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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생활

[[월요 편지]]무슨 억하심정으로 내게 그런 말을?(35)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작성시간21.05.03|조회수688 목록 댓글 3

며칠 전 4.25에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한국배우 최초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74)씨의 위트 있는 수상 소감으로 전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모 월간지 인터뷰에서도 그런 매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철도 참 없다. 나이가 60인데 저렇게 남편하고 아이밖에 모를까하고... 그 사람들 우주는 남편하고 아이야. 내가 그 사람들 보고 그러는 건 억하심정이지. 솔직히 부럽죠. 부러워도 아무 소용없으니까 그러면서 스스로 위로를 하는 거죠(웃음).”

 

지난 4월초에 지방자치단체 보궐선거가 있었다. 어느 모 후보는 유세차에서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본인 집, 낡은 집 허물고 새로 짓겠다는데 못 짓게 합니까?”라고 호소하는 것을 방송 자막에서 본적이 있다. 문득 ‘억하심정’이 무슨 뜻인지 많이 들어본 소리지만 와 닿지가 않았다.

 

인생 그동안 살아오면서 억화심경, 어카심정, 억하심정, 억화신경 인지? 비슷한 용어 들어보긴 했으나 헷갈리는 사자성어였다. 한국 사람도 한국사회에서 몇 십 년이나 살았어도 생활단어 하나도 한번 헷갈리면, 다시금 기억하고 암기해도 다시 쓸 땐 또 다시 헷갈린다. 3살 때 버릇이 80이 되어도 못 고치는 것과 같은지 그 이유는 한국말에는 ‘한자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억하심정(抑何心情)으로, ‘도대체 어떤 마음인가’라는 뜻으로, 상대방의 속을 알 수 없어 답답할 때 쓰이는 말이다. 한자의 음과 뜻을 보면 抑(누를 억). 何(어찌 하). 心(마음 심). 情(뜻 정)이다. 쉽게 해석을 하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는지 마음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억하심장(抑何心腸), 억하심사(抑何心思)도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 표현은 상대방에게 왜 그러느냐고 따지거나 부정적인 질문을 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사례를 보면, “무슨 억하심정으로 내게 그런 행동을 하는 거요?” 라고 표현할 때 사용된다.

 

억(抑)은 동사로는 누르다, 억제하다, 물리치다 등의 뜻이 있고, 부사로는 어찌, 도대체, 그래도, 혹은, 또는 등의 의미가 있다. 이 말에서는 ‘억’은 부사로 우리말로는 도대체의 의미에 가깝다. 우리말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와 같은 의미이다. 상대방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모르겠는 상황에 쓰이며, 걱정이나 염려 등 한(恨)이 많이 쌓인 마음 상태에 빗대어서도 사용한다.

 

‘억하심정(抑何心情)’을 ‘무슨 억한 심정으로’는 잘못된 표현이다. 억하다는 ‘감정이 북받쳐서 가슴이 막히다’는 뜻하므로 ‘감정이 북받쳐서 가슴이 막히는 듯한 마음’의 뜻이다. ‘억하다’의 활용형 ‘억한’을 써서, ‘억한 마음 또는 억한 심정’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억한 심정을 감출수가 없다’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몹시 많은 원한’을 뜻하는 ‘억한(億恨)’이라는 단어도 있다.

 

억하심정에 대한 정확한 의미와 사용 경우를 정리해 보았다. 이제 우리 50+ 인생들은 어느 정도 인생을 살아 본 사람들이다. 따라서 일상적 대화시에 정확하고 현상에 맞는 용어나 사자성어를 바르게 선택하는 선한 선배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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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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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허성희(서부5기) | 작성시간 21.05.03 그러잖아도 “무슨 억하심정으로 내게 그런 행동을 하는 거요?” 라고 따져물을 일이 있던 참에 이런 글을....
    ㅎㅎ 읽다보니 왠지 화가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05.03 상대의 마음이 '도대체 어떤 마음인지' 알 수 없을때 ~~ 쓰면 되지요..ㅎ
  • 작성자김태영(중4) | 작성시간 21.05.10 아와 어의 차이ᆢ인지
    의도치 않게ᆢ
    오해받는것이 젤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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