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7월26일 발표한 ‘2022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보건통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3.5년을 기록했다.
기대수명은 그 해 태어난 아이가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연수를 뜻한다.
남성 80.5세, 여성 86.5세로 각각 예측했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OECD 1위인
일본(84.7년) 다음이자, OECD 국가 평균(80.5년)보다 3년 긴 것이다.
OECD 38국 가운데 우리나라 인구의 평생 기대수명이 10년 만에 19단계
뛰어올라 일본에 이은 2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따른
생활환경 개선과 높은 수준의 공공 의료 제공에 따른 것”이라며 “급속히
늘어나는 의료비와 연금 지급 등 각종 복지 비용으로 인한 장수(長壽)의 저주”에
빠지지 않도록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지난 2010년 한국의 기대수명은 80.2년으로 38개국 중 21위였다. 하지만
10년간 기대수명이 3.3년 연장되면서 국가 순위가 껑충 뛰어올랐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시골마다 보건지소 진료소와 의사가
있을 정도로 공공보건 기반이 잘 갖춰져 있고, 지속적인 경제발전 및 교육수준
향상에 따라 건강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지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고도로 효율화된 의료 시스템이 장점이지만, 국가가 책임지는
건강보험 체계에서 낭비 요인이 발생하면서 재정부담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병원 병상 수가 인구 1000명당 12.7개로 OECD 평균(4.3개)의 약 3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또 우리나라는 임상 의사 숫자가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 평균(3.7명)에 못 미치지만 국민 1명이 연간 14.7회 외래진료를 받을
정도로 의료 접근성이 뛰어났다. OECD 평균 외래 진료(연 5.9회)의 3배에 달한다.
하지만 김진현교수는 “우리나라는 동네 의원에서 검사한 뒤 대학병원에서
중복으로 검사하고, X레이를 찍어도 되는데 굳이 MRI(자기공명영상)를 찍는 등
과잉진료가 일상화돼 있고 불필요한 의료비용도 많다”며 “건강보험료를 계속
올릴 수는 없기 때문에 지출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CT(컴퓨터단층촬영)는 인구 1000명당 250건으로 OECD 평균(147건)보다 많았다.
국민 1인당 의약품 판매액은 760달러로 역시 OECD 평균(547달러)에 비해 높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1인당 경상의료비(3582달러)는 지난 10년간 6.9%씩
증가하면서 OECD 증가율 (3.3%)의 2배를 넘었다. 늘어난 기대수명만큼
건강한 삶을 누리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 받은 기간(유병기간)을 제외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한
기간을 뜻하는 ‘건강수명’은 66.3년에 그친다. 기대수명 83.5년 가운데
17.2년은 병으로 고생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건강수명은 2012년 조사(65.7년)에 비해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과체중 및 비만’ 인구가 10년 전 30.2%에서 2020년 37.8%로 증가하는
등 적신호가 나타났다. 순천향대 김용하교수는 “기대수명 세계 1위인 일본의
경우 과식을 피하고 운동하는 등 꾸준한 건강관리가 생활화돼 ’아프지 않은
노년’이 일반화돼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건강관리 습관이 부족해 장수에
따른 의료비 부담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5.4명으로 OECD 평균(11.1명)의 2배를 넘는 압도적 1위였다.
전문가들은 “장수가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되려면 갈수록 부실화되는 복지재정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다”고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지출은 2021~2030년 10년간 연평균 8% 안팎씩 급속히
늘 전망이다. 2030년 기준 건보 지출은164조원, 국민연금 지출은 61조원으로
각각 예상됐다. 지난 정부에서 ‘문재인 케어’를 통해 2017년 62.7%였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22년 기준 70%까지 끌어올리기로 하면서 ‘뇌 MRI’ 등에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돼 방만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2007년 이후 개혁이
중단된 상태다. 국민연금은 2018년 4차 추계 때 2042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57년에 고갈되는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공무원 연금도 학계를 중심으로
“국민연금 수준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용하교수는 “이대로 가다가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노인장기, 요양보험 등
3가지를 유지하는 데만 2060년 국민소득의 60%이상을 사회보험료로 쏟아 부어야
할 전망”이라며 “후세대가 도저히 감당 불가능한 사회보험 재정에 대한 대책이
조기에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