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시키들 내가 팰 적부터 알아봤지
옆논만 하드래도 우리꺼 보단 사날씩 늦게 심었는디두 길다란 이삭 허옇게 몸통열구 삐져나오기 바쁜디
우리껀 소식이 없었으니께, 하두 속상해서 멫멫일을 그놈 시키들 뵈기 싫어서 쳐다두 안 보다가 그래두 버릴 수가 없어 한 이레 됐나 해서 실실 나가봤더니 그래도 제법 쥔 눈치 보였는지 꽤 괜찮게 된 것 같았다가
그때가 원제여 태풍 온다 지랄 법석일 때 한잠도 못 잤지
그놈시키들 다 쓰러져 엎친 줄 알구...
조마조마한 맘으로 실실 나가봤더니 얼라리요, 그 와중에도 1/5정도만 엎쳤더라구
농사져본 사람은 알지유, 베 빌 때쯤 해서 날씨만 조금 흐리멍텅하면 아이구 비나 오지 마라..
가슴이 조마조마 속이 다 탄다니께....
고맙게 잘 자란 내 시키들아..
서둘러 타작했는디, 아 글쎄 콤바인 쫒아 다니던 성님
고개를 짜우뚱하면서 베 안나오네, 베 안나오네 연신 노래하더니
논 아홉 마지기 내게 물려주구 떠나신 선친 뵐 면목없어라
작년에 말린걸루 매상푸대 백 네개 나왔었는디 올해 아흔 한개 나왔댜
기름 값은 오르고 면세유는 엄청 줄고,
올해만 해두 농약값 ,비료값, 베벼주는 값, 안 올른게 없는디
베는 더 적게 나오구 세상 도대체 어떤 심사여
쌀 나오는 건 매년 절대로 늘어날 이유가 없는디 영농비는 잘도 올라가네,
게다가 지랄 같은 올 날씨 때문에 작년만도 못하네
워쩐댜...
그놈 시키들 엎치지만 않았어두 작년만큼은 나오는 건디..
내가 너무 까불었지 ..
농사는 하늘이 짓는 거지 사람이 짓는 게 아녀
세상이 뒤숭숭하니 하늘도 그전에 안 하던 짓까지 하니
나는 어떡해야 옳여 .......
그렇다구 도회지 양반들 밥 적게 드시진 마슈
암만 그래도 식량거리는 되니께
그보다 쌀값 떨어질께비 히히...
[2000년10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