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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동행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작성자미스김라일락|작성시간22.07.03|조회수276 목록 댓글 7

감독 케네스 로너건 (2017년 개봉)

출연 케이시 애플렉, 미셀 윌리엄스, 카일 챈들러, 루카스 헤지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를 잃어버린 상처를 가진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결코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스스로에게 벌을 주면서 사는 삶.

마음에 가득한 분노와 슬픔과 죄책감은 그의 마음과 입술을 굳게 걸어 잠그게 만들었다.

퀭한 눈과 경직된 감정으로 그는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낼 뿐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그 상처가 저절로 아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단지 자신의 마음이 상처를 보듬어 안고 어루만지며 마치 어두운 친구를 대하듯

그 상처에 익숙하고 무뎌지는 것이다.

과거에 있었던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리(케이시 애플렉)는 고향을 떠나 보스턴에서

아파트 관리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주민들의 온갖 잡일을 묵묵히 해내는 그는

자기 일에 성실하지만 타인과의 일체 소통을 거부하고 고립된 생활을 자처하며

폐쇄적이고 우울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날 그는 형이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게 되고 그에게는 트라우마가 있는 고향, '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 오게 된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영국의 도시가 아니라 미국의 매사추세츠 소재의 도시 이름이다.

고향에 도착하기 전에 형은 이미 임종한 후였고 형과 함께 배를 몰던 조지가 그를 토닥이며

위로해 주는데 장례 절차를 처리하면서 그는 과거의 기억을 하나씩 떠올린다.

과거에 그는 이 고향 마을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어린 딸들을 둔 평범한 가장으로 단란하게 살고 있었다.

예전의 그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고 활달하고 사교적인 성품을 가지고 있었다.

끔찍한 악몽은 집에서 친구들과 술파티를 하던 날, 친구들이 다 돌아간 후에 술을 더 사러 갔다가 벌어진다.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늦어지자 화가 난 아내의 독촉에 그는 친구들을 집에 보내고 나서 못내 아쉬웠는지

술을 더 사오려고 밖을 나선다.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거리...

그날은 몹시 추운 날씨였기에 그는 근처 마켓으로 나가면서 벽난로의 불을 더 세게 지피고 나오는데

길을 걷다가 문득 안전망을 설치했던가 하고 의구심이 들긴 했지만 그대로 걷던 길을 걸었다.

얼마 후,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화마가 집을 다 태워버린 후였고

아내는 구조되어 목숨을 건졌지만 딸들을 화재로 다 잃고 만다.

화재가 일어난 경위를 조사하면서 그에게 온정적으로 대하던 경찰은 그를 무혐의 처리하고,

넋이 나간 모습으로 조사를 받던 그는 "그럼 이걸로 끝을 내는 거냐"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나서 그는 순간적으로 경찰의 총을 낚아채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지만 경찰들이 제지한다.

 

그후, 그는 아내와 이혼을 하고 보스턴으로 이사를 갔고,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었기 때문인지

그가 사는 단칸방은 가재도구도 거의 없다.

그 때문에 형인 조(카일 챈들러)는 평소에도 동생 리를 걱정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작은 마을이라 그의 과거를 아는 사람이 많았고

리가 일자리를 구하려고 할 때 그가 저지른 일을 불쾌하게 여긴 고용주는 그를 외면하기도 한다.

 

리는 매사에 무기력하지만 욱하는 면도 있어, 술집에서 주먹을 휘두르거나

갑자기 유리창을 부수는 등 감정이 폭발하는 모습을 가끔씩 보인다.

전처 랜디(미셀 윌리엄스)가 자신이 과거에 내뱉었던 심한 말들에 대해 사과를 하지만

리는 자리를 피한다. 그는 자신의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것이 두려워 그렇게 회피했던 것이다.

 

 

한편, 조카 패트릭(루카스 헤지스)은 아버지의 죽음에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한다.

그는 영안실에 안치된 아버지의 시신을 볼 때도 잠깐 들여다 보는 시늉만 하고는

관심없는 것처럼 무덤덤하게 굴다가 그냥 돌아서 나가버린다.

오히려 그는 여자친구를 만나는 일에 더 열중하고 여전히 밴드연습을 하면서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한다.

 

하지만 애써 태연을 가장했던 패트릭의 감정은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린다.

밤중에 출출해서 냉동실 문을 열었다가 쏟아지는 냉동 닭고기를 보게 되자

날이 추워 땅이 꽁꽁 얼어버린 탓에 묻을 수가 없어서 병원 냉동실에 안치해 놓고 있는

아버지의 시신을 떠올리고는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리는 형의 유언에 따라 조카 패트릭의 법적 후견인이 되었기에 패트릭을 데리고

보스턴으로 떠나려 하지만 패트릭은 친구들이 있는 고향을 떠나지 않으려 해서 둘 사이에는 갈등이 생긴다.

잡일을 하기 때문에 아무 데서나 일을 구할 수 있는 삼촌이 굳이 보스턴으로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자

패트릭은 자신을 버리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조카를 위해 리는 패트릭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그리고 최선의 노력을 한다.

 

하지만 리는 끝내 이 마을에서는 더이상 버틸 수가 없으며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리에게 있어서는 도저히 극복하지 못할 거대한 산같은 존재로

더이상의 내딛음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었다.

 

리는 조지와 그의 아내가 패트릭을 입양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고 보스턴에 취직해 떠나기 전까지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 머무른다.

패트릭이 삼촌 리에게 왜 남아 있을 수 없는 거냐고 묻자 리는 자신은 도저히 이겨낼 수 없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패트릭도 삼촌의 그러한 고통스런 사연과 아픔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조의 장례식이 끝나고 둘이 길을 걷다가 리가 패트릭에게 말한다.

"네가 원할 때마다 찾아올 수 있도록 남는 방이 있는 집을 보스턴에 구해놓겠다."

그리고 길가에 버려져 있던 야구공을 집어 들어 던지고는 구르는 공을 보며 읊조린다.

그냥 놔 둬.

극복하기 힘든 상처는 그냥 그렇게 놔둬야 맞는 것 같다.

굴러가는 공처럼 말이다.

마지막으로 리와 패트릭은 조가 몰던 배를 개조하여 타고 바다로 나간다.

아이를 잃은 아버지와 아버지를 잃은 아이.

그들은 각자가 지닌 아픔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갈 것이다.

 

마음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 꾸역꾸역 삶의 시간들을 견디며 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모든 사연들을 싣고 묵묵히 흘러가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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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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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공운김상진 | 작성시간 22.07.04 한사람의 인생을 이리 표현하시다니. 영화는 인생의 축소판
    아자아자 화이팅
  • 답댓글 작성자미스김라일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7.04 맞아요. 영화는 인생의 축소판이죠.~~
  • 작성자무패왕 | 작성시간 22.07.05 퍼플섬에 신경 쓰느라 라일락님 글에 댓글도 못달았네요
    라일락님도 오프모임에 나오면 좋겠다

    이영화평은 좀더 생각해보고 댓글 달께요
  • 답댓글 작성자미스김라일락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7.05 백수가 되면 오프모임에 나갈 수 있으려나요? ㅎㅎ
  • 작성자공운김상진 | 작성시간 22.07.12 무패왕님 이 책임지겠죠
    백수하세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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