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3년전(2010년 7월 18일), 가족과 함께 연극 "여보, 고마워~"를 보고 쓴
관람후기로, 오늘 서재의 창을 통하여 비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니
그때의 감흥이 되살아나, 여기에 옮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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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맛비가 많이 내리고 있는, 지난 목요일 오후
녹음이 짙은 동국대학교 교정에 위치한 “이해랑 예술극장”을 찾았다.
내가 음악 연극 영화를 좋아하며 자주 찾아 즐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랑스런 며느리가 초대한 연극 “여보, 고마워~”를 아내, 며느리와 같이 보기 위해서다.
극장 이름은 들어 보았지만, 처음 가보았는데 우리나라 대학교 교정에 이런 훌륭한
예술전용건물이 있었나 하고 놀랄 정도의 초현대식 건물의 넓고 쾌적한 문화공간으로,
7월이 무르익은 늦은 저녁시간에 빗소리에 어울려 예술적 감성은 돋아나고 감흥을 깨운다.
“여보, 고마워”는 “친정 엄마”로 대한민국을 울린 고혜정작가의 두 번째 가족이야기로
2008년에 초연한 작품으로 올해로 세 번째 무대에 올렸다.
늘 가까이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던 내 남편, 이제는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도
꺼내기 어색해져 버린 내 아내, 먹고 살기가 바빠서 자식 키우기가 힘들어서 숨조차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달려온 이 세상의 모든 부부들에게 “여보, 고마워”를 통하여
서로에 대한 소중함과 애 뜻함을 일깨워 주며 진정한 행복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사랑하며 살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제작자 최진, 작가 고혜정, 연출 권호성이며, 주연배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우 박노식씨의 아들인 박준규, 영화 서편제에서 유명해진 오정해이다.
줄거리는,
7년째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백수인 남편, 대학스타강사인 아내가 가장 노릇하고
있고, 아빠를 사랑하나 “아빠의 직업이 무어냐”고 묻는 학교 담임선생님의 질문에
고민하고 불평하는 초등학생인 딸, 딸이 고생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친정 어머니,
남편을 구박한다고 며느리를 미워하는 시어머니, 언제나 만나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한 친구들, 그리고 남편에게 갑자기 닥쳐온 말기 암 발견, 이런 가족과 상황과 주위의
인간관계에서 얽히고 설킨 웃음과 눈물, 고민과 사랑, 고통과 행복의 이야기이다.
또한, 이들의 독백을 들어보면,
남편---“내가 살림을 해 보니까 여자들 힘든 거 알겠더라, 청소는 청소기가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라고”, ‘물가는 좀 비싸냐?”
아내---“남편대신 내가 벌잖아!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벌면 됐지 뭐~”
“내가 남편 흉은 봐도, 딴 사람이 남편 흉보는 건 듣기 싫더라”
딸---“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할 거야, 집인 일도 잘 도와주잖아,
그런데 선생님이 아빠 직업을 물으면 무어라고 거짓말하지?”
친정엄마---“난, 내 새끼 눈물 안 빼고, 내 새끼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는 거 그거면 돼~”
시어머니---“내 새끼 눈치 보는 꼴은 어째 보냔 말이냐! 아이고 속 터져!”
남자친구---“무슨 말하면 잔소리한다고 타박, 말 안 하면 관심 없다고 타박!”
“부부란 게 뭐냐, 그럴 때 말로라도 내 편들어주고 위로해 주면, 어디 덧나냐고~”
여자친구---“연애할 때 이 사람 없으면 죽는다고 난리를 쳐댔는데, 이젠 이 사람 때문에
죽겠다고 난리죠!” “5년 살면 좋든 싫든 무조건 배우자는 바꿔야 돼~”
그러던 중, 남편에게 갑자기 찾아온 위암 말기진단으로 인하여 가족전체가 고통에 빠지며
그러면서도 하나로 뭉치는 눈물겨운 과정을 그리면서, 남편은 지난 세월을 생각하며
“여보, 고마워”라고 가슴속 깊이 가장 큰 외침으로 부르짖는다.
우리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일어나는 가정사(事)이며, 자신과 가족, 주위 지인들 그 누구나
겪을 개연성이 많은 내용으로,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그리고 재미있게 연출했으며
배우들 또한 이름에 걸맞게 잘 연기해 주었다.
옆자리에 앉아 눈물 훔치는 아내와 며느리의 표정을 공연 내내 슬쩍슬쩍 가만이 훔쳐보며,
인생과 삶과 가족이란 명제 앞에 “나는 누구이며, 남편과 아버지와 가장이란 게 무어냐?”
하는 무거운 질문에 부딪치며, 지나온 세월과 앞으로의 시간들 앞에 서보니,
구름은 바람이 있어야 흘러가고
인생은 사랑이 있어야 흘러가고
가족은 고마움이 있어야 흘러가고…..라는, 삶의 결론이
여름의 한복판인 7월 중순의 길목에서, 사랑하는 가족과 밤시간의 감성을 돋게 하는
빗줄기 속에서 “여보, 고마워”연극을 통하여, 애면글면 살아온 지난 세월의 무게와
질곡을 바라보는 나의 가슴에 아스라하게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