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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생활

[[월요 편지]]억지춘향과 억지춘양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84)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작성시간22.04.18|조회수1,423 목록 댓글 6

지금도 많이 쓰는 말 중에 ‘억지춘향’ 또는 ‘억지춘양’이라는 말이 있다. 이 두 가지가 혼용되어 쓰이는데, 발음이 비슷해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사람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억지춘향은 있어도, 억지춘양은 없다는 것이다.

 

사전에서는 억지춘향의 뜻에 대하여, ‘억지로 어떤 일을 이루게 하거나 어떤 일이 억지로 겨우 이루어지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이 표현은 자기 뜻과는 관계없이 강요 때문에 무슨 일인가가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서 잘 안될 일을 무리하게 기어이 해내려는 고집을 ‘억지’라고 하는데 순우리말이다. 비슷한 말로는 자주 쓰는 ‘떼’ 라는 말이 있고, 사투리로 ‘어거지’라는 말도 있다. 예를 들면, “억지(떼)를 부린다고 해결이 되겠어?”, “억지(떼)를 쓰다”, “억지(떼)를 부리다”와 같이 쓰인다. 춘향전에 보면 변 사또가 춘향이에게 억지로 수청을 요구한다. 하지만 춘향이는 수청을 거부하고 옥살이를 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경북 봉화군에서는 ’억지춘양’의 시발점은 춘양역이라고 한다. 이 지역에서만 사용하는 억지춘양의 유래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반 소나무를 춘양면 특산물인 춘양목과 관계가 있다. 춘양목은 봉화의 험준한 산지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속이 붉고 단단한 소나무를 말하는데, 궁궐의 건축재로도 사용하던 적송 혹은 금강소나무이다. 금강소나무는 결이 곱고 단단하며 켠 뒤에도 크게 굽거나 트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 썩지도 않아 예부터 소나무 중에서 최고로 쳤다.

 

철로가 생긴 후 춘양에는 봉화뿐만 아니라 삼척과 울진의 목재까지 몰렸고, 이 목재는 춘양역을 통해 전국으로 실려 나갔다. 고급 목재로서 춘양목의 명성이 높아지자 다른 지역에서 이름을 억지로 도용하게 되는데, 여기서 ‘억지춘양’이 유래됐다는 것이다. 즉, 타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이천쌀’ ‘청양고추’ ‘의성마늘’로 둔갑하는 격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철로와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철로는 강을 만나면 다리로 놓고, 산을 만나면 터널을 뚫는다. 휘어진 길을 곧게 펴서 되도록이면 두 지점을 최단거리로 연결한다. 그런데 1955년 개통한 영암선(영주~철암) 선로는 법전역~녹동역 구간에서 젖꼭지 모양으로 위로 크게 휘어져 춘양면을 돌아 나온다.

 

애초 계획에 없던 철로가 갑자기 수정되어서 억지로 춘양면(春陽面) 소재지인 춘양역을 경유하도록 철로가 굽어져 2km 이상 돌아서 나가는 Ω자 형태가 되었다. 여기에서 '억지춘양'이 유래했다는 說이 재미있고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빠른 길을 놔두고 철도 노선이 이렇게 된 데는, 당시 춘양면 서벽리 출신 자유당 정문흠 국회의원의 영향이 컸다. 춘양역에는 가면 ‘정모 의원’이라 써있고, 춘양시장 벽화에는 이름과 사진까지 명확히 그려 놓았다.

 

이러한 뒷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철도를 억지로 춘양으로 돌렸다’는 뜻에서 억지 춘양이라는 말이 쓰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철도에 대한 비사 중 코미디 같은 일화를 차지하고 있는 억지 춘양역도 억지 춘향과 더불어 시민들에게 늘 회자 되고 있다.

 

‘억지춘향’과 ‘억지춘양’ 중 어느 것이 맞는 것인가는 개인적인 판단에 맡겨야 하겠다. 역사적 사실로 볼 때는 ‘억지춘향’이 정통이며, ‘억지춘양’은 사회적 풍속으로 인해 와전되면서 생겨난 것이다. 실생활에서는 억지춘양이 더 많이 쓰인다. 억지춘양역도 따지고 보면 정치권의 힘의 논리와 공직자들의 미래를 바라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행정과 그 주민들의 지나친 지역 이기주의 정신이 합작으로 빚어낸 것으로 기록되어 지금까지 남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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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4.18 춘양으로 라이딩도 업힐이 많아 재미있다고 하더이다... ㅎㅎ
  • 작성자허성희(서부5기) | 작성시간 22.04.18 어머.. 억지춘양이란 말은 처음 들어봅니다 ㅎㅎㅎ
    사회적 부조리와 비리를 꼬집는 말이기도 하네요!
    오늘도 신기한 썰 잘 읽고갑니다 ㅎ👏👏👏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4.18 참 재미있는 말입니다...
  • 작성자조경선(남부4기,심화2기) | 작성시간 22.04.18 '억지'가 순 우리말인줄 처음 알았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억지춘향은 많이 들어봤는데 억지춘양은 생소하네요. 덕분에 많은 것을 알아갑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설파, 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04.18 이렇게 서로가 하나하나 배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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