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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은이의 감기 때문에 온 가족이 양푼에 비빔밥을 만들어 먹게 되었는데.
래은이는 2003년 1월 26일에 태어난 첫딸이다. 첫딸을 낳아 20여 일만에 방송 촬영을 했다. 간난아이라도 얼굴이 하얀 아이였다. 아이를 안고 아버님께 들렸을 때 아버님께서는 늦장가를 든 아들이 늦게 본 아이가 딸이라 속 상할까 싶어서인 듯 “첫딸은 살림밑천 이라더라.”며 위로의 말씀을 하셨다. 방송이 나가고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아빠 보다 더 유명해질 아이라며 서로 아이를 한 번 안아 보려고 했다. 래은이는 늘 아빠 가슴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칭얼거리다가도 아빠가 안아 가슴에 안아주면 쌔근거리며 이내 잠이 들곤 했다. 간혹 이웃 아주머니들이 아이를 보려고 집에 들렸다가 아이가 누워서 손으로 엄지발가락을 잡아 입에 넣는 걸 보며 “래은이가 커서도 아빠만 따르겠어. 원래 아빠를 따르는 아이들이 애기 때 저렇게 엄지발가락을 빨며 논데.”라 했다. 그랬나 보다.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여전히 엄마 보다는 아빠를 더 따른다. 엄마는 없어도 된다고 한 덕에 엄마에게 며칠간 핀잔도 들었다. 엄마가 없으면 아빠가 새로 엄마를 얻으면 좋다고 한 바람에 아내도 영 속이 편치 않다. 때론 늦도록 글을 쓰는 아빠 방으로 베개를 끌어안고 아빠옆에서 자겠다고 한다. 래원이도 덩달아 누나를 따라 베개를 끌어안고 안방과 아빠가 작업을 하는 방 사이를 들락거린다. 이런 날이면 두 녀석이 잠이 들 때까지 아이들을 안고 곁에 있어줘야만 한다. 그런 래은이가 감기로 며칠 째 아프더니 편도까지 부어올랐다. 밤에도 고열로 몇 번이고 잠이 깬다. 그 때마다 아빠를 불러 물을 달라고 한다. 이미 사흘째 밤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게 된 난 정신까지 몽롱하다. 어제는 일요일이라 아내게게 아이들을 맡기고 눈 좀 붙이려는데, 래은이가 엄마에게 하는 말이 들렸다. “엄마, 곰취에 삼겹살 싸 먹고 싶어. 찬마물부침개도 먹고 싶고. 아빠가 뜯어 온 나물로 비빔밥도 먹고 싶어.” 열이 올라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밤에도 몇 번이고 아빠를 불러 물을 달라고 하더니 무언가 제 몸이 바라는 음식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닌 온통 나물들이다. 결국 난 낮 시간이라도 눈을 좀 붙이려던 생각을 접어야 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작은 주머니를 두어 개 챙기고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참나물이며 풀솜대, 고추나무잎 등 아이 입맛에 맞을 나물을 좀 찾아 볼 생각이다.
돌아와 나물을 손질하는 아빠를 본 래은이가 잠옷 차림으로 저도 온통 전신이 쑤실텐데, 아빠에게 안마를 해 준다며 어깨를 주무른다. 엄마가 샘이 난 모양으로 “엄나는 밥도 해 줬는데······.” 하자, 엄마는 내일 저가 아프지 않으면 어깨를 주물러주겠다고 약속의 증거로 새끼손가락까지 건다. 래원이가 누나가 아빠 어깨를 주무르는 걸 보더니 만화영화를 보다 말고 엄마에게 어깨를 주물러 주겠다고 나온다. 아내에게 나물을 손질 해 놓을테니 아이들을 데리고 온천이나 다녀오라고 보냈다. 더운 온천에 몸을 담그고 나면 내일은 학교에 갈 수 있기를 바래서다. 온천에 간 아내가 오기 전에 손질한 나물을 종류별로 데친 뒤 무칠 준비를 해 놓고, 아직 여린 참나물들은 전을 부칠 수 있게 따로 접시에 담아 놓았다. 온천에 간 아내가 아이들과 돌아 온 뒤 나물을 무쳐주고 난 나물을 무쳤던 양푼에 밥을 비벼 먹으려는데, 래은이가 저도 아빠랑 같이 비벼 먹겠다고 했다. 래원이도 누나만 그러냐며 자기도 아빠랑 같이 비벼 먹겠단다. 결국 접시에 담았던 나물을 모두 양푼에 쏟아붓고 밥도 모두 양푼에 쏟았다. 아이들은 소금이나 집간장, 된장 등으로 무친 나물을 좋아한다. 그렇게 무쳤던 나물들을 모두 넣고, 참기름과 참깨가루를 넣어 밥을 비볐다. 고추장을 넣고 비빈 밥만 본 이들이라면 색깔은 영 아니겠지만, 보드라운 햇나물들과 막 지은 고슬한 밥이 네 식구의 입에 착착 감기듯 식욕을 자극한다. 래원이는 평소보다 더 많은 밥을 먹고, 래은이는 몇 수저 떠 먹더니 목이 아파 더 못 먹겠다고 한다. 제가 먹고 싶다고 해서 아직 며칠은 더 기다려 뜯어야 할 여린 나물들을 뜯어다 만들었건만, 이번 감기가 너무도 지독한 모양이다. 밥이 맛이 없느냐고 하니 맛은 있는데 목이 아파서 그렇다기에, 따듯한 둥굴래차를 수저로 떠 먹이며 몇 수저 더 먹여 재웠다. 래원이도 제법 포식을 한 까닭에 지난 밤에 뒤척이지도 않고 잘 잤다. 동생은 엄마를 따라 새벽 일찍 놀이방에 갔지만, 목과 귀가 아프다는 래은이를 아침밥만 먹여 잠시 누워 있으라고 하고 병원에 갈 준비를 했다. 이제 병원에 갈 생각이다. 결국 오늘은 입학을 한 뒤 처음으로 결석을 한 날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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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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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violet 작성시간 09.04.13 래은인 좀 차도가 보이나요? 이번 감기가 무척 애들 힘들게 하던데요? 우리 큰 딸내미도 1주일 째 감기와 투쟁중~저 역시 튼튼하다고 자랑하던 몸이 힘들어 하고 있는 중이예요. 래은이 아빠가 정성껏 캐다 만들어 준 웰빙양푼비빔밥 먹고 어여 낫기를 기원합니다. 나도 묵어봤으면 싶네...요잉~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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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한사 정덕수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9.04.13 조만간 한 번 오세요. 이제 막 돋기 시작한 나물이니 한동안 나물천국이 될 겁니다. 건강하시고요. 녀석이 아프니 영 아빠만 복아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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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반달 작성시간 09.04.14 래은이는 든든한 빽이 있어 참 좋겠습니다. 물론 아빠한테도 래은이의 지지력이 그에 버금하지만요..이번 아프고 나면 래은이도 새순만큼 더 자라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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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훈장 작성시간 09.04.14 와우 100% 야생 봄나물 비빔밥 입맛이 땡기네요.곰취쌈에 삼겹살 그 것도 좋고.ㅎㅎ근데 찬마물이란 건 뭔지 잘 모르겠네요.래은이 감기 아빠표 비빔밥에 엄마와의 따끈한 온천까지 다녀왔으니 지금쯤은 말끔히 다 나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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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eastno 작성시간 09.04.15 아기 아픈건 뒷전이고 나물 비빔밥만 먼저 보인다는.. 무지 맛있어 보이네요..^^ 아기는 그러면서 건강해 질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