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평소에 좋아하며 자주 만났던 고위관료 출신인 사회선배가
치매증상이 있어서 입원했다는 소식이 와서 문병 갔었고,
며칠전에는 친한 동기생 친구가 힘든 질병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아름다운 우정과 추억을 우리들 가슴에 아련히 남겨 두고 소천하여 문상 갔다 왔다.
이제 나이 좀 먹으니,
그 어떤 건강한 사람도 잘난 사람도, 질병 앞에 큰소리 칠 수 없고,
더욱 죽음 앞에서는 인간의 무력함과 덧없음을 다시 깨닫고 모든 욕망을 내려 놓고
순응할 수밖에 없다.
요즘, 치매는 나이 먹으면 이유 없이 찾아오는 무서운 노인성 질병임에는 틀림없다.
한때 세상을 주름잡던, 레이건 前 미국 대통령, 대처 前 영국 수상도 치매로 고생하다 숨졌고,
대통령이나 수상의 권세와 부와 명예로도 치매를 비켜가지 못하는가 보다.
오늘 학교동기생들의 카페인 열린 사이 사랑방의 窓을 열어보니,
이곳 저곳에서 질병에 관한 각종 정보 중에
특히 심혈관, 치매에 관한 의학, 건강상식의 글도 보인다.
입맛이 쩝쩝 하고, 머리가 씁쓸하다.
또한, 전에는 친구나 지인들의 부모님 상(喪)에 대한 알림이 눈에 띄었으나,
요즈음은 본인들이 불치의 병을 이기지 못하고 이 세상을 하직했다는 부고가
알림방에 종종 보이니, 남의 일 같지 않고 옆구리가 허전하며 서글프고 심경이 매우 착잡하다
세월이 흘러가듯, 인간도 그렇게 조용히 흘러가며, 서산에 해지듯
자연스럽게 사그라지면 좋을 텐데,
창조주께서는 인간이 무얼 그리 잘 못했는지,
왜 그 짧은 삶에 견디기 힘든 육체의 매듭과 형벌 같은 질병을 주시는지?
곰곰이 생각해도 그 이유를 가늠해 내기가 쉽지 않다.
오늘까지 하나님의 은혜가운데 삶을 영위하며,
영육간에 축복 주심을 감사하다고 고백하며 그렇게 살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나의 신앙은, 이때는 도당 체 어디로 숨어 버렸는가?
우리의 삶 특히 육체를, 인간의 눈으로 바라보면,
짧은 순간에 이 땅에 왔다가 바람에 날리는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나뭇잎이나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하잖은 벌레와 다를 바 없는 존재인데,
왜 인간은 불만과 불평 속에 딩굴다가 또한 이런 몹쓸 질병과 고통을 지고 가야 하는가?
오늘, 어스레한 창 밖의 하늘과 땅을 바라보며,
인간을 향한 창조주의 뜻이 무언가?
질병의 고통을 어디에 놓아야 하는가?
죽음을 무어라고 생각해야 하는가?
인간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죽음에 대한 운명의 체념과 인간을 향한 애잔한 상념이라는,
두 눈으로 이리저리 찾아 본다.
그리고는 신앙이라는 바지가랑이도 한번 잡아 당겨본다.
그런데, 이 때는,
나는 왜 이렇게 약한가?
왜 이렇게 줏대가 없는가?
왜 이렇게 본질적 한계에 부닫치는가?
나이 탓인가
세월의 무게 탓인가
삶을 너무 사랑한 탓인가
왔다 갔다 하는 성격 탓인가?
인생을 보는 눈이 유치한 탓인가?
신앙의 깊이가 얕은 탓인가?
머리로는 도저히 답을 얻을 수 없고,
운명이라 치부하고 눈 감아 버리든지 또한 기도 하든지.....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