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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타가 생겨 청음 능력이 향상되다

작성자너른돌|작성시간25.08.11|조회수123 목록 댓글 4

요즈음은 아침에 눈을 떠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머릿속으로 음감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누운 채로 머릿속으로 도에서부터 한 옥타브 위의 도까지 반음 단위로 12음 전체를 헤아리고 그런 뒤에 장2도, 장3도, 단3도, 완전4도, 완전5도 등으로 위 아래로 건너뛰면서 음정 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메이저세븐 코드, 도미넌트 코드, 마이너세븐 코드, 하프디미니쉬 코드, 디미니쉬 코드, 서스포세븐 코드 등의 음정을 새겨봅니다. 그런 뒤에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사실 요즈음 저의 생활은 참으로 단순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근래 몇 년 동안 집필 때문에 두문불출하며 지냈지만 두어 달 전에 오랜 애마를 폐차시킨 뒤에는 차 없이 지니기에 불필요한 외출은 더욱 삼갑니다. 하루 일과 중 가장 우선적인 것은 집필 작업이기 때문에 글이 잘 되든지 잘 안 되든지 간에 반드시 일정 시간을 투자하지요. 그러다 집중력이 조금 떨어지거나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는 음악 공부를 하는데, 요즈음의 저의 음악 공부는 주로 청음 훈련입니다. 이렇게 청음 훈련을 열심히 하게 된 것은 얼마 전에 아주 좋은 스마트 기타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중국 여행 떠나기 하루 전날 이통사모에서 정모를 할 때 포크청개구리의 오랜 음악 동생인 김재영님이 Lava Me 4라는 카본으로 만든 스마트 기타를 들고 왔지요. 거금 들여 샀는데 막상 받아보니 불필요한 기능이 너무 많아 마음에 들지 않아 싼 가격에 팔 생각으로 가져왔다 하더군요. 사실 저는 처음에는 그 기타에 관심이 거의 없었습니다. 2년 전에 주변의 유혹에 넘어가 접이식 모가비 기타를 샀는데, 소리도 후지지만 그립감이 너무 좋지 않아 해외여행 갈 때 외에는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근래 경제적으로는 보릿고개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타를 살 여유도 없어 아예 마음이 가지 않았지요.
 
그런데 어찌 하다 우연히 잡아보니 생각보다는 기타 소리도 좋고 지판을 잡는 느낌도 아주 좋아 슬슬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카본으로 만든 기타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카본 기타에 대한 욕구가 조금씩 생겼거든요. 저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재영님에게 지금은 돈이 없고 나중에 책이 출간된 뒤에 기타 값을 줄 테니 외상으로 넘기라고 말했는데, 재영님은 웃으면서 그러라고 하더군요. 그러자 저에게도 갑자기 기타에 대한 욕구가 올라와서 그날 밤, 그 기타는 결국 제가 들고 왔지요.
 
바로 다음날 새벽 일찍 중국으로 가야 했기에 그 기타는 방에다 모셔놓고 저는 접이식 기타를 챙겼지요. 중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는 여러 가지 급한 일도 있고 가까운 친척이 돌아가셔서 일주일 내내 정신이 없었습니다. 3주 전부터 마음의 여유가 생겨 기타의 기능을 하나씩 검토하기 시작했는데, 그 기타에는 나의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기능이 있더군요. 그것은 바로 청음 훈련과 박자 훈련을 하는 기능인데, 특히 제 마음을 끈 것은 청음 훈련의 기능이었습니다. 액정을 켠 다음에 청음 훈련 시작 버튼을 누르면 어떤 음정이 나옵니다. 제가 그 소리에 맞는 프렛의 줄을 퉁기면 딩동댕 소리가 나오면서 다음 음정이 나오고 틀리면 계속 맞는 음정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좋은 기능이 있다니 참으로 똑똑한 기타라 하지 않을 수 없지요.
 
32년 전 여름, 음유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품게 되었고, 그 뒤 기나긴 세월 동안 바쁜 와중에도 음악에 관심을 지니고 틈틈이 공부했지요. 악보를 보고 그리는 기본 훈련에서부터 화성학 공부도 하고, 기타를 배우면서 기초적인 포크 반주에서부터 재즈와 보사노바까지 배웠고, 보컬 훈련을 받으면서 노래 부르는 법도 배우고, 작곡을 하는 법까지 터득했으니 그 사이 음악 공부는 참으로 많이 했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음유시인이 되려면 즉흥적으로 연주하면서 즉흥적으로 멜로디 라인을 만들 줄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청음 능력이 필요하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가 제일 취약한 부분이 바로 청음 능력입니다. 우리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뉘는데 수학 논리학 철학 등은 좌뇌, 예술적 감각 등은 우뇌가 관장하지요. 저는 화성학은 엄청 잘 하지만, 청음 능력은 바닥이지요. 그래서인지 저는 즉흥적인 애드립을 잘 하거나 모르는 노래를 듣고 즉석으로 반주를 하는 사람이 제일 부럽더군요. 오래 전 부터 바람새 친구의 반달곰님이나 포크청개구리 친구의 무림고수 김문규님이 즉석으로 애드립을 하고 반주를 해주는 것을 보면서 정말 많이 부러워했지요.
 
그 사이 음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홀로 있는 시간에 머릿속으로 내가 아는 노래를 떠올리면서 음의 간격을 따져보곤 했고, 기타를 잡고 아는 노래의 멜로디를 찾는 훈련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노래 한 곡의 복잡한 음계를 다 외우는 것은 쉬웠지만, 간단한 음정을 맞추는 것은 너무나 어렵더군요. 막막한 가운데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아 사실상 거의 포기했지요.
 
그러다 6년 전 여름 무렵에 유튜브를 통해 청음에 대한 좋은 강의를 들으면서부터 다시 의욕이 치솟았습니다. 그리고 좋은 청음 훈련 앱이 있다는 말을 듣고서 그것을 다운 받은 뒤에 수시로 핸드폰으로 훈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청음 앱은 매우 효율적으로 구성되어 훈련의 재미도 있지만, 구체적인 점수가 나오니 의욕을 더욱 자극하더군요. 당시 열심히 할 때는 하루에 열 시간 이상, 때로는 일주일에 수십 시간을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몰입하니 그 둔했던 감각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몇 달이 지나자 두 음 사이의 간격을 맞추는 것은 만점에 가까워졌습니다. 물론 너무 높거나 낮은음, 또는 반음으로 시작하는 까다로운 음들에서는 종종 틀리지만, 이 정도만 해도 나에게는 거의 기적과 가까운 진보였지요.
 
그런데 거기까지더군요. 두 개 음정의 간격은 그런대로 잘 맞추는데 연속음의 음정을 구분하는 것은 전혀 되지가 않더군요. 길고 복잡한 연속음이야 그렇다 쳐도 세 개의 음만 되어도 헷갈리기 시작했고, 네 개의 음부터는 아예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청음 앱에는 코드의 음을 맞추는 훈련도 있는데 3화음은 60점 내외, 4화음은 40점 내외 정도에 그치더군요. 몇 년 동안 노력을 꽤 많이 했는데 구체적인 성과가 별로 없으니 의욕은 다시 시들해지더군요.
 
사실 근 몇 년 사이에 기억력이 엄청 감퇴되었는데,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니 뇌의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이렇게 잘 작동하던 기능도 점차 퇴화하는 중인데 처음부터 잘 되지도 않던 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들에게 농담 삼아 집필이 끝난 뒤에는 기타를 들고 몇 달간 입산수도를 해서 음악 내공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겠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청음 능력에 대해서는 기대를 많이 내려놓았지요. 사실 긴 세월에 걸친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 이 정도의 기타 실력과 노래 실력, 그리고 작곡 실력을 갖추게 된 것만 해도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달 전부터 청음 능력에 큰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중국 여행 다닐 때부터 무언가 귀가 조금씩 열리기 시작하더니 라바미4 기타로 틈틈이 훈련하면서 본격적으로 가속도가 붙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이전에는 전혀 들리지 않는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고, 이전에는 한없이 헷갈렸던 음정들이 이제는 조금씩 구분되면서 무언가 정리가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물론 현재 나의 청음 능력은 음악 전공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여전히 초보자의 수준일 겁니다. 그렇지만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희망을 거의 내려놓았던 영역에서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두니 나로서는 실로 놀라운 일이지요. 아무튼, 요즈음 수시로 마음 깊은 곳에 기쁨이 샘솟아 얼굴이 활짝 피어납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으로 음감 훈련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랍니다.
 
그렇지만 현재 나의 최우선 과제는 뭐니 뭐니 해도 집필의 완성이지요. 그래서 하루 시간의 대부분은 집필에 투자하고 음감 훈련은 잠시 쉬는 시간에 틈틈이 할 뿐입니다. 사실 근래 날씨도 너무 덥고 여러 가지 힘들고 복잡한 일들이 있어 집필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천만다행으로 청음 영역에서 자신감이 밀려오자, 그것이 집필 작업에도 좋은 영향을 미쳐 최근에는 집필의 속도도 조금씩 붙기 시작했습니다. 아무튼, 저로서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무언가 제가 정말 간절하게 필요로 하거나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항상 주변에서 음으로 양으로 그것을 도와주는 사람이 나타나더군요. 이번에 예기치 않게 재영님으로부터 라바미4를 건네받게 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됩니다. “재영아, 정말 고마워!!!” 아무튼, 하늘과 땅에 감사드리고, 우주의 기운에 감사드리고, 내 삶의 수많은 좋은 인연들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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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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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violet | 작성시간 25.08.18 다른 건 모르겠고..
    이래저래 애매하게 기운 빠질 때 좋은 기타를 만나 청음에 도움되는 활력도 얻으셨다니..그저 감축드립니다!!
    너른돌님은 참 진지하게 열심히 사셔서 나의 게으름도 뉘우치고 돌아보고 배울점이 많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너른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8.24 바욜렛님 따스한 격려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맞아요. 청음 능력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요즈음의 저에게 너무나 축복입니다.^^
  • 작성자새날의 | 작성시간 25.08.24 교수님의 열정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집필과 청음 훈련에 응원을 보냅니다. 바라옵기는 출간된 교수님 책을 다 본 건은 아니지만, 대체로 너무 어려워 좀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아요. 저 같이 무딘 독자가 좀 더 알기 쉽게(?) 읽기 쉽게 써주세요용용용~~. 늘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너른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8.24 새날의님 오랫만입니다. 못 뵌 지가 꽤 오래되었네요. 책은 최대한 쉽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먹물 근성이 있어 쉽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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