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밟다 VS 전처를 밟다’ 처럼 한글 표현 중에서 참 헷갈리는 표현이 많다. 어떤 이는 전철(電鐵)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전처(前妻)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큰 전철(전동차)를 밟거나, 전처(ex-wife)를 밟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전철(前轍)의 예를 들어 보면 ‘여러분들은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말기를 바란다.’ ‘역사를 그르친 조선 ○○왕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등에 쓰인다.
옛날 수레가 다니던 길은 흙길이었다. 겨우내 얼었다 녹은 땅은 질퍽거렸고, 비가 온 뒤에는 푹푹 빠질 정도로 물컹거렸다. 그래서 수레가 지나간 곳에는 선명하게 푹 파인 바퀴 흔적들이 남았다. 이곳을 뒤이어 가는 수레는 편하게 갈 수 없었다. 앞서 지나간 수레의 바퀴 자국들 때문에 이리저리 뒤뚱거리거나 미끄러지기도 한다. 피해 보려 하지만 그대로 밟고 지나 가는게 일쑤였다.
중국 한서의 가희라는 사람의 상소문에 ‘前車覆轍(전거복철) 후거지계(後車之戒)’라는 말이 있다. 즉 앞 수레가 엎어진 바퀴자국은 뒤에 오는 수레에 교훈이 된다는 말이다. 전철은 이 ‘전거복철’의 준말로서 한자말 그대로 풀이하면 前(앞 전)轍(바퀴자국 철), ‘앞에 지나간 수레의 바퀴 자국’이라는 뜻이다.
앞 수레가 엎어진 바퀴자국의 뜻은 앞사람의 실패를 말하며, 이를 거울삼아 주의하라는 교훈이다. 과거에 다른 사람이 그릇된 일이나 행동의 자취 이미 실패하거나 잘못한 바 있는 일을 비유해서 가리키는 말이다. ‘밟다’는 ‘그 길을 따라가다’, ‘되풀이하여 반복하다’라는 의미다. ‘다른 사람이 이미 잘못하거나 실패한 바 있는 경험을 그대로 되풀이하다’라는 뜻이다.
역사도, 일상도 반복되는 일들이 많이 있다. 우리는 역사에서도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래도 전철을 밟을 때가 있다. 일부러 밟는 게 아니라, 마지못해 또는 어쩌다 밟게 되는 일이 생긴다. 그러면 수레가 진흙길에 빠졌을 때처럼 같이 밀고 끌어내야 한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이 함부로 가지 말라.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금일아행적 수작후인정)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는 뒷사람의 길(이정표)이 될 것이니...』
이 시는 서산대사가 지었다고 하지만, 백범(김구)선생께서 항상 이 글을 애송하면서 후학을 가르치면서 자신의 뜻과 거취를 분명하게 하라는 말을 자주 하였다. 공주 마곡사에 가면 김구가 기거했던 백범당(白凡當)의 요사체 입구에는 이 시 문구가 판넬로 만들어져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백범은 광복 후 북한과 담판을 짓고자 38선을 넘을때 이 시를 쓰고 떠나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고 한다. “내가 이번에 38선을 넘는 것을 어리석고, 무분별하고, 쓸데없는 짓이라고 사람들은 말을 하지만 난 분명히 말 할 수 있다. 난 내가 한 행동에 대해서는 항상 책임을 질 줄 안다.” 그리고 “나중에 반드시 나의 행적을 평가할 날이 올 때가 있다.”라고 했다.
이 시의 내용은 자신의 발자취를 분명하게 하라는 뜻이다. 필자도 이 시를 좋아해서 수시로 읽고 쓰면서 나를 돌아본다. 부모 된 자, 선배 된 자, 특히 정치 지도자가 될 분들은 본인의 몸가짐과 가고 있는 길을 매일 돌아보며 비뚤지 않은가 살펴 봐야한다. 내가 바르게 길을 걸어가야 뒤에 따라오는 이들도 잘 올 것이다.
‘나는 눈 덮인 길을 바르게 가고 있는가?’를 올 해의 화두로 삼아보자. 누가 보지 않아도 똑바로 살고 있는지? 혹여 내 행로가 뒤에 올 누군가를 어지럽히지는 않는지? 그래서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똑바로 살아야 한다. 내 인생이 또 다른 인생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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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임지화(중부5기) 작성시간 22.02.14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 함부로 막가기는 쉽지 않았던 경험 다들 있을법한데요? 이미지 선택에도 정성이 가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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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허성희(서부5기) 작성시간 22.02.14 임지화님 댓글보고 이미지를 다시 한번 봤답니다 ㅎㅎ
다시보니 정성이 보이네요!! 이미지 선택에도 신중하신 설래발님 ㅎㅎ👍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02.15 이미지 선택 그냥 한건데 좋게 봐주시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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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02.15 허성희(서부5기) 허샘은 대단히 꼼꼼한거로 소문이 자자한데.. 대충봤단 말이예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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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남창욱(빛날남자 서부9기) 작성시간 23.08.15 앞사람의 똑같은 과오는 범하지말자
그것이 과오인지 파악도 못하는지
이런경우도 많은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