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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신비한 오케스트라

작성자恩波 안균세|작성시간22.06.14|조회수250 목록 댓글 2

신록의 계절, 6월이 열린 주말오후, 화창한 날씨에 신록의 풍광을 통하여

감성의 아름다운 자극을 받기 위하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남한산성에 올랐다.

수어장대에 이르는 숲길의 큰 소나무아래에 신문지 한 장을 깔고 나무기둥에

기대며 흘러가는 세월을 바라보며 화사하고 싱그러운 자연의 향연을 즐겼다.

 

그런데 오늘은, 시야에 들어오는 뭉게구름, 따사한 햇빛, 곳곳에 보이는

초여름의 꽃, 푸름을 띄는 녹음 보다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자연이 만들어 내는

오케스트라를 청각과 가슴을 통해 듣고 싶었다.

 

눈을 감고 귀와 가슴을 열고 심호흡하며 감성의 날개를 허공에 띄운다.

여기저기에서 동물들의 아름다운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소리 등이 어울려

들려오는 대자연의 오케스트라가 귀 전을 울리더니 가슴 심연으로 공명되어 온다.

 

한 시간여 눈을 감고 놀라운 화음에 심취하다가 따뜻한 바람이 볼을 때리는 바람에

자리에서 일어나, 그렇게 아름답게 연주하던 악기들이 어디에 있는가 하고 주변과

사방을 두리 번 살폈으나 보이지는 않고 연주소리만 귀와 가슴에 계속 여운을 남긴다.

 

귀뚜라미는 한쪽 윗 날개 뒷면에 일렬로 가지런히 돋아 있는 미세돌기들을

반대쪽 날개의 가장자리에 있는 마찰 편으로 긁어 소리를 낸다.

여치와 베짱이는 뒷다리 안쪽에 있는 돌기들을 날개 표면에 비벼 소리를 만든다.

이들은 모두 이를 테면 첼로나 기타 같은 현악기를 연주하는 셈이다.

 

호흡을 하기 위해 들어 마신 공기를 후두(larynx)로 내밀며 성대를 울려 소리를 내는

포유동물이나 울대(syrinx)를 울려 노래를 하는 새들은 모두 관악기를 부는 것이다.

 

개구리나 맹꽁이 같은 양서류도 폐로 들어 마신 공기를 울음주머니로 밀어내며

후두의 막을 흔들어 소리를 내는 역시 관악기 연주자들이다.

 

매미는 고막처럼 생긴 막의 끝을 근육이 붙들고 흔들어 소리를 만든다.

막의 흔들림으로 소리를 낸다는 점은 마찬가지이지만 북처럼 큰 막의 진동으로

소리가 난다는 점에서 관악 보다는 오히려 타악기를 연주한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되면,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가 다 모였으니 일단 오케스트라의 기본 구성은

갖춘 셈이다. 그런데 피아노가 빠졌다. 이때 딱따구리가 와 주면 되겠는데……

 

그러면, 이 소리들은 무엇인가?

 

싱그러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들리는 잎사귀 소리는 무엇인가

계곡 사이로 졸졸 흘러 내리는 개울물 소리는 무엇인가

나무와 잎, 풀 사이로 살살 지나가는 따뜻한 바람 소리는 무엇인가

나의 볼을 스치며 지나가는 저 따사한 첫여름 기운 소리는 무엇인가

땅속에서 물을 길러 올리는 뿌리들의 영차 영차 용쓰는 소리는 무엇인가

하늘 뭉게구름이 조용히 흘러가는 소리는 무엇인가

지표의 흙을 뚫고 고개를 먼저 내밀려고 다투는 씨앗들의 소리는 무엇인가

나의 가슴속 저 심연에서 퉁소처럼 울려 나오는 감미로운 소리는 무엇인가

 

여하튼 그 어느 유명한 음악당에서도 들을 수 없는 오케스트라를,

남한산성 꼭대기의 소나무 아래에서 벅찬 감동으로 들었다.

 

자연과 동식물이 화음으로 만들어 내는 이 오케스트라는 돈이라는 관람료를

내고 듣는 음악회가 아니라, 인간이 숨 쉴 수 있는 생명과 감성을 담보로

하여야만 들을 수 있는 음악회이다.

 

황홀한 신록의 계절이 무르익어가는 첫 여름이 열린 길목의 주말 오후시간,

지휘자는 창조주였고, 장소는 하늘과 땅이 맞닿아 이어지는 자연이고,

연주자는 생명을 가진 동식물과 바람 구름 흙 바위 돌 햇빛 등 무생물이며,

관람객은 감성 청력의 귀머거리가 아닌 살아있는 인간이며,

이 모두다 함께 어우러진 신비롭고 경이로운 자연의 오케스트라 한 마당이었다.

 

인류역사이래 영원히, 어떤 위대한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들이 다 모여도

이러한 신비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할 수 없고, 또 어떠한 건축가일지라도

이런 경이로운 공명이 화음을 이루는 음악당을 설계할 수가 없을 것이다.

지상 최고의 음향시설을 갖춘 자연의 음악당에서 가장 값비싼

자연의 신비한 오케스트라를 공짜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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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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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呑亞 김종갑 | 작성시간 22.06.14 ------지휘자는 창조주였고, 장소는 하늘과 땅이 맞닿아 이어지는 자연이고,

    연주자는 생명을 가진 동식물과 바람 구름 흙 바위 돌 햇빛 등 무생물이며,

    관람객은 감성 청력의 귀머거리가 아닌 살아있는 인간이며,

    이 모두다 함께 어우러진 신비롭고 경이로운 자연의 오케스트라 한 마당이었다.------
  • 답댓글 작성자恩波 안균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6.14 오케스트라를 좋아하는 탄아 형!
    함께 감성의 나래를 펴서
    자연의 신비한 오케스트라를 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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