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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 구곡혼(九曲魂)을 가슴에 담다!

작성자恩波 안균세|작성시간22.10.29|조회수189 목록 댓글 0

청명한 가을날씨를 자랑하는 10월하순이 열리는 주말 오후, 

느닷없이 가을바람을 가슴에 안고 싶은 충동을 느껴 

가벼운 차림으로 무작정 차를 몰아 서울-춘천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그 유명한 춘천 닭갈비와 막국수가 생각나 북한강이 흐르는 강촌으로 핸들을 꺾었다.

분당에서 1시간2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오래 전 젊은 시절, 강촌유원지를 어느 모임에 끼어 찾았을 때는

시원한 북한강변 모래사장에서 재미있게 놀이로 시간을 보냈지만,

오늘은 개발이 되어 그곳이 어딘지 쉽게 찾을 수가 없고

경관이 좋은 곳은 음식점과 모텔이 차지하고 있어, 아늑한 쉼의 장소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인근의 구곡폭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0분 정도 걸리는 구곡폭포와 40여분 오르면 닿을 수 있는 문배마을을 갔다 오기로

마음먹고 천천히 걸으며 세월의 무게와 삶의 먼지를 내려 놓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맑은 개울물과 바위 돌, 길가의 이름 모를 풀과

화려한 단풍으로 옷을 입은 각종 나무, 돌 바위 위로 뛰노는 다람쥐와 새소리,

숲 사이에서 하늘로 치솟는 시원한 바람, 시야에서 산봉우리로 옮겨가는

세월의 흐름 등이 눈에 보이고 숨 쉬어지고 가슴에 스며들기 시작하여,

그간의 도심의 일상에서 찌들고 잠자던 감성과 여유와 낭만을 아름답게 자극한다.

 

구곡폭포는 강촌 역에서 4Km 거리인데, 폭포입구인 매표소에서 15분 정도 오르면

돌탑과 아홉 개의 구비를 돌아보는 구곡정이 있으며

47m높이에서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가 장관을 이루고

특히 겨울철 빙벽은 전국에 알려져 빙벽전문가들이 찾는 관광명소이다.

 

문배마을은 구곡폭포 입구에서 오른쪽 능선 길로 40여분 오르면

산정상처럼 보이는 2만여 평의 분지 마을이 나타나는 곳이며,

이 시골풍경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우리고향의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한다.

마을에는 산행 인을 위한 산채비빔밥과 그곳에서 키운 토종 닭 요리는

산행과 찾는 이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구곡폭포는

봉화산(해발525.8m)이 품고 있는 생명수가 아홉 골짜기를 휘돌아 흘러 내리고

선녀의 날개 옷처럼 하늘거리는 아홉 줄기의 사뿐한 물내림,

그 조화로운 물소리가 아름답고 단아한 폭포인데,

오솔길을 따라 한걸음 한걸음 오르면서

우리 삶과 연관된 덕목가운데 쌍 기억(ㄲ)자음을 응용하여

아홉 개의 단어(꿈, 끼, 꾀, 깡, 꾼, 끈, 꼴, 깔, 끝)로 만든 이야깃거리가

폭포에 이르는 아홉 개의 구비마다 서있는 나무 푯말에

스토리텔링(Storytelling)화 되어있다.

 

오늘은, 특히 그 푯말에 쓰여져 있는 구곡혼(九曲魂)을 올라 가면서 가슴에 담았다.

 

꿈”                       “끼”                         

희망은 생명.  Dream.      재능은 발견.  Ability.         

 

          “꾀”                       “깡”

지혜는 쌓음.  Wisdom.       용기는 마음.  Heart.

 

꾼”                       “끈”

전문가는 숙달.  Professional.    인맥은 연결고리.  Networking.

 

꼴”                       ”깔”                        

태도는 됨됨이.  Shape.     맵시와 솜씨는 곱고 산뜻함. Color.

 

그리고 폭포에 이르면

 

끝”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 놓음.  an End.

 

이러한 “인생”,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단어는 바로 우리 인생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아름답고 참다운 '삶의 진수'를 가르쳐 주고 있다.

 

내려오는 길에 하늘정원이라는 아름다운 야외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이 글귀를 외우고 되새기며 머리와 가슴에 담아, 지나온 후회스런 삶을 되돌아 보며,

나의 인생을 구곡혼에 다시 실어 저 하늘로 띄어 날려 보낸다.

눈과 가슴에 석양의 그림자와 함께 찾아오는 이 뜨거움과 아련함은 또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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