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라고는 도무지 찾아 볼 수 없이
드넓은 평지에 뜨거운 태양만 내리쬐더니
아그라에서 차로 5-6시간 달려 자이푸르라는 도시로 가다보니
오랫만에 산이 보인다.
봉우리를 납작하게 잘라 놓은 듯 한 구릉 모양이다.
그래도 시야가 일단 시원하고 신선하다.
자이루프는 식민지 시절 영국 왕을 환영하는 의미로 도시 전체를
핑크빛으로 만들어 핑크시티라 불리기도 하는 곳이란다.
인도에 온 이후 먼지와 매연 가득한 지저분한 거리를 보다가
모처럼 만난 초록빛 산 위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붉은 빛 성곽은
마치 그 안에 또 다른 세계를 품고 있는듯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명한 계급사회 속에서
두개의 서로 다른 세계를 갈라놓은 두터운 벽처럼.
그 성곽안에 둘러 쌓여있는 암베르 성채로 올라가려면 코끼리를
타야만 했는데 워낙 동물과 접촉하는걸 싫어하는 내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코끼리가 걸음을 뗄 때마다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출렁거려서
겨우 가라앉던 갈비뼈 통증이 도질 지경이다.
그래도 땡볕에 손님 태우고 다니느라 고생했기에 내릴 때 2달러만 주라는걸
3달러 주었더니 역시나..5달러 안준다고 투덜거리며 계속 손을 내민다.
정작 고생은 코끼리가 했구만.
어쨌거나 코끼리를 타고 올라 간 성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시원하고 아름다웠다.
특히 저녁무렵 뜨겁던 태양의 열기가 조금씩 사그러들고 성 아래 동네의 불빛이
하나 둘 켜지면서 환 할 때 보이던 남루하고 꼬질꼬질한 집들이 어둠에 가리워져
반짝거리는 불빛으로 하나가 되는 야경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아마도 불빛 속에 모든 불편한 진실은 가려지고 밤하늘의 별처럼 그 불빛이 건네주는
아련한 감상에 푹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리라.
평소 나누지 못하던 많은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었던 이유가 되고
그곳이 인도라는 것이 믿기지 않고 마치 꿈꾸는 것처럼 저마다 상념에 빠져들게 한
자이루프의 밤이
두고두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에서
하나 건졌다고 본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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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구름위의산책 작성시간 14.09.17 루나 님 몰라떠용!^^
오래전에 화장대 앞 유리속에 타지마할 사진을 넣어놓고 인도 노래를 하던 날들도 있었어요 언젠가 저 곳을 꼭 다녀오겠다고! 그런데 어느 세월에 그 생각을 내려놓았어요. 인도를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거조차 잊었어요 왜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제가 원효도 아니면서^^)사실은 인도에 대한 난무한 소문들로 겁도 나고하여 잠시 주춤하고 있는건지도요! 언젠가 몹시 저 곳이 가고 싶어지는 날이 다시 올까요?^^그런 의미에서보면 루나님이 용감하게 잘 다녀오신겁니다! 그리고 생생한 인도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하구요♥ -
작성자새봄 작성시간 14.09.19 루나님의 인도여행기를 읽으며 저도 인도여행을 계획합니다.
사실 이 번 겨울에 갈까 생각했으나 함께 갈 친구 한 명이
11월에 인도성지순례를 간다하여 1월 동유럽여행으로 정했거든요.
내년 겨울엔 인도여행 루나님의 여행기참고하여 계획해야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루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9.22 아.. 그러시구나. 그럼 제 글 읽지마시고 가세요. 예측 불허의 일들이 기다리는거 .. 재밌잖아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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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momo 작성시간 14.09.25 찬찬히 읽고나니 꿈꾸듯... 펼쳐지네요. ㅎㅎㅎ 새봄님께 읽지마시고 가시라는... 좋은 말씸 ! ^^
허나 그래도 많이 읽고 다각적 준비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 -- 섭하다.. 이제 끝 ? ... 잘 다녀오심에 감사. -
답댓글 작성자루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4.09.26 모모님 말씀은 언제나 좋은 말씀 ㅎ ..사실 글 마무리를 해야하는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제 나름의 정리 차원으로 ㅋ) 컴 앞에 여유롭게 앉아있지를 못하네요 . 늘 제게 힘 주시는 모모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