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동정, 悲, karunaa)에 충만한 마음(장부 제13경)
"비구들이여,
여기 한 수행자가 동정(연민)으로 충만한 마음으로
세상의 네 방향 중 한 방향을 가득히 채우고 있다.
또 제2, 제3, 제4의 방향 *주11 을 채우고, 위와 아래 그리고 두루 주위를 채우고 있다.
그는 풍부하고 성숙한, 무량하며 적의가 없는,
그리고 근심이 가신, 동정으로 충만한 마음으로 온 세계 곳곳을 한결같이 채우고 있다.
(장부 제13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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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悲, karunaa, 연민]
세상은 괴로움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눈과 귀를 틀어막고 있다.
평생토록 쉬지 않고 흘러내리는 눈물의 개울을 보지 않고,
온 세상을 끊임없이 덮고 있는 고통의 울부짖음을 듣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보잘것없는 기쁨과 슬픔에 기리어서 눈멀고 귀먹어 있다.
이기심에 사로잡혀 마음은 완고하고 편협해져 버렸다.
완고하고 편협해서야 어떻게 보다 높은 목표를 향해 노력해볼 수 있겠으며,
고에서 해탈하는 길은
오직 이기적 갈애에서 해방되는 수밖에 달리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겠는가?
그 무거운 빗장을 벗겨내고,
해탈의 문을 활짝 열어 편협한 마음을 온 세상만큼이나 넓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동정"이다.
`동정"은 마음을 짓눌러 마비시키는 무기력을 걷어내고,
이기심이라는 밑바닥 세계로부터
떨쳐 일어나 비상하도록 날개를 달아준다.
남을 동정하는 마음이 있음으로 인해,
자신은 어쩌다 고(苦)에서 벗어나 있을 때라도,
고의 진상을 역력히 마음에 새겨 간직할 수 있다.
이렇듯 더불어 아파하는 마음을 통해
고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기에,
언제 별안간 고통이 닥쳐와도
태연히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힘을 길러준다.
동정하다 보면
때로는 우리 자신의 처지보다 훨씬 더 고된 남들의 생활을 목격하게 되고,
그래서 자신의 운명을 감수할 수 있게 된다.
보라!
슬픔과 고통의 짐에 짓눌린 인간과 축생들,
저 중생들의 끝없는 유랑대열을!
저들 하나하나가 지고 있는 짐,
바로 그 짐을 우리 역시 지나간 세월, 헤아릴 수 없이 긴 윤회전생을 통해
내내 실어 날라오지 않았던가,
이 사실을 명심하라.
그리고 그대 마음을 동정을 향해 활짝 열라!
그렇다.
우리의 운명도 다시 이렇게 비참하게 될는지 모른다.
지금 남에게 동정심을 품지 않은 사람도 언젠가는 애타게 그 마음을 찾게 될 것이다.
만일 남의 고통에 대해 더불어 아파하는 마음이 부족하다면
그 사람은 스스로 길고도 고통스런 경험을 겪은 연후에야
비로소 그러한 마음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 생의 위대한 철칙이다.
그런 줄 알고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감시하도록 하라!
무지에 빠져 미망 속에 헤매고 있는 중생들은
이 고통에서 저 고통으로 분주히 싸다닐 뿐,
고통의 진정한 원인도, 고통에서 헤어날 길도 모르고 있다.
보편적 고의 진리에 대한 이와 같은 통할에서부터 동정심이 끝없이 솟아나오는 것이며,
몇 낱의 동떨어진 고의 경험이
그런 마음의 참된 원천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 한때 행복할지는 몰라도
미망에 빠져 나쁜 마음으로 행동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까지도
우리는 연민하는 마음을 가진다.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행위에서,
비탄에 찬 그들의 미래를 내다보게 되기에
더욱 연민의 정이 솟는 것이다.
현자(賢者)는 고통받는 사람과 아픔을 같이 하나
그로 인해 자신이 고의 제물이 되지는 않는다.
그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연민의 마음으로 충만해 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아 변함없이 평화롭고 의연하다.
그렇지 못하고서야 어떻게 남을 도울 수 있을 것인가!
이와 같은 `동정"이 우리 마음에도 일어나기를!
동정,
그것은 거룩하고도 고귀한 마음이자
깊이 알고 이해하고 언제라도 도울 태세가 되어 있는 지성이다.
동정,
그것은 용기 자체이자 또 용기를 부여하는 것.
이야말로 최상의 동정이지.
그럼 동정을 나타내는 최상의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 즉
그분 세존 부처님께서 찾아내시고
몸소 밟으셔서 완벽하게 실현해 보여주신
그 길을 이 세상에 알려주는 것.
** 이 글은 냐나뽀니까 스님이 짓고 강대자행님이 옮긴(고요한소리 출판)
"거룩한 마음가짐 - 사무량심(The Four Sublime States, Brahma Vihaara)"
에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