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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에 대한 누나의 복잡 미묘한 마음

작성자냉이꽃|작성시간08.01.19|조회수18 목록 댓글 0

[아이책 읽는 어른]동생에 대한 누나의 복잡 미묘한 마음
《내 동생 싸게 팔아요》
임정자 글, 김영수 그림 / 아이세움
정봉남
기사 게재일 : 2008-01-18

 내게는 네 살 터울의 남동생이 하나 있다. 어렸을 때는 동생을 떼어놓고 친구랑 놀려고 `누나 화장실 간다’고 거짓말하고 안볼 때 슬쩍 도망나오곤 했다. 뒤늦게 알고 뛰쳐나온 동생은 골목 끝에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고, 뒤꼭지에 따라붙는 그 울음소리 때문에 결국은 동생을 달래서 친구집에 가야만 했다.

 그랬던 동생이 고등학교 때 나랑 자취를 하다가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마지막 밤을 함께 지새면서 `이제 다시는 함께 지낼 시간이 없겠구나’ 생각했다.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꾹 잘 참았는데, 다음날 짐보따리를 학교 기숙사에 넣어주고 동생이 없는 자취방에서 목놓아 울었다. 순간, 그동안 잘해준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가슴을 아득하게 메웠다.

 그때 심정만 같아도 정말정말 좋은 누나가 되었을 법한데, 내 앞가림에 바빠서 무심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어린시절을 티격태격 보낸 것만으로도 우리는 누구보다 친밀함을 강조하는 가족이다.

 《내 동생 싸게 팔아요》는 시장에 동생을 팔러 간다는 기발한 발상으로 동생의 소중함을 깨닫는 누나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엄마 아빠의 애정을 빼앗긴 듯한 상실감과 동생을 향한 질투심 때문에 힘든 아이의 심리를 잘 담았다.

 짱짱이는 알랑방귀에 고자질쟁이, 욕심꾸러기 먹보 동생을 팔러 시장에 간다. 하지만 아무도 동생을 사려하지 않는다. 엄마놀이 할 때 아기 역할도 잘 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꽃도 잘 만드는 동생의 장점을 꼽아 보니, 짱짱이는 동생을 팔기 아까워졌다. 그래서 억 만원을 줘도 바꿀 수 없는 동생을 데리고 다시 집으로 신나게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동생을 바라보는 누나의 복잡 미묘한 마음을 재치 넘치는 글과 그림에 가득 담았다. 아이의 변해가는 심리가 생생하고 재미있어서 이제 막 동생이 생긴 아이들이 보면서 공감할 수 있고, 또 동생이 없는 아이들에게도 생각을 키워주는 책이다.

 또 마지막에 동생을 팔지않고 집으로 달려가는 누나의 머리채를 휘익 낚아채는 동생의 모습은 참으로 압권이다. 큰맘 먹고 좋은 누나가 되어볼 참인데….

 아이들은 이 책을 자꾸만 읽어달라고 한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데?”하고 물으면 “나도  동생이 미웠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요.”하고 답한다. 읽어달라 보채는 아이 때문에 이 책을 함께 읽은 엄마들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아이들의 마음이 잘 담겨있어요. 동생을 팔아야겠다는 발상도 재미있구요”하고 웃는다.

 어른 아이 모두에게 웃음을 주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책은 흔치 않다. 그래서 고맙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해주고, 자신을 둘러싼 관계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해주고, 마음 한켠에 시원한 바람을 쐬어주니까 말이다. 

 

정봉남 <`냉이꽃 피는 글방’ (cafe.daum.net/4ugulbang)운영·아이숲어린이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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