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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생활

[[월요 편지]]인생학교와 『時節因緣』(67)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작성시간21.12.13|조회수367 목록 댓글 13

얼마 전에 서각을 공부하는 회원들의 전시 작품 중에 『時節因緣』이란 한자어를 서각한 회원이 엘리스(다향)샘이다. 의외로 이 전시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과 칭찬을 받았다. 반 음.양각으로 하면서 색깔도 의미있게 잘 칠하여 누가 봐도 눈이 가는 작품이었다. ‘시절인연(時節因緣)’이란 불교에서 나온 용어로 ‘모든 사물은 인과법칙에 의해 정해진 시간과 공간이 갖추어 졌을 때 일어난다’는 뜻이다. 즉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라는 것이다.

50+인생학교를 수강한 인연으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났다. 훌륭하고 다재다능한 사람들 속에 그들과 함께하면서 그동안의 나의 삶이 아무것도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현역 시절에는 대기업 간부직원으로 기세가 등등하다가 정년퇴직을 하자마자 꽃이 지듯 시들어 버리는 사람이 있다. 이에 반해 현직에 있을 때 큰 출세는 못했지만 제2의 인생은 나름의 취미 생활로 사는 재미를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근묵자흑(近墨者黑)하고 근주자적(近朱者赤)’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먹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검어지고, 붉은 것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붉어진다’는 말이다. 또한 비슷한 말로는 ‘봉생마중(蓬生麻中)하면 불부자직(不扶自直)’이라는 말은 ‘쑥이 삼밭 가운데서 자라면 붙들지 않아도 스스로 곧게 자란다’는 말이다. 이처럼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환경에 있느냐가 중요한데 좋은 사람을 인연으로 만나면 삶이 바뀐다.

 

많은 좋은 사람들을 인생학교라는 곳에서 만나게 될 인연이 있었기에 만나게 된 것 같다. 사람과의 만남, 일과의 만남, 깨달음과의 만남 등등 시절의 때가 되면 기어코 만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사람 사이의 관계가 단순했다. 혈연, 지연, 학연 그리고 직장, 남녀관계, 종교, 취미 등등으로 만난다. 그러나 현재 4차산업 시대에는 사람과의 관계가 복잡화, 다양화, 미묘화 되었다.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키고 수 없이 많은 복잡한 관계속에 연결된 끈(네트워크)으로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시절인연』이라는 영화가 있다. 유명 여배우 탕웨이가 주연으로 나온 2012년 개봉한 중국의 영화 중 진정한 삶의 가치와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메디 영화이다. 애인의 아이를 임신하여 미국 시애틀을 찾은 쟈쟈(탕웨이)는 막무가내에 철없는 여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녀는 국가로부터 출산 허가를 받지 못해 아이를 낳기 위해 홀로 시애틀을 방문한 것이다.

 

쟈쟈가 운전기사 프랭크의 도움으로 힘겹게 산후조리원에서 머물게 된다. 그러나 중국 애인으로부터 연락은 오지 않고 낯선 곳에서 빈털터리가 되어 궂은일을 해가며 돈을 모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한 시절 속에 영원히 기억될 사랑, 인연,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감동적 영화이다.

 

사람이든 재물이든 내 손 안에서 영원히 머무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재물 때문에 속상해하거나 인간관계 때문에 섭섭해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과거 열정적으로 편지를 주고받았던 친구 중에 최근에는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은 친구도 있다. 그러나 별다른 교류는 없었는데도 아직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도 있다.

 

시절인연, 즉 ‘모든 인연에는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것은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될 인연은 만나게 되어 있고, 정말 무진장 애를 써도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시절에 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바로 옆에 두고도 만날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법이라는 것이다.

 

한비자가 말한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생각난다.

“유연천리래상회(有緣千里來相會) 인연이 있으면 천리 밖이라도 만난다.

무연대면불상봉(无缘对面不相逢) 인연이 없으면 마주보고 있어도 만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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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12.13 시절인연으로 인생학교에서 우린 만났지요,,.....ㅎㅎㅎ
  • 작성자허성희(서부5기) | 작성시간 21.12.13 아름다운 시절인연!! 작품만큼이나 아름다운 우리 인연!❤❤❤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12.13 야송 말대로
    "꽃을 피울 때가 있는가 봅니다
    지금의 만남도 나름의 시절인연 이고요
    지금의 연 잘 가꾸고 다듬어 갑시다"
  • 작성자차은경(중부1기) | 작성시간 21.12.14 연주샘, 너무 멋진 서각입니다. 저도 서각이 급 땡기네요 ㅎ
    호영샘의 시절인연 글, 공감합니다. 우리의 인연에 감사할 뿐이에요. 제가 여기 아니면 어디서 이리 좋은 분들과... 🤗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1.12.18 차샘도 여건이 되신다면 서각을 해보시길 권유드리며...
    저 역시 정말 좋은 시절인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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