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해들어 맞이하는 정월 대보름날이다.
휘영청 밝게 둥글게 뜨있어야 할 보름달은 보이지 않고
비와 눈이 내리는 어둠컴컴한 하늘의 궂은 날씨다.
하늘 높이 떠오르는 대보름달을 쳐다보며
그간 억누르며 뭉쳐 놓았던 간절한 소망과 바램을
큰 소리로 저 밝은 하늘로 토(吐)해 낼려고 벼르고 별렸는데
짙은 구름과 비, 눈에 가려 보름달은 고사하고,
그 달빛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 거실의 커텐을 내리고
서재에 들어 와, 3년전(2021년) 정월 대보름날, 둥근 달을 쳐다보며
자판기를 뚜드렸던 저의 글을, 여기에 올리며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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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달을 쳐다보며!
오늘은 정월 대보름날, 밤 늦은 시간,
구름으로 가림 없는 창 밖 중천엔, 정월 둥근 보름달이 휘영청 떳다!
저녁식사후 보름달이 떠있는 동네 천변(탄천 炭川)을 아내와 한바퀴 걷고 와서
고층 아파트 거실에서 쇼파에 반쯤 비스듬이 누워 눈을 지긋이 감고,
환기차 약간 열어 놓은 창문으로 들어 오는,
부서지는 달빛과 떠나가는 겨울밤의 찬 바람을 느끼며 중얼거리다시피,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는 자식키우며, 세월에 이리저리 부딛끼다 보니,
그 많던, 높고 아름다운 꿈은 어디로 날아가 버렸는고?
이제까지 세상살이에 너무 골몰하여, 옆도 뒤도 안보고 살아 왔나봐~
왜, 오랜세월 이렇게 살아왔지?"
그러자, 맞받아 그런다
"그도 좋지 않아?
그 인생살이 덕분에, 고단하여 잠 푹 자고,
자식 키우며 이튿날 뜨는 해 맞고, 지는 해 보고
보름날 그믐날, 차고 이지러지는 달도 보았쟎아.
밤하늘에 그득한 별도 수없이 보았고
어느 달인가? 그때 하늘도 높고 바람도 참 시원했지요"
참으로 "우문선답(愚問仙答)"이다.
듣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잊어 버리고 흘러간 세월, 이 맛에 살아왔고 살아가나 보다.
"해 뜨는것 보며 일터에 가고,
해 지는것 보며 집에 돌아오고
자식 키우며 기쁨과 희망도 맛보고,
골몰하며 무척 고생도 하고
밤하늘 수많은 별과 차고 이그러지는 달을 보며,
장밋빛 꿈도 띄어 보고
시원한 바람에 심호흡하며 자신을 추스렸던,
수없이 흘러간 일상(日常)들...
그리고 함께한 세월의 무게들...
예측불허했던 변화무상한 상황의 굴곡들...
이러한 허망해 지려는 질곡의 삶이..."
이 땜에 따사로이 도타워지는가 보다.
입가에 찾아 오는,
잔잔한 미소의 흐름으로
행복과 꿈의 달빛 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를 향해
나는 눈을 껌벅거리며 튀어 나오는 헛기침에,
내 자신도 그 의미를 모르는 "삶의 의미와 행복"을 저 달빛에 실어,
휘영청 차가운 창밖, 바람에 띄워 저 하늘로 조용히 날려보낸다.
그러면서 또한
저 보름달속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지난날, 저 둥근 달을 보며
얼마나 많은 꿈을 실었고,
얼마나 많은 자신과 굳은 약속을 하였던가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먹었나 보다.
이 시간 저 밝은 정월 대보름달을 보며,
자신의 살아온 뒤안길을 돌아보게 된다.
지나온 일생이 저 달 속에 투영되며, 보인다.
오랜세월, 세상의 힘들고 변화무쌍한 상황에 짓눌려 살다보니
그 꿈많던 나의 인생은 어디로 가 버렸나? 보이질 않네~
머리 하얗고 허둥지둥 걷는 등굽은 노인의 뒷 모습만 보이네~
참으로 허망하다!
그렇게 이루려고 애썼던 꿈과 다짐했던 수많은 자신과의 약속을 떠올리면서~
그 꿈과 약속을 이루거나 지키지 못한,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이
저 둥근 달 속에 오늘은 유난히 크게 보인다!
마음을 가다듬어 창가에 가까히 다가서서
휘영청 밝은 저 둥근 달을 한번 더 쳐다보면서
나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물어 본다!
“오늘날 우리의 삶과 우리나라 상황, 국제정세는 불안하고
세상사와 인심은 그렇게도 모나고 사납고
앞날은 암담하고 컴컴하고 갈라지고 차별하는데…..
너만은 왜 그렇게 둥글고 환하냐?
이것저것 선악, 정의와 불의를 분별치 않고
높고 낮음 없이 모두 비춰주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