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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방

■ 보이는 것과 진실

작성자서준|작성시간26.06.15|조회수269 목록 댓글 12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과 확신을 가지고 살아간다. 오랜 세월 쌓아온 경험과 그에따른 시행착오는, 어느새 삶의 나침반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된다. 특히 사람을 판단하는 일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누군가를 처음 보면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의 눈빛과 말투, 행동을 살핀다. 그리고 짧은 순간의 인상만으로도 "이 사람은 이런 성향일 것이다", "가급적 거리를 두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곤 한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그런 촉이 제법 잘 맞는다고 생각해 왔다. 실제로 경험상 크게 틀리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사람을 일부 드러난 모습만으로 단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위험하고 경솔한 행동이다.
사람들마다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사정과 삶의 무게가 있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 뒤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나는 지인의 소개로 아파트 관리소장 자리로 가게 되었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아침 8시에 출근해 저녁 8시에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밤 10시가 가까워진다. 33년 동안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던 생활에 익숙했던 나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변화였다.
휴무 체계도 낯설었다. 한 주는 토요일, 다음 주는 일요일에 쉬고 대신 화요일, 수요일이 휴무다.
겉으로 보면 쉬는 날이 적지 않은 것 같지만,
나이가 들수록 체력은 전과 다르다. 아침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체 출퇴근하다 보니 피로가 쌓여 갔고 잠은 늘 부족하다.

그런데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단순히 긴 근무시간만이 아니다. 아파트라는 공동체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생활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동대표들이 있다. 각자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자신만의 확신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스트레스에 따른 피곤함으로 나는 가급적 말수를 최대한 줄였다.

가끔 속에서 욱하고 무언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지만, 세상에 공짜로 주어지는 돈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내 급여를 받는다는 것은 결국 그에 걸맞은 책임과 인내를 감당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과의
피곤함은 친절한 멘트보다는, 가급적 말을 줄이고
굳이 설명하기보다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부작용이 생겼다.

동대표들은 물론이고 경비반장, 미화 여사님들까지 하나같이 이런 말을 했다. "새로 오신 소장님은 참 젊잖고 사람 좋아 보이시네요." 그 말을 들을때마다
쓴 웃음이 난다. 사람들은 나를 젊잖고 이해심 많은 사람으로 평가했지만, 사실 나는 그렇게 사람 좋은 성격이 아니다. 누구보다도 이기적인 면도 있고, 냉정한 부분도 있다. 다만 심신이 피곤해서 동대표, 부녀회장 하곤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사람들은 상대의 일부분만 보고 그 사람 전체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 적으면 젊잖고 신중한 사람이라 여기고, 자주 우스갯소리 하는 사람에겐 같이 웃으면서도 가벼운 사람이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점잖음 속에 숨겨진 가식을 우리는 보지 못할 때가 있고, 잦은 농담 속에 깃든 깊은 진심을 놓치기도 한다. ​이렇듯 내가 보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닐진대, 우리는 너무 쉽게 나만의 잣대로 상대를 대하곤 한다. 보이는 것이 언제나 본질과 일치하지는 않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판단이 옳다고 믿고 상대를 대하지만, 그 사람의 이면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여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것은 경험에서 비롯된 확신보다,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삶의 여유와 이해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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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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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서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5 오! 봄날이 낭자 오랫만에 뵙습니다^^ 좋은 말씀 새기겠습니다!
  • 작성자시크 | 작성시간 26.06.15 직장이나
    사업을 하는 경우는
    비지니스적 교류도
    때로는 필요해서
    유연성이 사회생활엔
    필수사항이 아닌가 합니다.

    특히나 인간관계에서도
    고집스런것 보다는
    상황에 따른 순발력을
    겸비해서 두루 편안하게 일이 되게 하는것도 능력이라 봅니다.

    최근 다시 생각해본것 중에는. 모두에게 다 내가 만족스럽게 대해줄수 없기에
    서로 필요로한 일반적 집단에서는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가는 정도의 관계정도가 편안 하더라요.
    그래서 일부는 덜 좋아 하더래도
    '그럴수도 있지' 로
    받아 드리고 평가는
    속내로만 하기로
    정했어요~




  • 답댓글 작성자서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5 공감되는 글입니다. 사람과의 관계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유연함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이 결국 사람 사이의 관계를 오래가게 하는 지혜인 것 같습니다.
  • 작성자테란(운영자) | 작성시간 26.06.16 애독자입니다
    폰트에 진하게를 없애고 쓰신걸로 보아
    일상의변화가 계시구나 느껴집니다
    작은변화가 큰 메시지 일수도 있거든요
    제 주적이 만성피로인데 건강관리 잘하시고
    이면의 숨은 장점까지 동주민들이
    잘 파악되서 좋은 관리 마스터가 되십시요
  • 답댓글 작성자서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6 예리하십니다. 전 진한 폰트도
    의식 못하고 올렸네요^^
    아울러 건강 관리 등, 격려의 말씀, 깊이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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