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에 동네 천변을 거닌다.
날씨는 제법 따뜻하나 봄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주변에 화사하게 만개했던 봄꽃들.
이젠,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비 되어
4월을 엔딩한다.
꽃이 진다
한 잎 한 잎 흩날리듯 떨어져 비처럼 내린다.
누군가는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떠나는 임의 뒷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인생에서 경험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덧없음을 읽어낸다.
누군가는 그저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춤추고 있는 꽃잎의 ‘지금’을 즐긴다.
높다란 나뭇가지 위에서 군림하던
화려한 과거도 아니고
차갑고 축축한 땅 위에서 내동댕이쳐질
미래도 아니다.
꽃이 먼저 피는 나무에게
4월의 꽃비는
초록 이파리에게 제 자리를 내어준
꽃잎들의 홀가분한 비행이다.
꽃잎이 내어준 자리 자리마다
한 장 한 장 잎사귀들이
매달릴 것이고
한 알 한 알 열매가
영글어갈 것이다.
열매가 한 알 한 알 떨어진 자리에서
꽃잎은
또다시 새로운 봄날의 비행을 꿈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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