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시> 사순절의 단상
--김복음장로--
봄을 꽃피운 동산에
초록 가지마다 연순 틔우고
파란 햇살 드리운
산천이 너울 춤 추도다
이 땅의 슬픈 고통을
한 품에 껴안고
삶에 지친
영혼의 심곡을 울리며
혼신에 젖은 피땀방울로
밤을 지새우던
겟세마네 그 동산
영문 밖의
흠 없는 어린양이
버거운 세상 죄 짐
홀로 걸머지고
가파른 골고다 언덕길에
넘어질 때마다
구둣발길이요
쓰러질 때마다
살찜 찢는 채찍이라
갈보리 산 붉은 십자가
녹 쓴 대못 박는
망치소리
만상이 귀를 틀어막고
멧새들도
고요히 숨소리 죽였네
모진 세월 세찬 비바람에
서른 셋 청춘을 꺾어
속옷까지 제비 뽑아
다 퍼주고 가신
그 십자가 사랑
이제는 뼛속까지 스며들어
눈물샘 파놓고 떠난 임
그 고운 빛 향기로 남긴
그리움이
내 가슴 깊이 수를 놓는다
언제 뭇 영혼을
이 가슴에 품었던가
그토록
주님을 사랑한다고
입버릇처럼 사랑노래 불렀건만
모두다
가식된 빈 말이었네
날 위해 쏟은
생명까지 버리신 사랑이라
이 못난 내 모습이 부끄러워
어찌
무엇으로
그 은혤 다 보답하리오
죄악에 허우적거리는
내게 붙여진 한 영혼의
그 피 값을
내 손에서 찾기 전에
내 손에서 찾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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