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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梅花)--- 그대가 봄을 피우는 날!

작성자恩波 안균세|작성시간23.03.09|조회수117 목록 댓글 0

3월이 열렸다, 올해의 봄이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약간 춥지만 바람은 그렇게 차갑지 않고

낮엔 따뜻한 영상의 기온이다.

지난주부터 남녘서 봄의 숨소리와 속삭임이 들려 온다.

봄을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부터 벌써 봄을 찾아가고 있다.

 

매화! 그대가 올해도 봄을 이끌고 왔다.

그대가 피어야 그때부터 봄인가 보다.

긴 겨울의 어둠과 추운 바람을 헤치고

제일 먼저 숨가쁘게 달려와 나의 가슴에 안긴 매화!

그대는 어느 봄 꽃보다 아름답고 야물며 반갑다.

따사롭고 한가한 5월의 들판에서 살랑살랑 피어 오르며

옷고름 흔드는 여유로운 꽃들과는 사뭇 다르다.

 

자연의 섭리는 착오 없이 계절에 맞게 순환되어

매화가 서둘러 봄을 일러주고,

봄의 숨결이 잔설 남아있는 높은 산 정상의 언 땅을 녹여가도,

새벽 봄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올라 땅 위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 생기를 불어 넣어 숨소리를 품어주는 봄이 찾아왔다.

 

2월부터 제주도에서 소리 없이 옹골차게 봄을 여는 준비와

봄을 알리는 또 다른 봄의 일꾼이 있음을 알려 주었다.

자연은 계절과 시간이 도래했음을 알려 주기도 하지만,

늘 자기자리에서 소리 없이 세상을 여는

영겁으로 흐르는 항상성(恒常性)을 보여주며,

인간은 그 앞에서 머리를 숙일 수 밖에 없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의 봄의 관문이다.

지금까지 코로나 불안으로 자유롭게 여행하긴 어려워 가보지는 못해도

우리나라 국민의 눈과 가슴이

매화가 핀 제주도와 남해안을 향하고 있다.

마치 올림픽 성화가 주자들을 바꿔가면서 성화를 넘겨주듯

우리나라의 봄소식을 알리는 최초의 성화주자가

제주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이른 봄바람에서 녹차 향이 나기 시작한다.

어느 해 보다 금년은 겨울바람이 매서웠던 탓인지, 그 향마저 속이 깊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한라산 정상에는 얼마 전 잔설이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 희끗한 잔설은 다가온 봄 옆에서

한라산의 겨울이 어떻게 녹으며 떠나가는지,

우리에게 보여주는 한편의 아름다운 동영상 같다.

 

기상청에 따르면,

9일간 하루 평균기온이 5도 이상 유지하며 다시 떨어지지 않으면,

해당 9일 중 첫날을 봄의 시작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아무리 남녘서 봄의 숨소리와 속삭임이 들려온다 할지라도,

우리가 가슴과 귀를 열고 두 팔 벌려 봄을 맞이하지 않는다면,

봄은 겨울과 다름없다.

그런데 이 사회를 바라보는 눈과 가슴은 초점이 없다.

출발점이 어딘지 향방을 잃어버렸다.

오늘날 우리나라 상황이 이런 처지다

작금의 우리의 삶과 사회는 엄동설한이다.

국내외 정세, 주위의 상황은

삭풍이 눈보라를 몰고 엄혹한 겨울로 치닫고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더욱, 3년전 년 초부터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인간 조직간 국가간에 모든 활동과 교류는

자유롭지 못하고 또 언제 끝날지 예측불가하며,

봄이 아니라 끝나지 아니한 한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따뜻한 생기의 숨소리와 속삭임은커녕,

한파로 앞이 보이지 않고 시계(視界) 제로다,

봄의 속삭임은 어디로 가고 전쟁과 갈등, 공격과 편가르기 함성만 들리고

주변을 살펴봐도 언제 봄이 올는지 징조가 없다.

어김없는 창조의 순환질서에 따라 자연엔 봄소식이 들려오는데도

이 사회와 사람들 얼굴과 가슴에는 언제 녹을 줄 알 수도 없는

두꺼운 얼음만 덮여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땅 위에서 살아가야 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아야 하기에,

그렇게 시끄럽던 대선도 작년에 끝나고 새 정권이 출발하였기에

두 눈 들어 올 봄의 속삭임이 들리는 저 산천을 바라본다.

 

매화를 보고 있으면, 섬진강 인근 평사리가 배경 무대인

소설<토지>의 주인공 ‘최서희’가 머릿속의 매화처럼 망울 져 터진다.

겨울 같은 시대를 꼿꼿하게 살아온 그녀의 모습이 매화를 닮아서 일까?

주인공 ‘최서희’가 늘 바라보며 슬픔과 외로움을 퍼다 버렸던 섬진강에서

그 강이 끼고 도는 전남 광양 다압면 도사리의 ‘매화 마을’이라는 곳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봄이 시작되었다.

 

그곳은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게 가장 일일 일조량이 넉넉해서

동면(冬眠)의 만물을 어느 지역보다 서둘러 깨우며,

굽이굽이 남도 500리를 돌아온 섬진강이

전라도의 기름진 옥토를 지나면서 담아온 땅의 기운과 영양분

그리고 착한 인심을 이곳 광양에다 모두 풀어 놓고 너른 바다로 나간다.

 

이렇게 보면 이곳의 매화를 키운 건 햇빛과 강물이다.

망울을 조심스레 터트린 매화나무 아래서 올려 보는 하늘은 별 모양이다.

하얀 별이 하늘에 떠 다닌다. 여기에다 ‘천향(天香)’이라 불리는

매화의 고혹한 향기까지 가세하면, 천상(天上)의 비경(秘境)이 따로 없다.

 

매화는 힘들어도 개나리, 진달래, 벗 꽃에 앞서, 인간에게 봄을 알린다.

늘 그랬다. 그런 매화의 마음을 나는 알기에 그대에게 제일 먼저 달려간다.

그대가 모진 겨울을 헤치고 나에게 제일 먼저 달려온 것처럼 말이다.

참으로 자연은 인간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는 방법

또한, 그윽하면서도 신비롭기도 하다.

 

어느 시인의 봄에 대한 싯귀가 생각난다.

‘봄은 봄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의 가장 낮은 목소리로 온다.’

자! 웅크리고 닫혀 있던 가슴과 입을 열자!

그리고 힘껏 ‘봄’ ‘봄’이라고 소리 외쳐 본다

봄이 기다려진다. 진정한 봄이 내 조국, 이 땅 위에 찾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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