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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생활

[[월요 편지]]산통을 깨지 말자(27)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작성시간21.03.08|조회수155 목록 댓글 4

며칠 전 오랜만에 이슬로 목을 좀 축이자 하며 가까운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톡 방에서 4명이 서로 시간을 맞춰 코로나 시대에 맞게 불금 저녁에 모이기로 했다. 갑자기 수원에 있는 김oo이 금요일에 약속이 있다고 뒤늦게 산통을 깨는 바람에 취소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 산통을 깬 지인이 그날 모이자고 했는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산통’을 깬다고 했으니 무슨 통인 것은 분명한데, ‘물통’ ‘산소통’ ‘수저통’이나 ‘깡통’ ‘드럼통’도 아니다. 분만시 산모의 산통(産痛)

도 아니며, 그냥 ‘산통’으로 더 쉽게 말하면 ‘계산통(計算筒)’인 것이다. ‘산통 깨다’라는 말은 ‘다 잘되어 가던 일이 어떤 일로 갑자기 이루지 못하게 뒤틀리는 것’을 말한다. 산통은 한자로 ‘算(셈할 산) 筒(대통 통)’으로 2가지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첫째는, 이 말은 점(占)을 치는 데서 온 말이다. 정초가 되면 사람들은 올해의 자신의 앞날이 어떨지 궁금해서 점을 친다. 하는 일은 잘 풀릴지, 혹시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미리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옛날에 점을 칠 때 대나무나 향나무, 혹은 금속을 길이 10cm 정도로 다듬어 1부터 8까지 숫자를 새겨 그 안에 점괘를 적어 두고 이것을 산가지라고 했다...

 

점을 칠 때 산가지를 산통이라고 하는 통에 넣고, 대여섯 번 흔든 다음 산통을 거꾸로 들어 구멍으로 나온 산가지를 뽑거나, 사람이 하나를 골라냈다. 그 산가지에 있는 점괘를 보고 점을 치는 것을 산통점(算筒占)이라고 했다. 따라서 산통점을 칠 때는 산가지와 산통이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산가지를 넣는 산통을 깨 버린다면 점쟁이는 점을 칠 수 없다. 바로 여기서 온 말이 ‘산통을 깨다’라는 말이다.

 

즉,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그르치게 하다’라는 뜻이다. 비슷한 뜻으로 ‘초를 치다’나 ‘다 된 밥에 재 뿌리다’와 같은 말이 있다. 잘 먹고 있는 음식에 식초를 치면 어떻게 될까? 또 먹어야 할 밥에다 재를 뿌리면 어떻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일이 잘되어 가다가도 어떤 사람의 실수나 잘못으로 뒤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분위기를 잘 못 맞추고 초를 치는 사람에게 우리는 “아! 정말 산통 깨고 있네” 라는 말을 자주한다. 또한 “산통 깨지 말고 참아줘” 와 같이 하소연하듯 말하기도 한다.

 

둘째는, 옛날 농촌에 상부상조로 자생적으로 발생한 계(契)로서 목돈을 모을 목적으로 꾸려진 ‘산통계(算筒契)’라는 것이 있었다. 이 ‘산통계’에 쓰인 ‘산통’으로 보는 것인데, 계원들이 정해진 날 일정한 곗돈을 모은 다음, 통 속에 계알을 넣고 흔들어 추첨을 했다. 계알이란 나무로 만든 알에 계원의 이름과 번호를 적는 것으로 추첨해서 뽑힌 계원에는 할증금이 돌아갔다고 한다. 이때 계알을 넣는 통을 ‘산통’이라고 부르며 이 산통을 흔들어 곗돈을 탈사람 순서를 뽑는다 하여 이 계를 ‘산통계’ 라고 했다.

 

여기서 ‘산통을 깨다’의 의미는 원칙적으로 계원이 모두 한 번씩 곗돈을 타야 끝나게 되었는데, 중간에 여러 가지 이유로 계가 깨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곗돈을 탄 사람은 다시 곗돈을 내지 않고 탈퇴하는 사람도 있고, 곗돈을 탄 뒤에도 계가 끝날 때까지 곗돈을 잘 안내는 사람도 있다. 오늘날 ‘산통계’는 남아 있지 않으나 ‘낙찰계’와 유사하다고 한다. 이때 ‘산통을 깬다’ 즉 곗돈을 못 타게 되는 사람이 있어 즉, ‘계가 끝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그르치게 되었다’라는 의미가 파생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산통점(算筒占)에서 산통이 깨어지는 거나, 산통계(算筒契)에 산통을 깨는거나 동일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인생사 많은 일들이 앞으로 닥칠 것이다. 나 하나 때문에 산통이 깨어져 잘 되어가던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면 안된다. 일을 망치게 하는 일이 없도록 넓게 전체를 보고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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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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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허성희(서부5기) | 작성시간 21.03.08 산통깨는 사람은 되지말자고 다짐하는 한 주 시작! ㅎㅎ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3.08 산통깨면 죽도밥도 안되는 수가....ㅎㅎㅎ
  • 작성자장은수(적당희) 서부7기 | 작성시간 21.03.08 먼저 약속 깨는건 금물!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3.08 당근.... 참으로 산통 안깨는 인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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