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용지 부족 — 근검절약 공무원의 실수를 고의로 폄훼하는 무관용, 무 자비 사회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일부 언론과 여론은 이를 ‘무능’ 혹은 ‘고의적 부실’로 몰아세우며 선관위를 비난했다. 그러나 이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행정 착오, 즉 근검절약을 실천하려던 공무원의 계산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실수를 용납하지 않고, 마치 범죄라도 저지른 듯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
공직사회는 국민의 세금을 아끼기 위해 늘 효율과 절약을 강조받는다. 투표용지를 넉넉히 인쇄하면 ‘예산 낭비’라 지적받고, 부족하면 ‘무능’이라 비난받는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공무원은 언제나 ‘정답 없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이번 사태 역시 예측 오차가 있었을 뿐, 국민의 의사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문제는 실수 그 자체보다, 실수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다. 우리는 언제부터 ‘무관용’과 ‘무 자비’의 사회가 되었는가. 작은 실수에도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인간적인 이해와 관용은 사라졌다. 공무원의 한 번의 실수는 곧 ‘무능’으로 낙인찍히고, 그 뒤에는 냉소와 조롱만이 남는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운영되는 제도다. 실수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통해 배우고 개선하는 과정이지, 비난과 처벌로 끝내는 것이 아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참정권 침해’라며 선관위를 몰아붙이는 것은, 오히려 공직사회 전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우리는 이제 ‘무관용의 사회’에서 ‘이해의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근검절약을 실천하려던 공무원의 선의가 실수로 이어졌다면, 그 교훈을 제도 개선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다. 실수를 고의로 폄훼하는 사회는 결국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사회가 된다.
작은 실수에 인간적인 온기를 더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의 품격이 살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