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쑥부쟁이에게 묻다
인사동 인파 길에서도 눈길 안 가는 모퉁이
쑥부쟁이 몇 무더기 고개를 들고 선 구석쟁이에
헌 책 난전이 무허가로 앉아있다
앉는 데에 무슨 허가랴만
조선시대 화공이 그린 남녀상열지사 복사 화첩이든
광복 직후 나온 어린이 책이든
빛바랜 동몽선습이든
책으로 된 건 여전 덤핑이라
동행의 평론가는 선뜻 지폐를 꺼내는데
머뭇거리는 나
재고 서적도 내다버려야 할 형편이
쑥부쟁이 만고강산만도 못하다
헌 시대가 현 시대에 빛을 발하는
인사동 복잡계의 마당에서
고물이 보물 되는 건 가치의 교환인데
변동률이 고정된 내 제반 사정이
북플레이션을 막고 있으니
인생의 디프레션인가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코리안드림 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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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