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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봉사 활동을 다녀와서

작성자나 무|작성시간22.10.31|조회수321 목록 댓글 28

반투명한 유리문에 오가는 사람 다 보라고 커다랗게 '이발'이라고 써놓은 글씨를 보니

문득 박태원의 천변풍경에 있던 이발소가 떠 오르긴 했지만 낯설다.

남자들이 어디 가서 머리를 자르지 갑자기 헷갈린다.

우리 동네 이발소가 있던가?

 

대체적으로 지하철이 있는 주변에는 번화한 상권이 조성되어

빌딩들과 아파트 숲이 공전하며 역세권이 형성된다.

하지만, 지하철역을 나와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 울퉁불퉁한 시멘트 벽을

한껏 가리기 위해 허옇게 페인트를 칠한 벽이 담장인 나지막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동네도 있다.

지붕에 기와는 간 곳이 없고 비닐 방수천을 두툼하게 덮어

마치 먼지가 켜켜이 묻은 솜이불을 지붕에 덮어 놓은 거 같은 동네에서는

겨울이 되면 아직도 연탄으로 엄동설한을 보낸다고 한다.

연탄 봉사 활동을 다녀와서

쏟아지는 가을 햇살에 가을이 무르익던 10월 마지막 주말에는

당고개역에서 연탄 봉사활동이 있었다.

우리들의 생활환경 변화를 우리는 흔히 코로나19 전과 후로 나눈다.

연탄 3,000장을 배달하기 위해 60명의 봉사활동 친구들을

한 달 가까이 모집했지만, 40명이 채 안 되었다.

코로나19가 터지 전에는 연탄 4,000장 배달에 70명 모이던 시절도

있었는데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앞치마를 하고 토시를 끼고 코팅장갑으로 중무장했다.

해마다 하는 연탄 배달이기에 (사)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에서

나온 직원의 오리엔테이션은 생략되고

두 팀으로 나뉜 우리는 직원을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

연탄이 수북이 쌓여있는 연탄 배 달장으로 갔다. 

 

연탄 두장을 받아 들고 첫 번째 집으로 향했다.

떨어뜨리면 대형사건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기에 조심스럽긴 했지만

발걸음은 새털보다도 더 가볍기만 한건 왜 일까?

물이 날려 색깔조차 희미한 잿빛 플라스틱 화분에는 무청이

무성한 무들이 동치미 무라도 되는 양 의젓하게 자라고 있어

"아니 쟤네들이" 나도 모르게 웃음꽃이 피었다.

연탄 2장을 재빠르게 날으면서도 싱싱한 동치미 무들과

눈 맞춤을 잊지 않으니 어느 사이 첫 번째 집이 끝났다.

 

문 앞에 신문지가 가지런히 깔려있어 조심스럽게 신문지를 밟고 들어가니

맘씨 무던하게 생기신 어르신께서 나 같은 사람이 없어야 하는데

고생이 많다고 하시면서 해맑게 웃으신다.

"고생은요" 

웃고 계신 어르신이 참 곱고 예쁘기 기도 하여 

참 곱고 예쁘세요 생각은 굴뚝같았지만 말을 못 하는

주변머리는 어쩌지 못해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인장 어르신의 화사한 웃음의 매력에 힘입어 

재빠르게 두 번째 집 연탄 배달도 끝났다

 

연탄 두장을 들고 골목을 들어서니 꽃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어 화원에 연탄 배달 온 것 같았다,

어떻게 이렇게 꽃을 잘 키울 수가 있는지!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있는지!

꽃을 보면 이상하게도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왜 하는지?

눈 깜짝할 사이 세 번째 집도 끝났다.

 

이발소도 아니요 이발이라고만 해도 이발소인 줄 아는 이발소 앞에는

두 세 사람들이 서성이면서 우리들이 연탄 배달하는 걸 구경하고 있다.

연탄을 들고 가면서 눈이 마주치면 눈인사를 건네자 호기심

가득한 선한 눈빛으로 눈인사를 한다.

힘이 장사인 친구들은 4장도 거뜬히 들어 수북하게 쌓여있던

1,600장의 연탄도 조금씩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부잣집 맡며르리같이 앞자락이 넓으신 아주머니께서

둥그런 쟁반에 대추차를 가져오셔 먹으면서 하라고 하신다.

귀한 대추차까지 대접을 받으니 봉사활동 친구들은 진하고

맛있다고 이구동성으로 감동을 하고 있다.

마지막 남아 있던 대추차를 창고에서 연탄 쌓느라 수고하는

봉사활동 친구에게 가져다주며 진하고 맛있다고 자랑 단지를 풀어놓았다.

 

갈수록 탄력이 붙은 연탄 배달은 4장씩 드는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연탄 배달 집을 이원화를 하여 일사천리로 일곱 번째 집을 끝냈다.

 

마지막 여덟 번째 집은 양쪽으로 길게 서서 연탄 한 장씩 릴레이 배달을 했다.

연탄이 쌓인 장소에서 연탄 배달 창고까지 10m도 안 되는 가까운 장소였기에

가능했지 만일에 연탄 쌓는 창고가 멀었다면 연탄가루가 포탄을 떨어뜨린 것처럼

떨어져 연탄가루 닦아내는 작업이 연탄 배달보다도 더 힘이 들고 시간도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내가 속해있던 1팀은 연탄 배달 장소조차 가까운 행운 덕분에

2팀 보다 먼저 끝나 1팀 원정 배달까지 했다.

비록 적은 인원의 봉사활동였지만 연탄 3,000장 배달을

1시간 30분 만에 가볍게 끝낼 수 있으니 코로나19도 살살 달래며

공존하는 우리들 인간은 실로 만물에 영장인 것만은

확실다하고 높고 파아란 가을 하늘을 보고 활짝 웃었다.

2022년 10월 29일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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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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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라이프 | 작성시간 22.10.31 나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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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상진 | 작성시간 22.11.01 현장의 생생한 장면이
    글위에 올리와 있는듯 하네요
    나무님 봉사하시는 모습
    언제나 열씸이시고 앞에서 솔선수범
    선봉장이신듯 느껴 집니다
    후기에 감동 플러스 입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나 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1.01 감사는 제가 해야죠^^
    연탄 봉사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수고 정말정말 많이 하셨어요.
  • 작성자한여백 | 작성시간 22.11.01 역시 사람만 예쁜 것이 아닌
    글 속에 흐르는 마음이 더 예쁜 나무님
    좋은 글에 머물러가며
    언제나 건강 행복만 하심요.^^
  • 답댓글 작성자나 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1.02 아직은 서투른데 잘 봐 주셔서
    감사드려요.
    봉사방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옙^^ 한여백 님도 지금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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