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많이 쓰지 않은 용어가 되었지만 기성세대에서는 ‘쪼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고교시절 조금 껄렁대며 욕 잘하기로 유명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걸핏하면 주변 친구한데 “이 빙신 쪼다 같은 새끼야~” 라는 말을 수시로 한다. 당시 어쨌던 정확한 뜻은 몰랐지만 느낌은 상당히 좋지 않게 느껴졌다.
‘쪼다’가 뭘까? 쪼다는 두 가지 의미의 뜻을 가지고 있다. 우선, ‘사람이나 동물이 뾰족한 곳을 이용해 어떤 것을 찌르거나 찍다’의 의미이다. ‘닭이 부리로 모이를 쪼아 먹는다’와 ‘시골에 자갈밭을 쪼아서 금년에는 감자 농사를 조금했다’ 등에서 쓰인다. 다음은, 좀 어리석거나 모자라서 제구실을 못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의 의미로 사용된다. 흔히 우리가 친구들 사이에 ‘쪼다같은 놈, 야이 쪼다야’ 등으로 쓰인다.
두 번째 의미로의 ‘쪼다’의 어원은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조두아’가 변해서 ‘쪼다’가 되었다는 설이다. 조두아(鳥頭兒)는 ‘새의 머리 같은 지능을 지닌 아이’라는 뜻이다. 예로부터 새가 다른 동물보다도 지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머리가 나쁜 사람을 통상적으로 ‘새 대가리’라고 불렀다. 즉 '조두아' 발음이 변해서 ‘조돠’가 되고 ‘조다’가 되고 ‘쪼다’가 되었다.
둘째는, 유래는 역사적인 의미에서 ‘쪼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삼국시대의 이야기다. 고구려의 최대 번성기는 바로바로 만주벌판을 쉼 없이 달렸던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시대이다. 역사자료를 보면 장수왕은 413년부터 491년까지 약 80년간 재위하면서 고구려의 정치∙사회∙문화적인 전성기를 이끌었다고 한다. 그 당시로서는 97세로서 정말 천수를 다한 나이이다. 참고로, 왕의 이름은 왕이 죽고 난 뒤에 붙이게 되는데, 장수왕(長壽王)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말 오래 살았다.
당시 장수왕의 장남이 있었는데 이름이 ‘조다(助多)’로서 세자책봉까지 받았다. 그러나 아버지 장수왕이 너무 오래 장수하는 바람에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서 그만 아버지 보다 먼저 사망하게 되었다. 다음 왕위 계승은 조다의 아들인 문자명왕으로 이어지게 된다. 40여년을 세자로만 살다 왕좌에 앉아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등진 비운의 인물이 된 것이다. 참고로 조다도 사망 나이가 71세로 당시로서는 상당히 장수하였다.
또한 조다도 아버지 장수왕과 마찬가지로 왕위에 오를 만큼 훌륭한 자질을 가졌다고 한다. 후대에 사람들은 왕위에도 오르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조다를 정말 안타깝게 여겼다. 차려진 밥도 못 먹는 매우 안타까운 일을 당하는 경우를 ‘조다 세자님 같은 경우를 당하다’ 또는 ‘그런 사람에게는 조다 세자님 같은 사람’ 등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장수왕의 아들이 조다이고, 다음 왕의 계승이 바로 손자한테 넘어갔다
불행했던 ‘조다’가 된소리로 ‘쪼다’가 되었다. 앞으로 쪼다라는 말을 쓸 때마다 정말 슬픈 사연을 가진 장수왕의 아들 조다가 생각날 것 같다. 앞으로 ‘쪼다 같다’는 말을 쓸 때는 서로가 조금 가려서 해야 할 것 같다. 왕세자 지위 정도는 가져야 쪼다 같다는 소리를 들을 것 아닌가?ㅎㅎ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 순간에 ‘조다 같은 놈’ 등등으로 점차 비하되었다. 후세에 이렇게 시정잡배들의 입언저리에 무차별하게 매도당하고 경음화 현상까지 첨가되어 ‘병신 쪼다’ 또는 ‘븅신 쪼다’ 등으로 까지 불리게 되었다. 이렇게 나중에는 앞에 병신도 붙고 해서 오늘날 이런 개같이 억울한 경우가 되었다. 바보 같고 좀 어리숙하거나 좀 모자라 보인 경우 등을 통틀어서 비속한 표현으로 바뀌었다고 본다.
그러나 오늘날 좀 다르게 생각해보면, 한마디로 마음이 여리고 남을 배려하는 경향이 많거나 표현력이 다소 부족한 사람은, 남들과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쪼다라고 듣게 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남의 뒤통수를 치거나 남을 짓밟아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사람보다 쪼다같은 사람이 더 인간적이고 훌륭하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본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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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기영(서부 4기) 작성시간 22.03.07 쪼다의 유래가 인품과 성품이 좋으며
인내로 기다리며 자기 본분을 잘 알고
처신하는 휼륭한 비운의 세자 고조다군요.
쪼다의 유래에 숨겨진 의미가 왜곡되었지만
비운의 세자를 쪼다라 했으니
쪼다라는 말을 잘 가려 해야겠네요.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03.07 그러게요...
저도 이번에 자료 조사하면서 정확히 알게 되었어요~~ -
작성자허성희(서부5기) 작성시간 22.03.07 헉.. 이런 어원을 가진 말인지 정말 몰랐네요.
조다님이 자금 자신 이름이 이렇게 쓰이는 줄 알면 너무 슬플듯... 😫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2.03.07 상대방이 왕세자 정도는 되어야 '쪼다 같다'는 소리를 해야 할듯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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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허성희(서부5기) 작성시간 22.03.07 박호영(설파, 서부5기) 앗 그러네요! 왕세자정도는 되어야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