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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 석 부 ◈]◈ 출 석 부 ◈ 6월12일 ◆ 금요일◆

작성자호명산|작성시간26.06.12|조회수29 목록 댓글 2














그리운 옛 소리들 




















저녁 산책길에 나섰다. 솔 방죽을 지나 양옆으로 넓은 들이 펼쳐진 ‘삼한의 초록길’에 들어서자 어두워진 밤하늘에 초승달이 걸려 있고, 논에서는 개구리들의 합창 소리가 요란하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개구리 울음소리는 아득히 먼 고향의 소리들을 불러온다.


고향 집 부엌에는 달짝지근한 맛의 소리가 있었다. 잠결에 들려오는 무쇠 솥뚜껑이 열렸다 닫히는 마찰음들이 아침을 알렸다. ‘달그락달그락’ 그릇이 부딪치고 도마에 뭔가를 써는 소리가 들린다. 뒤따라 ‘콩콩콩콩’ 마늘을 찧는 소리를 꿈결인가 가늠하다 보면 “이제, 그만 일어나거라!”라는 엄마의 음성이 창호지 문을 밀고 들어왔다. 때마침 논물을 보고 오시던 할아버지께서는 아직도 안 일어났느냐는 일침을 헛기침으로 대신하셨다.


어미 닭이 ‘구구구’ 병아리 모는 소리는 한낮의 정적을 깨웠다. 암탉은 아직 노랑 솜털도 벗지 않은 병아리들을 데리고 마당 가 흙담 밑으로 먹이를 찾아 헤집고 다녔다. 그들의 언어로 먹이 찾는 방법을 일러 주는 것일 수도 있었으리. 노란 병아리들은 어미 닭의 느린 걸음도 바삐 따라 걷다가 휘청거리며 ‘삐약삐약’ 호들갑을 떨었다. 그들의 행보에 고양이라도 나타나면 멀찍이서 지켜보던 수탉이 목이 터져라 ‘꼬끼오’하고 울어 대어 고양이는 어느새 꼬리마저 감춰버렸다.


봄에 돌아온 제비 둥지에 식구가 늘었다. 어미는 부지런히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물어오느라 분주했다. 사람이 자식을 애지중지 기르는 마음이나 날짐승이 새끼를 위해 열심히 먹잇감을 구하러 다니는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먹이를 물어오면 제비 새끼들은 서로 받아먹겠다고 노란 입을 크게 벌리고 아우성을 쳤다.


누에가 뽕잎 갉아 먹는 소리는 빗소리를 닮았다. 우리가 잠을 자는 방을 누에한테 내어주고 마루에서 자다 보면, 방에서 때아닌 빗소리가 들렸다. 비설거지를 하려고 일어나 보면 누에가 뽕잎을 사각사각 갉아먹는 소리였다. 누에는 밤낮없이 네 번의 잠을 자고 나면 솔잎에 올라가 하얀 실을 뿜어 고치를 짓고 번데기가 된다.


동생들이 여럿 있다 보니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늘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아직 젖먹이 동생은 엄마 품을 찾느라 칭얼대고 대문간에서 소꿉놀이하던 동생들도 가끔은 뭔가 심사가 틀려 서로 투덜댄다. 장독대 옆 감나무에서 땡감이 툭 떨어지면 동생들은 언제 다퉜냐는 듯 다시 놀이에 열중했다. 울타리 밖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오면, 동생들은 서로 차지하려던 놀잇감마저 팽개치고 ‘엄마’를 부르며 단걸음에 달려갔다.


집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중 다듬이질 소리만큼 경쾌한 소리가 또 있으랴. 다듬이질 소리는 할머니와 엄마의 협연이다. 이불 홑청과 할아버지 바지저고리, 두루마기는 푸새 질을 하여 햇볕에 널었다가 조금 덜 말라 물기가 촉촉할 때 다듬이질을 해야 했다. 옷감을 개켜서 다듬잇돌에 올려놓고 할머니와 엄마는 마주 앉아 방망이로 두드렸다. 다듬이질은 두 사람이 마음이 편치 않으면 같이할 수 없는 일이다. 서로 박자가 엇나가면 다듬잇방망이가 부딪치기도 하는데, 코를 맞대고 앉아 어찌 그 일을 하겠는가. 다듬이질하는 옷감에 주름이 펴지듯 고부간에 싹트던 갈등도 없어졌을 것 같다. ‘또닥또닥, 뚝딱뚝딱’ 들리는 다듬이 소리야말로 화합의 소리요 천상의 소리가 아니었을까.


우리 집 논은 집에서 멀리 있었다. 해토 무렵 아버지는 일소를 앞세워 논에서 온종일 쟁기질을 하셨다. 휴일이면 엄마는 아버지께 다녀오라며 새참 심부름을 시키셨다. 새참이라야 막걸리 두어 사발과 안줏거리로 마늘장아찌 정도였지만 어린 내가 가져가기엔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징검다리를 조심조심 건너 주전자에 막걸리가 쏟아지지 않도록 걸어서 논으로 가야 했다. 아버지는 “이랴! 이랴!” “워, 워~” “돌아서!”를 외치며 소고삐를 당겼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쟁기질하느라 바쁘셨다. 여러 해 아버지와 논밭을 갈아온 소는 호흡이 잘 맞는 듯해도 한 번씩 딴 짓을 해 아버지 호통을 들었다. 고요한 봄 들판에 아버지의 일소 부리는 힘찬 목소리가 메아리 되어 돌아오던 날들이었다.


농촌에서 비 오는 날은 쉬는 날이다. 가뭄 끝에 온종일 비가 내리면 날마다 논밭에서 일만 하시던 부모님도 그날은 낮잠 삼매경에 빠지셨다. 사랑방엔 할아버지, 윗방과 안방에 할머니, 아버지, 엄마가 주무셨다. 집이 너무도 조용해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하다 보면 엄마의 고단한 신음과 아버지 코 고는 소리가 들려 안심이 되었다. 처마 끝에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는 우리 가족 마음을 촉촉하게 보듬어 주는 고마운 소리였다.


타작마당에도 여러 소리가 있다. 아버지는 마당을 돌 하나 없이 빗자루로 곱게 쓸어낸 뒤 멍석을 깔고 바짝 마른 콩 단을 가지런히 뉘어 놓고 도리깨질을 하셨다. 할아버지와 주거니 받거니 장단을 맞춰가며 도리깨를 허공에서 한 바퀴 돌려 타작 멍석을 사정없이 내리치면 콩 알갱이들이 투두둑 투두둑 튀어나왔다. 도리깨가 휙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고 콩 줄기를 때리면 ‘철썩’ 소리를 내며 콩 꼬투리들은 화들짝 놀라 곤두박질치곤 했다.


도리깨질이 어느덧 끝나면 풍구질이 이어졌다. 풍구를 돌리면 원통 속 날개가 바람을 일으켜 콩 알갱이와 콩깍지 또는 먼지를 가려내 준다. 하지만 풍구로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 찌꺼기들이 있었다. 할머니와 엄마는 머리에 수건을 쓰고 키로 까불러 나머지 불순물들을 가려냈다. ‘착 착 착 착, 촤르르 촤르르’ 고부(姑婦)의 키질 소리는 청명한 가을 하늘에 음표를 그리며 잘박잘박 마당 가를 맴돌았다.


이 정겨운 소리들을 이제 어디에서 들어볼 수 있을까. 그리운 고향의 소리들을 하나둘 잃어간다. 이제 아슴아슴 마음으로 그 소리들을 들어볼 뿐이다.



- 김순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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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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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호명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2 굿모닝 아침입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 작성자미미소 | 작성시간 26.06.12 오늘도 좋은 아침!
    행복을 배달합니다.
    오늘도 좋은 일
    행복한 일만 가득한
    하루보내시길 바래요^^~

    ps: 내일(토요일)은 서울볼링회 정모가 있는 날 입니다.....
    이벤트가 있으니 댓글 부탁드립니다....

    ***2026년 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승리와 우승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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