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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뜨거운 불판위의 인생.

작성자난폭한오리(전주)185|작성시간26.06.16|조회수50 목록 댓글 5

고기 구워먹는 밤은 특별하다.

별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

장작 타는 냄새와 함께 불판 위에서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

그 작은 지글거림 속에 삶의 어떤 진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늦게 깨닫곤 한다.

 

고기를 잘 굽는 사람의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눈을 떼지 않는 것.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 불판 위의 고기는 매 순간 다른 상태에 놓여 있다.

어느 것은 이미 뒤집어야 할 때가 되었고,

어느 것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하며,

불이 너무 센 곳에 있는 것은 슬쩍 옮겨주어야 한다.

그 미세한 차이를 읽어내는 눈.

그것이 바로 '알맞은 때'를 아는 능력이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우리 삶도 그 불판 위와 다르지 않다고.

 

일본의 도자기 장인들 사이에는 '야키모노(焼き物)'라는 말이 있다.

구워진 것, 혹은 구워지는 것. 흙을 빚어 가마에 넣고 불 앞에 맡기는 그 과정을

그들은 단순한 제작이라 부르지 않는다.

 

흙이 불과 만나 전혀 다른 존재가 되는 변성의 시간이라 여긴다.

가마 안의 온도가 너무 낮으면 흙은 그대로 흙으로 남는다.

너무 높으면 터지거나 비틀린다.

오직 알맞은 온도에서 알맞은 시간 동안 버텨낸 흙만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릇이 된다.

 

장인들은 말한다.

가마를 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그래서 가마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항상 두렵고 또 경건하다고.

우리가 시련 앞에서 느끼는 감정과 얼마나 닮아 있는가.

 

에이브러햄 링컨은 말했다.

"마찰 없이 보석을 광나게 할 수 없듯, 시련 없이 사람을 완전하게 할 수 없습니다.“

 

링컨의 생애는 이 문장의 살아있는 증거였다.

일곱 살에 집에서 쫓겨나듯 이사해야 했고 아홉 살에 어머니를 잃었다.

사업은 두 번 실패했고,

스물여덟에 신경쇠약으로 쓰러졌으며 사랑하는 연인을 먼저 보내는 아픔도 겪었다.

 

그는 주 의회 의원 선거에서 낙선했고,

연방 하원 의원도 한 번의 임기로 끝났으며 상원 의원 선거에서는 두 번이나 패배했다.

마흔아홉의 나이에 대통령 후보 지명에서도 한 차례 밀렸다.

그러나 쉰두 살, 그는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불판 위에서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뒤집힌 고기가 끝내 가장 깊은 맛을 내듯.

 

루트비히 반 베토벤을 생각한다.

음악가에게 청각을 잃는다는 것은 화가가 눈을 잃는 것과 같다.

스물여섯에 이명이 시작되었고 마흔을 넘기며 그는 완전히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유서를 쓰기도 했다.

삶을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버텼다.

소리가 사라진 세계에서 그는 오히려 더 깊은 음악을 찾아 들어갔다.

귀가 들리지 않던 시절에 완성한 9번 교향곡,

그 마지막 악장 '환희의 송가'는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음악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초연의 날, 지휘를 마친 베토벤이 청중을 등진 채 서 있을 때,

그를 돌려세워 준 것은 한 소프라노의 손길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객석이 열광하고 있었다.

그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러나 그 음악을 만든 것은 바로 그 침묵이었다.

 

그는 불판의 가장 뜨거운 자리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우리 곁에도 그런 이야기들이 있다.

거창한 역사 속이 아니라, 조용한 일상 안에.

 

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이겨낸 뒤 더 환하게 웃는 사람이 있다.

사업이 완전히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 더 단단한 기반을 쌓은 사람이 있다.

첫 번째 원고가 출판사에서 거절당한 뒤 두 번째, 세 번째, 열두 번째에도 포기하지 않다가

끝내 독자들의 손에 들려진 책을 쓴 작가가 있다.

 

해리 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은 첫 원고를 열두곳의 출판사에서 거절당했다.

이혼 직후 극심한 빈곤 속에서 사회보장 수당으로 살아가던 그녀가 런던의 카페에서

떨리는 손으로 원고를 이어 쓰던 그 시간.

그것은 낭비된 시간이 아니라 가장 깊이 익어가던 시간이었다.

 

'알맞은 때'는 우리가 선택할 수 없다.

고기가 언제 뒤집어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듯,

우리도 언제 시련이 오고 언제 쉬어갈 수 있는지를 미리 알지 못한다.

 

그러나 불판을 세심하게 살피는 손길이 있듯,

우리 삶에도 그런 손길이 닿고 있다고 믿는 것.

그 믿음이 때로는 우리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것이 된다.

 

인생에서 성숙해진다는 것은 어쩌면 바로 이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지금 이 시련이 나를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완성해 가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

지금 이 기다림이 시간의 낭비가 아니라,

내 안쪽 깊은 곳까지 충분히 익어가기 위한 필연적인 시간이라는 것.

 

프랑스의 위대한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은 어린 시절 세 번의 입학시험에서 연달아 낙방했다.

심지어 그를 가르친 선생으로부터 "조각에 재능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 소년이 훗날 '생각하는 사람'을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상은 가장 많이 거절당했던 손에서 탄생한 것이다.

 

영국의 소설가 토마스 하디는 다섯 번의 출판 거절 후 문학을 포기하고 건축 일을 하다가 다시 펜을 잡았다.

그의 소설 ‘테스’는 지금도 세계 문학의 고전으로 읽힌다.

거절당한 시간이 그를 더 깊은 작가로 만들었다.

 

무명 시절 수백 번의 오디션에서 탈락한 배우들,

백 번의 실험 끝에 한 번의 성공을 건진 과학자들,

첫 작물이 모두 죽어버린 뒤 흙의 성질을 새로 공부하며 다시 씨앗을 심은 농부들.

이들은 모두 불판의 가장 뜨거운 자리를 지나온 사람들이다.

 

집에 서있는 불판 앞에 다시 서본다.

 

고기를 잘 굽는 사람은 서두르지 않는다.

불이 충분히 달궈지기를 기다리고 고기가 제 때를 알릴 때까지 눈을 떼지 않는다.

억지로 뒤집으면 표면이 떨어지고 너무 늦게 뒤집으면 타버린다.

오직 알맞은 순간 그 순간을 감지하는 것이 곧 정성이고 사랑이다.

 

우리 삶의 시련도 그렇게 살펴봐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어쩌면 정말로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뜨겁다면 그건 아직 내 차례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기다리는 중이라면 그건 속까지 충분히 익어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링컨의 말처럼 마찰 없이 보석은 빛나지 않는다.

불판 위의 시간 없이 가장 먹음직스러운 빛깔은 나오지 않는다.

 

당신은 지금 불판 위에 있는가.

그렇다면 아직 다 된 것이 아니라,

지금 한창 익어가는 중이다...

 

- 고기살돈이 없어서 우울한날의 오리가 -

https://youtu.be/vkSTnl1EpjU?t=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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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쏘냐(미아) | 작성시간 26.06.16 집사람한티 잘 보여서 얻어드셔요 맛나보이네요
  • 답댓글 작성자난폭한오리(전주)185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6 요즘 고기값이 넘 비싸서 이곳 김제 용지면에 돼지 사육장이 많은데 그곳에가서 한마리 쎄비쳐 와야긋네여.
  • 작성자딱다구리 | 작성시간 26.06.17 감사합니다
  • 작성자소현(천안) | 작성시간 26.06.17 읽는동안 생각이 많아진 글.
    고맙습니다.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난폭한오리(전주)185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7 오늘은 진정한여름의 문턱이었습니다
    올 여름 더위 잘 이겨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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