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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한식(寒食) 상념(傷念)

작성자농월|작성시간11.04.04|조회수61 목록 댓글 0

 

한식(寒食)

麥短侵斜逕(맥단침사경)-짧은 보리이삭은 산 비탈길로 넘어오고

苔深淨小磯(태심정소기)-이끼가 무성한 개울가 작은 바윗돌은 깨끗하다.

林鳩鳴午景(임구명오경)-한낮 볕 속에서 산비둘기는 울고

野馬弄晴暉(야마농청휘)-맑은 빛 어울려 아지랑이 어른거린다

花事近淸明(화사근청명)-꽃소식에 청명이 가깝고

煙光冷節微(연광냉절미)-연기는 한식(寒食)이라서 거의 없다

無人會幽意(무인회유의)-그윽한 뜻 알아줄 사람 없으니

高詠獨言歸(고영독언귀)-높이 읊조리며 홀로 돌아온다.

장유(張維)

 

 

찬 밥먹는 한식(寒食)의 유래

 

위의 한식(寒食) 시를 쓴 장유(張維1587~1638)는

조선 중기 광해군 때의 문신으로 양명학(陽明學)을 익혀 기일원론(氣一元論)을 주장한 학자이다.

 

주자학이 이(理)와 기(氣)의 개념에 근원을 두는데 반하여 양명학은 심즉이(心卽理)에 근원을 두고 지행합일(知行合一)론을 주장하는 학파로서 성리학 쪽에서는 이단(異端)시 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조선의 성리학보다 양명학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와 발전을 하고 있다.

장유(張維)는 몇 안 되는 양명학(陽明學)의 대가이다.

 

올해는 4월 5일이 청명(淸明)이면서 식목일(植木日)이고 이어 4월 6일이 한식(寒食)이일이다.

청명 한식이든지 추석 무렵의 벌초 성묘든지 묘지내외의 일들을 처리하고 나면 한바탕 땀이 난다. 준비한 제수로 절을 올린 후 음식과 술을 한잔하면서 주변 풍경을 자연스럽게 둘러보게 된다.

 

나이 들면 무덤을 보는 눈도 달라지는 모양이다. 요즘은 가끔 내가 죽은 후를 생각하게 된다. 묘지를 쓸 것인지. 화장을 할 것인지. 방송에는 화장이 80%를 넘어서고 있고 장지로는 수목장(樹木葬)장이 35%를 넘는다고 한다.

 

어디 몇 평정도 값싼 야산이라도 마련하여 화장을 하여 재를 뿌리던지 생명이긴 나무 한 거루를 심어 수목장을 하던지 내가 죽고난후 자식들이 당황하지 않게 해야 될 것인데--

 

이제 인생의 저물녘에서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많은 상념(傷念)들이 떠오르곤 한다. 내 앞에 많은 분들이 저세상으로 가셨고 이제 나도 그분들의 틈으로 들어갈 것이다. 죽음이란 인간이 받는 저주이면서 동시에 축복이 아닌가.

 

저주란 개똥밭같은 이승에 대한 집착이요 축복이란 내가 왔던 근원(根源)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 까--

 

 

선승(禪僧)인 6조 혜능(慧能)이 열반(涅槃)에 들 때에 애통하는 여러 중생(衆生)들의 물음에 답하기를

“낙엽귀근 래시무일(落葉歸根 來時無日)”이라 하였다.

떨어진 잎사귀는 근본인 뿌리로 돌아가고 다시 돌아올 때를 기약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식(寒食)은 원래 한국의 풍습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온 풍습으로 한국에 토착화되었다고 전한다.

 

개자추전설 (介子推傳說)이 그말이다.

중국 춘추시대에 문공(文公)이 오랜 세월 나라를 잃어 망명(亡命)하다가 나라를 회복하여 공(功)이 있는 충신들을 포상할 때 가장 공이 큰 개자추(介子推)가 포상자들 중에 들지 못하자 부끄럽게 여기고 산중에 들어가 숨어버렸다.

 

문공이 뒤에 알고 그를 찾았으나 산중에서 나오지 않으므로 불을 놓으면 뜨거워서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불을 질렀다.

그러나 끝내 나오지 않고 홀어머니와 함께 버드나무 밑에서 불에 타 죽었다.

 

이에 그를 애도하는 뜻에서 이날은 모든일에 불을 쓰지 않고 음식도 찬 음식을 먹는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청명(淸明) 한식(寒食)은 글자의 느낌처럼 맑고 밝은 것만 아니고 흙으로 돌아갈 처연(凄然)함과 찬밥의 사연도 함께 있는 날이다.

농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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