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양자역학 핵심이론과 발전
1. 코펜하겐 해석
1) 전자나 빛은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합친 이중성
아인슈타인은 ‘빛은 파동의 성질과 함께 입자의 성질도 갖는다’고 했다. 이것을 광양자, 지금은 ‘광자’라고 부르는 양자로서, 자연계에는 광자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양자(전자, 원자핵 등)가 있다. 광자는 간섭 실험에서는 파동처럼 행동하고, 광전 효과에서는 입자처럼 움직인다. 파동도 아니고 입자도 아닌 기묘한 것, 그것이 광자이다.
자연계의 물질을 크게 전류가 흐르는 ‘금속’과 흐르지 않는 ‘절연체’, 그 중간의 성질을 가진 ‘반도체’로 나눌 수 있다. 물질 속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자유전자’를 다수 가지고 있는 것이 금속이고, 자유전자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 절연체이다. 금속에 어느 정도의 전류가 흐르는지는 고전이론으로는 계산할 수가 없다. 양자론에서는 구체적으로 전자를 ‘고체 전체에 퍼지는 파동’으로 생각하고 금속의 성질을 규명해 간다. 거시적 물질인 금속도 그 성질은 양자론으로 규명할 수 있다.
금속의 이미지
2) 상태의 공존
하나의 물체는 같은 시각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인데, 미시세계인 양자의 세계에서는 이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다.
한 개의 전자는 상자의 오른쪽과 왼쪽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이는 전자가 여러 개 늘어난 것이 아니며, 뚜껑을 열고 전자가 어디 있는지 관측하면 어느 쪽에 있는지가 확정된다. 전자는 관측하기 전에는 오른 쪽에 있는 상태와 왼쪽에 있는 상태가 공존하고 있으며, 관측하면 그 때 비로소 어느 상태가 관측될지 확정되며, 이는 확률적으로 예측할 수는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태의 공존은 너무나 기묘해서 납득하기 어렵다. 그래도 어쩔 도리가 없다. 양자역학에서는 상식을 버리고 ‘물체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상자 속의 전자가 관측 후에 외쪽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해도 ‘원래 전자가 왼쪽에 있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좌우 양쪽에 공존하는 상태’가 관측에 의해 ‘왼쪽에 있는 상태’로 변한 것이다. 즉 관측하는 행위 자체가 전자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 전자는 간섭 한다
전자의 이중 슬릿 실험을 하면 스크린에 간섭무늬가 나타난다. 전자가 단순한 입자라면 간섭무늬는 나타나지 않는다. 전자는 광자와 같이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공존하고 있다.
(2) 전자의 파동과 발견 확률
파동의 각 지점의 기준선으로부터의 길이가 길수록 전자의 발견 확률이 높아진다. 다시 말해 마루와 골의 정점에서 발견 확률이 가장 높아진다.
(3) 관측하면, 전자의 파동은 한 점으로 수축한다
전자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관측’을 하면, 공간에 너비를 가지고 퍼져 가던 전자의 파동이 바늘 모양의 너비가 없는 파동으로 ‘수축’한다. 그리고 파동이 수축한 위치에서 전자가 발견된다.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전자의 위치를 측정하는 행위가 전자의 파동성을 없애고 입자로 만들어 준다. 오늘날 물리학자들의 양자 해석은 측정을 하면 전자에 결어긋남이 생긴다고 생각하며, 이런 식으로 측정을 이해하는 것을 ‘결어긋남 이론’이라 한다.
(4) 불확정성 관계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질량×속도)을 동시에 정확히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결정하면, 운동량이 불확실해진다. 반대로 운동량을 정확히 결정하면, 위치가 불확실해진다. 여기서 말하는 ‘불확실’이란 ‘진짜로는 결정되어 있지만 인간은 알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많은 상태가 공존하고 있고, 그 후 실제로 인간이 어느 상태를 관측할지 결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펜하겐 해석 요약정리>
그림 a와 같은 전자의 파동이 존재할 때 전자의 위치를 관측하면 마루의 꼭대기와 골의 바닥, 즉 진폭이 최대인 곳에서 전자의 발견 확률이 최대가 된다. 한편 진폭이 0인 지점에서는 전자의 발견 확률은 0이 된다. 즉 파동의 진폭 크기가 전자의 발견 확률과 관련을 갖는다.
그림 a
다음으로 그림 b와 같이 전자의 파동이 스크린에 부딪히면 전자는 파동에서 입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전자가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임을 증명해주는 것이다.
그림 b
이러한 입자로서의 전자는 너비를 갖지 않는 바늘 모양의 파동에 해당한다(그림 c). 이것은 입자로서의 전자가 어느 한 지점에서 반드시 발견되듯이, 바늘 모양의 전자의 파동도 어느 한 지점에서 반드시 전자가 발견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림 c
위의 사고실험에서와 같이 전자는 스크린에 도달하기 전에는 스크린 위의 어디에서도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전자의 파동은 전자의 위치를 관측하는 장치인 스크린에 부딪히면 순식간에 바늘 모양의 파동으로 오그라든다. 이런 과정을 관측에 의한 ‘파동의 수축’이라고 한다. 이러한 확률과 파동의 수축을 인정하는 양자론 해석을 닐스 보어(1885~1962) 학파가 연구 활동을 한 무대와 연관지어 ‘코펜하겐 해석’이라고 부른다. 코펜하겐 해석은 현재 표준적인 양자론 해석으로 인정하고 있다.
3) 양자 터널링
전자와 같은 미시 입자는 본래는 빠져나갈 수 없는 벽을 뚫고 나갈 수 있다. 이것은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함께 갖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양자 터널링이란 어떤 현상일까? 양자 터널링은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방법을 통해 장벽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입자가 통과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공을 발로 차서 작은 언덕으로 올려 보내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공이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다른 쪽 비탈로 내려가게 하려면 공을 힘껏 차올려야 할 것이다. 공은 언덕을 올라가는 동안 속도가 점점 느려질 것이고, 충분한 에너지가 없으면(충분히 힘껏 차지 않았다면) 다시 올라갔던 방향으로 굴러 내려올 것이다. 고전적인 뉴턴 역학의 모형에 따르면 공이 장벽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은 언덕에 오르기 위한 충분한 에너지를 갖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 공이 전자이고 언덕이 에너지 장벽이라고 하면, 전자가 파동 형태로 장벽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더 효과적인 대안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양자 터널링이다.
양자 터널링의 결정적 특징은 다른 여러 양자 현상과 마찬가지로 파동처럼 퍼지는 물질 입자의 성질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수많은 양자 입자로 구성된 물체가 터널링을 하려면 그 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입자의 파동이 일사불란하게 행진하듯이 골과 마루가 정확히 일치하면서 진행돼야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결맞은 계 또는 간단히 조화롭다고 부르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결 어긋남은 뭔가에 의해 양자 파동의 대부분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빠르게 벗어나면서 전체적인 결맞음 상태가 사라지는 과정을 말한다. 그래서 결어긋남은 물체의 양자 터널링 능력을 파괴한다. 입자가 턴널링을 하려면 장벽을 침투하기 위한 파동성이 남아 있어야 한다.
양자역학의 중요한 특징은 입자가 가벼울수록 터널링이 일어나기가 더 쉽다는 점이다. 그러면 더 큰 입자인 양성자 또는 원자 전체가 생물학적 계에서 터널링을 일으킬 수 있을까? 얼핏 생각하면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양성자만 해도 전자에 비해 2000배나 무겁다.
그러나 최근의 놀라운 실험들은 이처럼 비교적 무거운 입자들도 효소 반응에서 양자 터널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양자적 기준에 의하면 세포도 큰 물체다. 따라서 언뜻 생각하기에는 대부분의 원자와 분자가 아무렇게나 움직이고 있는 따뜻하고 축축한 생체 세포 내에서는 양자 터널링이 일어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효소의 내부는 다르다. 효소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움직임은 난동이라기보다는 잘 짜인 안무에 가깝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낙솔 작성시간 18.05.03 코펜하겐은 덴마크 수도지만 양자역학의 산실로 유명합니다.
'코펜하겐 해석'이란 철학적 탐구가 특히 지명이 강조되기까지
칼스버그 맥주가 크게 공헌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칼스버그가 덴마크 왕궁 지정맥주로서
필스너 계열의 라거의 밝고 깔끔한 맛을 낸다고 하지요.
칼스버그 재단은 닐스 보어와 끊임 없는 후원을 해줬는데
그가 설립한 연구소는 20세기 초엽의 물리학계를 이끌었지요.
1927년 솔베이학회에서 보어가 당대의 거장 아인슈타인을
끝내 초라하게 몰아붙였던 사건이 터지고 말았는데
그 결과가 바로 '코펜하겐 해석'의 근원이 됩니다. -
작성자낙솔 작성시간 18.05.03 보어는 칼스버그 맥주를
'싱싱하게 무료로 끝없이'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지요.
보어가 노벨상을 받았을 때
이웃에 있었던 칼스버그의 한 양주장에서
수도배관으로 보어가 거주하던 집으로 직접 연결했답니다.
그러니까 집에서 수도꼭지만 틀면
생맥주가 끊임없이 줄줄 나오게 되는 거지요.
그것 참 부럽네요. -
작성자낙솔 작성시간 18.05.03 참, 보어의 가문 문장에
태극 마크가 크고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합니다.
덴마크 '500 크로네' 화폐에 보어의 초상과 문장이 나오는데
여기에 물론 태극문양이 찍혀 있지요.
그런데 이것은 그가 한국과의 특별 인연이 아니라
그의 철학적 사색이 '易'에서 크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그의 양자철학은 '상보성 원리'로 알려져 있는데
그 내용은 바로 '태극 원리'로서 우리에게 익숙하지요. -
작성자만촌 전석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8.05.03 아래쪽 사진이 닐스 보어의 태극 문장입니다.
양자론을 두고 아인슈타인과 논쟁은 정말 치열하더군요.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코펜하겐 해석을 비판했다지요?
그러나 오늘날에는 아인슈타인의 손을 들어주는 학자들은 거의 없지요.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한 과학의 발전, 토마스 쿤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가 생각납니다.이미지 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