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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철학사 입문(12) 현대(20세기) 철학 (진리의 다양함)

작성자만촌 전석락|작성시간18.04.02|조회수123 목록 댓글 0

제6부 현대(20세기) 철학, 진리의 다양함


1. 삶에서 진리를 구하라


20세기에 전개된 철학은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학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다양한 사상들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철학은 많은 학문에 자극을 주었고 많은 학문은 그 역으로 철학의 발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한 20세기 과학의 영향 아래 물리학은 미시세계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알려주었고, 생물학은 진화론을 통해서 새로운 인간상을 보여 주었다. 심리학, 특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지평선을 열었고, 성 문제는 인간의 권리와 자유의 차원에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20세기에 들어와 자연과학은 철학의 대상이 되며 동시에 철학적 척도의 역할을 하게 된다.


20세기 철학의 큰 주제는 무엇보다 인간의 삶의 문제이며, 인간과 세계의 관계이다. 베르그송에서 출발하는 삶의 철학은 끝없는 ‘생명의 도약’을 말하며, 실존주의에 와서는 ‘나의 존재’의 의미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의된다. 이들은 한결같이 실존의 의미를 자유의지에서 발견함으로써 결국 삶은 나의 선택이며 결단임을 말한다. 어떤 기술 문명도 나의 삶을 대신해 주지 못한다. 이것은 나의 삶은 내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사르트르는 이런 의미에서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고 말한다.

다양한 사상들이 넘쳐나는 현대의 철학을 하나의 관점으로 고찰할 수는 없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몇 가지 공통된 사항이 있다.


첫째로는 오늘의 철학은 그 영향력이 학문 전체에 미치게 할 수 없으며, 둘째는 현대의 철학은 과학의 토대 위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고, 셋째는 오늘날 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를 말살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내포하게 되었는데, 이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정신적 자각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계의 자동화, 전자계산기와 컴퓨터의 출현, 사이버네틱스와 같은 새로운 학문의 등장으로 인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철학적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20세기 철학은 실존주의, 현상학, 비판이론, 분석철학, 논리적 실증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1)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인간의 행동이 합리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프로이트(1856~1939)의 정신분석학에서도 제기되었다.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무의식이 그 행동과 정서를 규정한다고 프로이트는 단언했다.
지금의 체코공화국에 속한 소도시에서 유대계로 태어나 세 살 때 빈으로 이사했다. 프로이트는 빈 대학 의학부에서 공부하다가 파리로 가서 히스테리를 연구했다. 그런데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카타르시스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고 보고 자유연상법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바로 정신분석학의 선구가 되었다.




1900년 <꿈의 해석>이 나온 이후에 많은 학자들이 그의 주위에 몰려들었고, 프로이트는 이들을 중심으로 국제정신분석학회를 창립했다.
그의 정신분석학은 단순히 의학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철학·심리학·문화이론·사회이론으로 크고 넓은 체계를 갖춘 세계관이 되었다.
무의식이란 ‘의식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나, 꿈이나 정신분석의 방법을 통하지 않고는 의식하지 않는 의식’을 말한다. 이 무의식의 발견이야말로 프로이트의 커다란 업적인데, 그는 이 무의식이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즉 무의식이 실수·꿈·강박행위 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행위의 당사자가 자신의 행위 동기를 전혀 알지 못하는 무의식은 인간의 성 충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프로이트는 말한다.



                                                          <악몽> 1781년,   헨리 푸젤리(1741~1825)



그의 가장 큰 업적은 ‘무의식’의 발견이다. 그는 히스테리 연구를 통해서 심리적 원인이 신체적 질환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이때 히스테리의 원인이란 보통 어린 시절의 충격적 경험(트라우마)인데, 대개는 성과 관련된 내밀한 것들이었다. 히스테리 환자는 일찍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가 억압을 통해 증상이 치유되곤 했다. 이것이 프로이트가 처음으로 인간의 무의식에 접근하게 된 계기였다. 무의식의 작동방식을 연구하던 프로이트는 이것이 단순한 정신질환 환자의 경우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나아가 히스테리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최면술·압박술·자유연상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꿈이나 실언 등의 무의식적 행위가 어떤 억압된 것의 표출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그는 정신분석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1900년 『꿈의 해석』이 나온 이후에 많은 학자들이 그의 주위에 몰려들었고, 프로이트는 이들을 중심으로 국제정신분석학회를 창립했다. 그의 정신분석학은 단순히 의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철학·심리학·문화이론·사회이론으로 크고 넓은 체계를 갖춘 세계관이 되었다. 이는 달리나 피카소의 그림, 버지니아 울프나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유진 오닐의 연극 등에서도 그 영향을 찾아 볼 수 있다. 그의 저서로 『꿈의 해석』, 『히스테리 연구』, 『정신분석』, 『자아와 이드』 등이 있다.
 
그 덕분에 인간은 자신의 내면을 보다 솔직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내면에는 ‘자아’라는 단단하고 확고한 실체 대신 차마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이 있다는 사실을 프로이트는 처음으로 폭로했던 것이다. 인간의 시야를 더 넓혀 주었다는 점에서 프로이트의 업적은 다윈과 아인슈타인이 가져온 사상적 혁명에 비견할만하다. 그는 무엇보다도 성에 대한 언급을 공개적으로 논의하였다. 성의 역할에 대한 강조는 프로이트의 사상이 초기에 냉대를 받은 원인인 한편, 프로이트가 세상만사를 그쪽으로 해석하려 한다는 가장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 요인이었다.


정신분석에는 한 가지 심각한 약점이 있었다. 그것은 경험적인 토대 위에 서있지 않았기 때문에 실험을 통한 검증을 할 수 없었다. 그 결과 프로이트의 마음 이론을 이루는 구성 요소들이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고, 정신분석 이론을 이루는 많은 구성 요소의 기본 가정들이 여전히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일각에서 정신분석이 사이비 과학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프로이트의 핵심 개념 중 세 가지는 근거가 확실하며, 현대 신경과학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첫 번째는 정서 생활의 대부분을 포함하여 우리의 정신생활 대부분이 어느 시점에서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개념이다. 의식은 미미한 역할을 할 뿐이다. 두 번째 주요 개념은 공격 충동과 성적 욕구라는 본능이 먹고 마시려는 본능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정신에, 우리의 유전체에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본능적인 충동은 인생 초기에 뚜렷이 드러난다. 세 번째 개념은 정상적인 정신생활과 정신 질환이 하나의 연속체를 이루고 있으며, 정신 질환이 정상적인 정신 과정의 과장된 형태일 때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이 핵심 개념들에 힘입어 프로이트의 마음 이론이 현대 사상에 기념비적인 공헌을 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경험적이지 않다는 명백한 약점이 있음에도, 그 이론은 한 세기 뒤인 지금도 건재하다. 아마 정신 활동을 설명하고자 여태껏 제시된 이론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일관성이 있는 견해일 것이다.

자신의 이론을 향한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비난을 의식한 듯 프로이트는 말년에 아인슈타인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쓴 적이 있다. “물리학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감히 귀하의 주장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수가 없습니다. 반면 심리학을 모르는 사람조차도 제 주장에 관해서는 가타부타 말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니 귀하께서는 정망 복 받으신 분입니다.”


2) 베르그송의 삶의 철학


20세기 초 프랑스 철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간 철학자인 앙리 베르그송(1859~1941)은 유대인의 아들로 파리에서 태어났다.



중·고등학교 시절 이미 수학에 관한 책을 쓸 정도로 그는 수학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다. 베르그송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 중심의 대학인 콜레주드프랑스의 철학교수가 되었다. 베르그송의 철학은 ‘삶의 철학’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그가 철학적 주제를 역동적이고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삶 그 자체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는 과학 특히 생물학을 철학과 연결시켜서 새로운 형이상학을 발전시켜 나갔다.



저서로는 《시간의 자유》,《물질과 기억》,《창조적 신화》,《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등이 있으며, 1928년에 철학자로서 두 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는데, 그 당시 그의 저서를 교황청이 금서 목록에 올렸기 때문에 더 많은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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