하여 경쟁하고
심지어 타인을 밟고 올라서기도 합니다.
인류애와 봉사의 가치를 훼손하는 자들이 뻔뻔히 잘 사는 것을 보면
연탄으로 때려주고 싶지만,
저는 어제 연탄 봉사로 그런 것들은
뇌리에서 지우기로 했습니다.
자기희생(犧牲), 자기 헌신(獻身), 공공의 가치 추구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나를 나답게 만드는
가장 고귀한 뜻입니다.
나를 낮추고 타인을 섬길 때
나도 모르게 행복과 만족이 찾아온다는 걸
저는 믿습니다.


글 첫 머리에 말씀드린 연탄시인 안도현 님의
또 다른 시 ‘너에게 묻는다.’로 글을 맺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 시를 읽고 제 작은 심장에도 불이 붙는 것 같았습니다.
과연 나는 진실로 한 사람에게라도 뜨거웠고 진실했을까.
세상살이에 지쳐, 나 혼자 몸 하나 간수 못하는 주제에
타인을 배려하고 제대로 사랑해주었을까, 하는 생각에
한동안 몹시 힘들었습니다.

늦은 밤, 일을 마치고 지하철을 탈 때
그제야 낯선 시멘트 바닥에 신문지를 깔며
잠자리를 준비하는 노숙인들의 행렬에
눈물지으며 홀로 가슴 아파했지만
과연 나는 그 사람들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연탄재 같은 사람이었을까, 하고 말이죠.

그래서 어제 너무 행복했는지도 모릅니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꾸벅~

어제 반쯤 탄 연탄이 된 것 같은
‘예쁜 감성 유리비’ 올림


사랑하고 존경하는 참석자 명단

카페지기이신 우리세상님
운영자이신 동안님과 보리빛바다님
서·경기방에 화성녀 회장님과 건강미인 임원님
주제행시방에 쥐락펴락 임원님과 트럭커 임원님
말띠방에 매리회장님과 매리님 따님이 참석하셨고요.
범띠방에 차칸악마 회장님
사진속 세상에 포스트회장님과
한강 임원님, 수운 임원님
우리산악회에 토시리 임원님
영화사랑회에 사람살이 임원님
서울볼링회에 미시짱 임원님이 참석하셨어요.

글구 우리세상 봉사단에
상진 회장님, 행복행진 고문님
칠갑산 자문위원님, 칠갑산1 자문위원님
아굴라 임원님, 거북이구관 자문위원님
라이프 자문위원님, 삼인 운영자님
수지아 홍보위원님, 서인 임원님
나비섬 회원님, 불사조 홍보위원님
미소지기 부회장님, 구름조아 회원님
바다 임원님, 플릇 홍보위원님
천상여자 자문위원님, 애니카사랑 자문위원님
수로71 운영님, 정원 임원님
쑥쑥이 총무님, 홍보위원 유리비

이렇게 총 38분이 참석해주셨습니다.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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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흐르는물( 순환 ) | 작성시간 21.10.26 행복행진 부끄 ~^
  • 작성자차칸 악마 | 작성시간 21.10.25 인사도 못 나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행복행진 | 작성시간 21.10.26 62범띠방 차칸악마 회장님
    본인팀 일끝내고 다른팀 연탄쌓기까지 너무나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마 얼굴땀 줄줄 흐르는건 고사하고
    벗은 비닐장갑에서 땀방울이 모여 그렇게 많이 쏟아지는건 봉사활동 하면서 처음 목격했습니다
    뒷풀이 식사 찬조까지 감사했습니다
    사업 무궁 번창하시고 소망하는거 다 이루어가시길 기도합니다~^^
  • 작성자성구미 사랑 | 작성시간 21.10.30 아름다운 몸짓으로 수고하신 ,,,
    모든 님들 ❤
    존경하고 사링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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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천상여자 | 작성시간 21.11.12 이제서야 글을 접합니다

    어쩜 이렇게
    후기도 멋쓰럽게
    쓰시는지요ᆢ

    봉사하는 맘도 최고
    글쓰는 필력도 최고

    진즉에
    알아뵈었어야 했는데
    천상여자는
    열라 ㅎㅎ
    수다만 깠네요ㅎㅎ

    함께해서 반가웠습니다

    봉사현장은
    늘 훈훈해서
    그저 좋습니다

    다음봉사현장에서
    또 뵈요ᆢ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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