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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동행

남성동행님들! 민우보다 행복하신가요? - 겨울나그네(1986)-

작성자무패왕|작성시간22.05.22|조회수150 목록 댓글 7

겨울나그네 삽입곡 데미스 루소스 " Follow me"

겨울나그네 주제곡 슈베르트 연가곡집중 겨울나그네

 

이 영화는 4사람의 사랑과 우정을 통해 나와 내가 처한 상황, 내 마음과 나를 둘러싼 환경, 이 속에서 나는 나에게 주어진 상황을 이겨 나갈 수 있는가? 를 묻고 있다.

상황과 환경에 속절 없이 무너져 버린 민우(강석우)

나름 상황을 잘 이용하고 이겨내는 현태(안성기)

나와 상황속에 줄타기 하다 주어진 환경에 몸을 싣은 다혜(이미숙)

자신의 환경을 억척스럽게 개척해 나아가는 제니(이혜영)

이 네 사람의 인생행로를 통해 나와 세계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또한 4사람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우정은 과연 순수하고 영원한가?

사랑과 우정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아울러 사랑의 가능조건은 무엇인가? 상황과 조건을 뛰어넘는 사랑은 가능한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랑에 국경도 없다는데 과연 벽은 없는가?

 

그리고 사랑한다고 행복한 것인가? 사랑과 행복은 전혀 다른 개념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영화는 보여준다. 사랑이야 말로 오히려 고통과 불행을 가져오는 근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불행이 없으면 행복이 없기에 누군가 불행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 그 누군가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면..... 이 영화는 이처럼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작가 최인호의 힘일 것이다.

 

같은 대학 캠퍼스에서 자전거 추돌사고로 민우(의대생)와 다혜(음대생)는 인연을 맺는다. 이 사고는 우연일까 필연일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 것이다. 둘은 서로 첫눈에 반한다. 민우는 다혜의 학생증을 습득하고 이를 돌려줄 방법을 찾는데, 다소 우유부단하고 의존적인 성격탓에 선배인 현태(안성기)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한다.

 

현태의 도움으로 다혜의 집을 찾은 민우는 학생증을 돌려주고 둘은 신뢰를 쌓아간다.

현태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채 둘의 사이에서 소금같은 역할을 한다. 이로써 세사람의 삼각사랑과 우정의 관계가 정립된다.

 

민우의 정신적 지주인 선배 현태는 지방출신의 가난한 학생으로서 아르바이트하며 술집여자와 동거하는 등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그럼에도 그는 민우를 피리부는 소년이라 칭하며 끔찍이 보호한다. 다혜가 등장함으로써 민우와 현태의 관계는 변질되기 시작한다. 현태는 다혜를 마움속에 품는다. 민우가 행복하면 현태는 소외되고 민우가 불행하면 현태는 행복해 질 수도 있는 관계로 전이된다.

 

 

기업 회장이던 민우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기업은 도산한다.

민우의 의붓어머니와 의붓형은 미국으로 재산을 빼돌리고 민우를 버려둔채 출국해 버린다.

민우를 둘러싼 상황과 환경이 민우를 나락으로 떨구어 버린다. 민우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할 만한 역량이 없다. 의존적이고 내성적인 그의 성격이 그를 더욱 힘들게 한다.

 

출생의 비밀을 알기 위해 민우는 노력한 끝에 미군 기지촌에서 이모를 찾아가고 친엄마의 실체를 알게 된다. 기지촌 창녀가 자신의 어머니 였음을 안 민우는 충격에 빠진다. 친엄마는 오래전 죽고 이모(이영애)는 미군상대 나이트 클럽 주인이자 밀수꾼이다.

거기서 기지촌 창녀 제니(이혜영)는 민우에게 첫눈에 반해 버린다.

회사가 도산하자 민우 아버지 병원으로 사채업자가 찾아온다. 실랑이 끝에 민우는 폭행을 휘둘러 상해를 입히고 고소당한 민우는 아버지 별장으로 몸을 숨긴다. 현태의 도움으로 다혜는 별장을 찾아 민우와 만나 사랑을 확인한다.

 

민우는 결국 경찰에 체포되고 재판을 받는다. 학교에서 제적되어 의사의 꿈이날라 가버린다. 민우는 상황에 치이어 끝없이 끌려만 간다. 그의 의지는 무용지물이고 주위 환경은 자꾸만 극단으로 몰아부친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결단을 내릴 의지도 역량도 없다.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민우를 다혜는 따스하게 맞이한다.

현태는 질투의 시선인지 우정의 시선인지 모를 태도로 둘을 맞는다. 그에게 있어서 민우는 보호해야할 친구이지만 다혜와의 관계에서는 경쟁자 였다.

출소했지만 아버지는 죽고 갈곳이 없다. 민우는 의지할 곳이 아무곳도 없다. 다혜와 현태역시 대학생 신분이어서 도움 역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갈곳 없는 민우는 이모를 찾아 기지촌으로 돌아오고 물욕에 사로잡힌 냉혈한 이모는 그에게 밀수품 거래를 시킨다.

일편단심 다혜는 민우만을 기다린다. 현태는 행방불명된 민우를 찾는 다혜앞에서 자신의 방탕한 생활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다혜는 현태의 외상술값마저 갚아주는 심성이 착한 여인이다.

제니는 민우를 적극 유혹한다.

민우가 계속 거부하자 자신이 창녀라고 무시하는 거냐며 그녀는 자살을 시도한다.

제니는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주위 환경 도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만드는 적극적인 여인이다. 제니의 동료들 모두 그녀를 응원하며 민우에게 책임 질 것을 요구한다. 결국 민우는 제니와 동거에 들어간다. 주어진 삶을 가장 헌신적이고 적극적으로 사는 제니의 모습이 차라리 감동이다.

이제 현태는 자신이 안주하던 방탕한 생활의 언저리를 박차고 나아간다. 현태는 자신을 변모시킨다. 면도도 하고 손발톱도 깨끗이 깍고.. 다혜에게 자랑을 한다. 취직도 준비한다. 세상과 담을 쌓았던 그가 현실적응을 시도한 것이다. 상황과 자신의 괴리를극복하려는 것이다. 현실을 무시하고 냉소를 보내기만 하면 인생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아무리 현실이 부조리하고 억울해도 우리는 현실과 야합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건 다혜도 마찬가지다.

밀수현장에서 상대방을 중상해를 입히고 도피중인 민우는 다혜를 찾는다. 다혜는 여전히 민우를 사랑한다. 민우는 다혜에게 옷을 사입히는 등 마지막 데이트를 한다.

 

다혜가 잠든 사이 민우는 자신의 길로 떠난다. 그들의 짧고 우울하지만 나름 행복했던 마지막 데이트 모습이다.

 

감옥에서 출소한 민우는 목걸이를 사들고 다혜를 찾아 나서지만 다혜는 이사가고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결국 기지촌 제니에게 돌아온다.

 

다혜의 대체재로서 목걸이를 받은 제니는 뜨겁게 민우를 환영한다. 다혜는 원본 제니는 사본인 셈이다. 민우는 대체재와 사본에 만족해야만 하는 팔자이다. 그녀는 민우의 아기를 키우며 그를 기다리고 있다. 창녀의 아들임을 저주했던 민우는 자신의 아들 또한 창녀의 아들을 얻게 된 것이다. 창녀의 아들이 창녀의 아들을 갖게 된 것이다. 운명이라 할 수 밖에. 운명의 가혹함은 모두를 숙연하게 한다.

 

가까스로 민우의 연락처를 알아낸 현태와 다혜는 그를 찾아간다. 민우에게 아내와 아이가 있음을 다혜에게 보여주려는 것과 민우와 마지막 작별을 하려는 현태의 의도이다. 이제 더 이상 사랑과 우정이라는 거대 감정에 이끌려 현실을 더 이상 숨길 수는 없는 것이다. 현실의 벽에 사랑과 우정을 부딪혀 보는 수밖에. 비록 현실은 강하고 사랑과 우정은 한없이 약할 지라도.

이젠 서로의 처지와 갈길이 확연히 달라져 버렸다. 계급이 다른 두 사람이 계속 친구가 될 수는 없다. 우정의 한계다. 우정은 결코 계급을 넘지 못한다. 일시적으로는 넘을 지라도 영원히 그벽을 넘을 수는 없다.

사랑도 그렇다. 서로 다른 길, 서로 다른 계급이 되어 버린 두사람. 민우와 다혜의 대화는 겉돈다. 이젠 서로의 계급과 처한 상황이 달라 어떤 공통된 화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공감이 없다. 서로 안타까움만 연민만 있을뿐이다. 안타까움과 연민은 사랑을 지속시키기 보다는 중단시킬 수 밖에 없는 곧 꺼져야만 하는 숯불같은 것이다.

다혜의 졸업식 즈음에 민우는 현태를 찾아와 자신이 삶을 다시 살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간절히 요청하고 다혜의 주소를 가르쳐 달라고 애원한다. 현태는 냉정하게 거절한다. 상황에서 스스로 헤쳐나오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구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정도 사랑도 상황과 환경을 거스를 수가 없다. 진정한 마음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쓴 교훈을 안고 민우는 제니에게 돌아온다.

연주자를 포기하고 현태가 소개해준 음악잡지사에 근무하는 다혜는 대기업에 다니는 현태와 결혼을 한다. 다혜역시 원본인 민우를 포기하고 사본인 현태를 선택한다.  현태만이 원본을 쟁취한다. 사랑은 이상이 아니고 현실임을 두사람은 적응한다. 이를 성장 또는 성숙이라 하는 지도 모른다. 변질 변모일지도 모르는데.....결혼은 끼리끼리 하는 법. 민우는 더 이상 그들의 끼리끼리가 아니다. 민우는 자신의 가장 친한 선배에게 자신의 사랑을 빼앗기고 만다. 민우가 불행하지 않았으면 이 둘의 결혼도 없다. 불행의 장난으로 이 둘은 행복을 쟁취한다. 이를 먼발치에서 민우는 지켜본다.

 

사랑도 잃고 친구도 잃고 자신의 삶도 잃어 버린 민우. 절망밖에 없는 그가 선택할 것은 뻔하다. 밀수를 하다 경찰에 포위된 민우는 차를 돌진시켜 삶을 마감해 버린다. 마지막 까지 그는 비겁하고 우유부단했다. 제니와 아들은 그의 심장속에 없는 듯 했다. 오로지 이상의 여자 다혜만 있는 듯 했다. 죽을 때 까지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그의 자업자득이다. 현실의 벽은 더럽고 치사할수록 부둥켜 안고 가야 하는 것. 그는 제니와 아들을 선택하고 새로운 삶을 살았어야만 했다. 민우의 불행에 현실 상황 환경탓만 하기에는 그는 너무나 유약하고 우유부단했다. 사랑에는 일편단심이었는지 모르지만 현실에는 오로지 비겁한 패배자일 뿐이었다.

몇 년후

제니는 민우의 아이를 현태에게 부탁한다. 제니는 다시 기지촌 생활을 하다 미군초청을 받아 미국으로 향한다. 제니는 언제나 현실을 받아들이고 거기서 최선을 다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삶을 헌신적 적극적으로 사는 여인은 자신을 은영이라 불러달라는 제니이다. 그녀야 말로 이영화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현실을 부여안고 절망하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녀. 아마 작가와 감독이 가장 사랑한 인물이었는지도 모른다.

다혜와 현태는 민우의 아이를 맡아 기르기로 한다.

 

 

사랑과 우정은 영원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는 것.

사랑과 우정도 상황이나 환경에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사랑과 우정이란 것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위한 수단의 일종일 뿐이라는 것

냉혹한 환경과 상황속에서 때로 우린 사랑을 포기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이 영화는 보여준다.

 

아울러

민우의 절망은 현태의 희망이 되어버린 이 아이러니.

운명과 상황 환경의 장난질에 누구는 울고 누구는 웃고.

참 인생은 비참하고도 아름다운 것.

누군가의 비참함은 누군가의 아름다움이라는

이 지독한 패러독스에 우리는 그저 머리를 조아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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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박영란(근정) | 작성시간 22.05.22 기억의 조각들이
    조금씩 맞춰지며 부분 부분
    생각이 나는 영화네요
    덕분에 추억 속의 영화~
    누구와 보았을까 생각이 안나네요 ...ㅎㅎ
    휴일 잘 보내세요
    일산 가는 지하철에서 심취해서 읽었네요
    댓글 첨부 이미지 이미지 확대
  • 답댓글 작성자무패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5.22 항상 씩씩하시고 보람찬 하루를 보내시는 울 대장님!

    이영화를 누구랑 보셨을까? 정말 저도 궁금합니다.

    이때는 대장님도 저도 막 성인이 된때 이고 또

    그 때는 저도 서울에 있었기에 아마 바로 옆자리에서 이영화를 같이 보았을지도 모르겠네요.

    대장님의 현명한 처신에 감사드립니다.

    멋진날 되시길...
  • 작성자함박꽃 | 작성시간 22.05.22
    저는 이 영화도 못봤네요
    1986년이면 20대땐데
    왜 봤을까?
    같이 보러갈 애인이 없었겠죠
    아마두~~~~ㅎㅎ

    사랑과 우정
    좋을땐 좋지만
    헤어지면 슬픔 아픔 괴로움이고

    결국 현태만이 원하는
    사랑을 얻었네요ㅡㅎ
  • 답댓글 작성자무패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5.22 왜 젊을때 사진 보니 엄청 미인이셔 애인이 줄줄이 사탕이었을 것만 같은데요.

    아마 함박님이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애인분이랑 놀이공원이나 어두운 곳에서 데이트를 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아뭏든 그 찬란했던 리즈시절 다시 오지 않겠죠.

    아마 다혜도 함박 님과 같은 일편단심 여인이라 현태가 흑심을 품은 것 같습니다.

    가족이 모두 행복해 보이는 함박님!

    더욱 행복하시길....
  • 답댓글 작성자함박꽃 | 작성시간 22.05.23 무패왕 
    사실 영화는 좋아하는데
    같이 갈 애인이 엄써서
    삼촌들하고 자주 갔었네요ㅡ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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