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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봄의 찬가(讃歌)----4월을 열며!

작성자恩波 안균세|작성시간23.04.01|조회수218 목록 댓글 0

꽃 비 우수수 쏟아지고, 파릇파릇 새싹 부르 돋아나고,

하늘하늘 봄바람 옷깃에 스며들고,

싱그러운 풀 내음 가슴에 파고 들고 봄 꽃으로 눈부신,

4월이 열린 첫날 느지막한 오후,

집 부근의 제법 큰 개울물이 흐르는 탄천(炭川)변을

바지 주머니에 두 손 넣고 어슬렁 어슬렁 산책하였다.

 

눈을 들어 앞을 보니, 서산에 걸린 일몰은 불그스레한 빛이 감돌고,

천천히 흐르는 물위에 비친 노을과 흘러가는 뭉게구름,

먼산에서 어스레 내려오는 땅거미는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듯 하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좀 일찍 찾아온

천변 양 옆 사방에 길게 뻗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온갖 봄 꽃들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유혹의 손길과 향기를 내 가슴에 눈동자에 피어 오르게 할 뿐 아니라,

창조의 멋진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것 같았다.

 

매화는 손과 가슴을 열어, 봄의 기지개를 펴고

산수유는 마음껏 입술을 열어, 봄의 옹알이를 옹알거리고

벗 꽃은 힘껏 두 손을 펴서, 봄을 박장대소를 하고

목련은 뭇 인간의 탄성을 끄집어 내듯, 부풀어 오른 가슴과 S라인을 뽐내고

더문 보이는 진달래는 화려한 신세대 여성의 옷 색갈로, 시선을 모으고

길옆 노란 개나리는 스킨십을 요구하듯, 만져달라고 유혹하고

언덕 위 수양버들은 물오른 처녀의 머리 결같이, 싱그러움을 자랑하고

나무마다 여기저기 하품과 기지개로, 봄기운을 내 품고

뿌리들은 영차 소리치며 힘을 모아, 물을 길러 올리고

갈라진 땅 사이로 풀 씨들이 움트려, 돋아나려 용쓰고

흙 속의 무수한 씨들이 먼저 땅 위로 고개 내밀려, 다투고

봄바람 소리마저 선원(禪院)의 앞마당을 지나듯, 옷깃을 여미고

어디선가 까치 한 마리 날아와 나뭇가지에서 사랑과 희소식의 전령인양, 까악거리고

 

이 모든 자연의 소리가 날로 도타워지는 따스함 속에 조용히 파문을 일으킨다.

 

지난 겨울에는 그 씨와 꽃과 잎들이 생명의 종말이더니,

지금은 그것들이 생명의 시작이 되었다.

그 작고 가벼운 것들 속에 시작과 종말이 함께 있다는

그 창조와 영원 속에 가슴이 찐하게 경이롭다

 

걷는 것조차 미안해,

개울가 벤치에 앉아 눈을 반쯤 감고 심호흡하며 상념의 세계로 빠져드는데,

흐르는 개울물 소리는

세상사의 온갖 무게와 영욕과 풍상을 품고 흘러가듯 귀에 들리고,

저 서산에 걸린 일몰은

인간사의 온갖 질곡과 고난을 안고 넘어가듯 물에 비치고,

사방에 널린 온갖 봄 꽃과 나무 풀들은

변화무상한 상황과 계절의 변화를 이긴 듯 눈에 비친다.

 

이러한 아름다움은 내 손에는 닿지 않지만

여러 걸음 떨어진 뒤 안 길에서 인생이라는 긴 여행의 벗이 되어,

4월에만 열리는 감성의 심연에서 퉁소가 되어 울리는

창조의 신비이며 섭리이지 않은가

그래서, 고개를 들고 4월의 봄 찬가를 콧노래로 불러 본다.

 

나의 눈동자에 잔잔히 피어 오른 일몰은 누가 보낸, 사랑의 편지인가

나의 가슴에 곱게 스며드는 붉은 노을은 누가 보낸, 사랑의 선물인가

나의 코 구멍에 잔잔히 마셔지는 싱그러운 향기는 누가 보낸, 사랑의 입김인가

나의 손끝에 살며시 만져지는 향긋한 꽃잎은 누가 보낸, 사랑의 감촉인가

나의 발 밑에 살포시 밟아지는 연한 풀잎은 누가 보낸, 사랑의 징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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