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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992 늙은 까마귀의 한숨

작성자신동|작성시간26.06.18|조회수24 목록 댓글 0

2026.  6.  18.  03;30

   밤새도록 소쩍새가 울더니

이번엔 뻐꾸기가 마구 울어댄다.

 

소쩍새가 뻐꾸기와 교대를 했을까,

앞산이 잠시 조용해지더니 바로 솔부엉

이가 울어대고, 산비둘기, 직박구리까지

잠에서 깨어 목청을 높인다.

 

새벽 기온이 24도까지 올라가고 후덥

지근해 창문을 조금 열어놨더니 온갖

새들이 우는 소리가 들어와 평소보다

잠이 일찍 깼다.

 

04;00

숲으로 들어섰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숨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내 숨소리가 조금 커질 때쯤 나무 위

에서 늙은 까마귀가 아주 느리고 굵은

목소리로 까~악 댄다.

 

평소보다 30여분 일찍 숲에 들어왔으니

오늘은 새들의 목소리나 감상해야겠다.

 

까치와 참새 목소리는 경박스럽고

산비둘기는 조금 구슬프게 들린다.

 

직박구리는 꾀꼬리보다 청량하고,

개개비와 딱따구리가 기관총 소리를

낸다면 지빠귀와 까마귀는 능청맞다고

해야 할까.

 

천천히 두 음절로 길게 여운을 남기며

까~악 대는 까마귀는 늙은 까마귀가

분명하고 조금 젊은 까마귀의 경쾌한

소리도 옆에서 들린다.

                <   인동초   >

 

2년 전 여름 '돌발성 난청'이 와서

'스테로이드' 집중 치료를 받은 후

청각은 더 좋아졌고 아주 작은 소리도

감별이 가능해졌다.

 

이번엔 늙은 까마귀가 까~악~휴! 하며

한숨 쉬는 소리도 들린다.

 

수명이 다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기

직전인가 가래가 잔뜩 낀 소리를 낸다.

 

까마귀는 가족들과 집단생활을 하며,

자식 까마귀는 부모가 죽을 때까지

효(孝)를 다하는 반효조(伴孝鳥)이다.

 

휴대폰의 랜턴 기능을 작동하고 나무

위를 관찰하다가 까마귀 한 마리가 내

앞으로 날아와 스칠 듯 지나가기에

바로 껐다.

 

아차차!

이러다가 까마귀한테 공격을 받는 게

아닐까?

 

까마귀는 엄청 영리한 조류이다.

딱딱한 먹잇감을 공중에서 떨어뜨려

깨 먹기도 하지만,

 

막대기를 휘두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자극하는 행동을 하면 기억력이

좋아 꼭 복수를 하는데 내가 랜턴으로

비춘 행위도 공격으로 볼 수 있겠다.

 

특히 이놈들은 번식기인 3월에서 7월

사이 육추(育雛)하던 새끼가 둥지를

떠나는 즉 이소(離巢)할 시기가 오면

알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적인

방어 행동으로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따라서 까마귀의 공격에 대비하려면

우산이나 모자를 착용하고 까마귀와

직접 눈을 맞추지 않는 것이 좋다.

 

이동 중에는 음식물 노출을 피하고,

까마귀의 위험구간에서는 뛰지 말고,

걸어서 신속하게 이동하라는 주의를

까먹었다.

 

한라산 관음사 입구에서 살아가는

수백 마리의 '큰부리까마귀'는 지금쯤

어떻게 살아갈까 그리워진다.

 

            2026.  6.  18.

               석천  흥만  졸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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