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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글 화합을 노래하다--제9회 세계한글작가 대회 참관기

작성자源坪齋 김유조|작성시간24.05.24|조회수7 목록 댓글 0

한글 화합을 노래하다 --- 제9회 세계 한글작가 대회 참관기

 

KBS 한민족 방송

광주 민주마루

국제PEN한국본부(이사장 김용재)가 주최하는 ‘제9회 세계한글작가대회’가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와 전남대학교의 민주마루, 그리고 광주문학관 등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는 2023년 11월 14일 ~ 17일, 3박4일간에 걸쳐 한글로 문학 활동을 하는 세계의 문인 500여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였는데 문화체육관광부, 광주광역시, 한국SGI, 전남대학교가 후원하고 김용재 대회장, 이상문 조직위원장, 김종회 집행위원장, 김종 광주추진위원회위원장, 박신영 PEN광주지부장, 김경식 한국PEN사무총장 등이 협조와 역할을 나누어 다채롭고도 심도 있게 진행되었다.

대회의 주제는 '한글, 화합을 노래하다'로써 그동안 팬데믹으로 단절되고 이반된 문학 활동의 결속과 미래 비전을 다지는 의미에 더하여 그간 경주와 서울에서만 개최되었던 대회가 광주지역으로 처음 이동하여 개최되는 데 따른 새로운 의미 추구의 표상이기도 하였다. 본부 임원진이자 조직위원의 일원으로 이번 대회에 관여한 필자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과정에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

첫째 날에는 전국의 문인들과 해외교포문학인, 그리고 외국의 문학인들이 광주로 집결하여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개회식을 거행하였다. 개회식 진행은 집행위원장인 김종회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국민의례에 이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 회장이 자작 시 ‘한글, 그 영원함이여’를 낭송한 후에 대회 영상 ‘2023년 제9회 세계한글작가대회 [위대한 한글, 위대한 한국문학]’을 모두들 감상하며 막을 열었다.

김용재 대회장은 세계 곳곳의 한글작가들이 남도의 예향 광주에 모여 학술발표와 시낭송 등 문학 제전을 벌이게 되었다면서 특히 주빈국으로 초청한 우즈베키스탄에서의 고려인의 한글문학에 집중적 관심을 갖게 된 점을 적시하고 한글의 세계화에 진일보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대회사를 하였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환영사에서 서울 광화문 광장의 한자 현판이 한글 「광화문 」 으로 바뀌기를 고대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세계한글작가대회 참석을 위해 광주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한다는 인사말을 하였다. 소설가 이상문 조직위원장은 우리의 영토를 넓히는 한글이라는 환영사를 하였고 지역 국회의원들도 다양한 격려사를 하였다. 한편 이번 대회부터 채택한 주빈국 제도에 따라 첫 번 째로 선정된 우즈베키스탄의 마지도프 가이랏 우즈베키스탄 작가동맹 부회장 일행이 국영방송국 취재진들과 참석하여 자국의 문화소개와 더불어 우리나라와의 문화 교류에 초석을 놓았다.

이날 개회식이 거행된 김대중 컨벤션 센터는 웅장한 규모와 함께 광주가 품은 다양한 서사를 내포하는 듯 보였는데 김귀숙 낭송가가 김종 시인의 ‘광주가는 길’을 낭송하여 넓은 홀을 훈훈하게 데웠다. 몇 부분을 뜻 깊게 인용해본다.

“광주 가는 길//희망을 섬기는 외로운 사람들이/깃발을 앞세우고 기도하는 곳. 광주//그렇다 광주는 음악소리 아름다운 별들이 내리는 곳이다/그렇다 광주는 한나절 태양이 팔 벌려 어깨동무하고/고통이나 시련도 사랑으로 곰삭아 익어가는 곳//이름하여 광주, 광주를 보러가는 사람들은 행복하다/광주를 찾아가서 인기척을 배우고 손 내밀어 악수하고/볼 부비고 얼싸안고 그리고 귀 기울이면/거기 물소리처럼 지나가는 맑은 기운의 광주가/우리네 간절한 세월을 한자리 꽃밭으로 일구어 간다/후략”

이어 김수하 외 6인이 펼친 시극, ‘아, 광주여, 무등이여!’는 광주이기에 부르짖을 수 있는 한과 씻김과 화합의 미래 비전에 대한 시적 형상화가 발현된 퍼포먼스로서 넓은 무대 위에서 아낌없이 펼쳐졌다.

한편 광주에는 ‘고려인 마을’이 형성되어 있어서 약 8000명가량의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그 고려인 마을 출신의 어린이 합창단이 메들리로 동요와 우리 민요와 또 가요를 노래하여 주어서 이번 한글작가대회가 또 하나의 통합과 화합과 재회의 문학마당임을 일깨워 주기도 하였다. 벌써 4세대 5세대 후예로 이어져 내려 온 어린이들 중에는 이미 서역의 이미지와 이목구비가 들어나 있기도 하였다. 광주에서 맞이하게 된 이런 놀랍고도 특이한 체험은 참을 수 없는 격정으로 승화되기에 시를 쓰는 필자도 다음날 새벽에 졸시를 한 수 지어서 이번 대회 참석자들의 카톡방에 신새벽 시간을 무릅쓰고 올리는 만용을 부려보았다. 여기 잠시 옮겨본다.

“시, 서역 맑은 얼굴//광주 광역시 고려인 마을/소년합창단 목소리에는/고운 일깨움이 있다//4세대 5세대 이어져 내려온 동포들의 이주와 역 이주의 역사여/맑은 어린이들 얼굴에/그 길고 아픈 서사를 새길 필요는 없으리만은/벌써 꽃잎 중에는 서역 흔적 묻은/다채한 모양도 보인다//무궁화 동산에도 형형색색 꽃밭 일구는/시대의 정원 들어서고/나의 살던 고향 노래가/한의 정서 아닌/대한의 결기와 포용 화합이기를/빛고을은 이미 비추어내고 있네“.

이튿날인 수요일은 하노이 폴리테크니크대학교 레땅한 교수의 짧은 축사에 이어 특별기조강연이 이어졌다. 첫 연사는 김홍신 소설가로서 ‘문학은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꾸는 행위’라는 내용이었고 이어 한강소설가는 ‘시와 단편소설 그리고 장편소설을 함께 한다는 것’이라는 미리 설정된 주제를 살짝 뛰어넘어서 최근 프랑스 메디치 상을 받은 ‘작별하지 않는다’의 집필 전후의 배경을 진솔하게 표명하여서 청중들은 뜻밖의 귀한 시간을 향유하게 되었다. 주최 측의 한사람으로 한강 작가의 강연이나 인터뷰 섭외가 대체로 쉽지 않다는 세평을 익히 알고 미리 걱정도 했으나 작가의 한국PEN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관심으로 좋은 시간을 가졌다고 자평해본다. 세 번째 특별 강연은 몽골의 유명한 작가 잠다 시시돈독의 문학세계에 대하여 푸렙잡 바트체첵 교수의 소개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몽골문학에 대한 접근로를 닦기도 하였다.

이어서 이날의 주제1은 주빈국인 우즈베키스탄 문학에 관한 집중논의 과정으로 부제는 ‘게토에서 피어난 한글, 한국문학’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소설가 포질 파르호드가 ‘우즈베키스탄 문학 고찰’이라는 포괄적 소개를 하였는데 이들도 천년이 넘는 오랜 문학적 역사가 있음을 과시하였다.

허선행 우즈베키스탄 세종학당장은 우즈베키스탄에서의 한국문학의 위상과 발전전망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이 역경 속에서도 민족문학을 싹틔우고 이어간 역정을 ‘조명희 문학관’이라는 상징적 공간으로 소개했으며 이제 한글로 된 고려인 문학은 소멸되는 시점이지만 K-문학의 등불을 밝힐 한국어 학습열기가 미래의 비전을 새롭게 열어두고 있다는 희망적 근황을 알려주었다.

이은선 소설가는 ‘아랄해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녀의 작품이 우즈베키스탄의 아랄해를 배경으로 하면서 이어나간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김병학(광주 월곡고려인문학관장) 시인은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역사와 문학-고려인 모국어 신문에 전개된 한글문학을 중심으로’라는 발문에서 지난 70년에 걸친 고려인 문학이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된 이후에 신문과 잡지를 통하여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통사적으로 소개해 주었다. 끝으로 김 블라디미르는 ‘모국으로 귀환한 고려인의 목소리’라는 제목으로 광주의 고려인 마을에서 생활하는 자신의 작품을 자작낭송하며 조국에 대한 감회를 술회하였다.

이날의 주제 2에서는 ‘한글 문학의 세계적인 확장성’에 대해서 알브레히트 후베, 존 프랭클, 방민호 조경순 교수 등이 발제를 하였는데 모두 소개하기에는 지면이 허락하지 않는다.

제3일차에는 무대를 전남대학교의 대강당 ‘민주마당’으로 옮겨서 진행하였다. 이름 그대로 민주의 성지를 자임하는 청년들의 기개가 캠퍼스와 강당에 그윽한 느낌을 주어서 포럼은 이제 또 다른 감회의 공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날의 특별문학강연으로는 현기영 소설가가 ‘마지막 시민으로서의 작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였다. 현시대의 시대상이랄까 대중의식이 SNS에 따른 엔터체인먼트 위주의 세계에 몰입되어서 진정한 의미의 시민의식이 몰각된 현상을 현 작가는 통렬하게 지적하고 이에 작가들은 마지막 시민의식을 갖고 창작에 임해야한다는 절규 같은 목소리였다. 창작의 자세로는 거시적 담론과 미시적 담론을 제시하고 작가는 모름지기 거시적 담론에 서야하고 오늘날의 미시적 미학중심의 문단풍조로부터는 거리를 두어야한다는 주장에는 반론도 만만치 않겠으나 그가 쓴 ‘순이 삼촌’이 마침내 제주 4-3사건의 묻힌 역사의 그늘을 일깨워서 이내 수많은 새로운 역사적 조명을 받은 작품들이 세상에 얼굴을 내민 경과는 큰 울림으로 장내를 채웠다.

주제3으로 대두된 ‘AI와 한글 산업’도 크게 반향을 일으켰다. 박동신 소설가의 ‘웹소설의 현재와 미래’ 및 김철수 디지털역량소장의 ‘AI와 글쓰기’ 강연은 우리시대가 당면한 새로운 도전과 대처라는 측면에서 뉴프런티어로서의 변경확장과 새로운 방법론의 실제적 해설로 청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여러 가지 제시와 해법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여기에서 모두 담아내지 못하지만 한 가지 앞으로 AI시대에 글쓰기의 방향이 궁극적으로는 AI와 작가의 협업체제가 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예측에 현장의 문인청중이 압도적으로 동의했다는 점에서 문학의 미래상이 크게 요동치리라는 예감을 감출 수 없었다는 점을 꼭 기록해 두고 싶다.

주제4 ‘한국문학과 청년’이라는 큰 주제 아래 노창수(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김성달(소설가, 한국소설가협회 기획처장) 빅재흥(시인, 문학평론가 서울 미디어 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이승복(홍익대학교 교수) 발표자들이 다양한 발제를 하였는데 우리문학의 미래는 청년에게 달려있지만 청년의 개념 자체는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더 길다는 비전을 가진 작가면 모두 포함된다는 대명제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청년문학 곧 통일문학이라는 이승복 교수의 정리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언급이기도 하였다.

주제발표로 시작된 각 세션에는 사회자와 좌장이 원활한 진행을 맡았고 지정토론자 및 객석의 질의가 왕성하여 3일에 걸친 포럼은 더욱 열기를 띄었으나 지면관계상 여기에 모두 담지 못함을 애석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발표자료집과 격월간 ‘PEN문학’에는 모두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특별히 멀리 미국에서 온 김영중, 윤관호, 정종신, 김자원 문인과 카나다에서 온 이정순 문인, 영국에서 온 박우민 문인들만 거명해본다.

주제 발표가 모두 끝난 다음에는 주빈국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한, 시 낭송이 비가 내리는 캠퍼스에서 서정을 돋우었으며 우즈베키스탄의 국영방송에서 나온 취재진들의 인터뷰와 현장 스케치가 눈길을 끌었다. 필자도 인터뷰의 한 막간을 장식하였음을 밝혀두고 싶다. 대단원의 폐회식은 양경미(영화평론가) 연세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김용재 대회장, 박신영 국제펜한국본부 광주지부장이 민주마루를 울리는 폐회사를 했고. 자리를 옮겨 만찬장에서는 음양으로 대회에 도움을 준 신아미디어 그룹의 서정환 회장과 그간 노력을 아끼지 않은 지역문인들 중심으로 건배사를 나누는 피날레의 장면도 연출되었다.

마지막 네 번 째 날은 광주지역 문학기행 행사의 행로였다. 오후 기차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최근 개관한 ‘광주 문학관’과 ‘용아 박용철 생가’ 방문으로 짧지만 굵은 여로를 감동 깊게 답사하며 감회를 나누었는데 지면 관계상 더 이상의 피력은 참아야할 것 같다. 기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기록의 장을 마련하지만 이 또한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아있는 기억의 잔영은 그 자체로서 선택과 집중의 패러다임이라는 얼개로 또 하나의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 나눔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제10회 한글작가대회는 한국PEN창립 70주년이라는 의미와 더불어 더욱 고양된 모습으로 가꾸어지리라 기대와 약속을 남긴다.

끝으로 이번 대회 경과는 KBS중앙방송의 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AM 972, 1170Khz)에서도 필자가 한 시간 가량의 대담시간을 갖고 기록으로 남겼음을 부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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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은빛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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