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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생활

[[월요 편지]]죽어서도 은혜를 갚는다(107)

작성자박호영(서부5기)|작성시간22.10.03|조회수359 목록 댓글 8

얼마 전 퇴근시간 차량이 엄청 밀린 강북 강변도로에서 승용차 뒷 창에 『결초보은』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자세히 보니 자필로 적은 문구로 ‘결’자와 ‘은’자는 흐릿하게 중간에 ‘초보’ 진하게 쓰여 있었다. 그 아래는 더 작게 『이 은혜는 나중에 다른 초보자에게 갚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붙어 있었다. 정말 고사성어를 이용한 재치 발랄한 아이디어 문구였다. 그 문구를 보고 누가 그 차 앞에 끼어들겠는가? 옆을 지나가며 창문을 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이고 지나갔다.

 

살다보면 누군가에게 도움이나 은혜를 입은 적이 있을 수 있다. 가족, 지인, 하물며 타인에게도 도움을 받고 정말 큰 위기를 넘긴 적도 있을 수 있다. TV프로그램이나 특별한 영상을 보면, 위기 빠진 동물을 인간이 구해주고, 동물은 인간에게 고마움의 표시를 하는 등의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충북 보은군(報恩郡)은 결초보은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보은은 대추가 주 특산물이고 속리산 법주사가 유명하다. 또한 법주사 입구에는 정2품 소나무 또한 지나칠 수 없다. 보은(報恩)은 지명과 연관하여 결초보은(結草報恩)이란 브랜드는 사용하고 있다. 보은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고유 명사형 네이밍으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죽어서라도 은혜를 갚는다)’는 의미로 보은군을 홍보하고 각인시키고 있다.

 

結(맺을 결) 草(풀 초) 報(갚을 보) 恩(은혜 은)은 한자 그대로 직역하면 ‘풀을 묶어서 은혜를 갚다’는 뜻이다. 보통 일반적으로 ‘죽은 뒤에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는다’는 뜻 정도는 대부분 알고 있는데, 풀을 묶는 의미까지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비슷한 말로는 백골난망(白骨難忘)이란 고사성어도 있다.

 

결초보은(結草報恩) 고사성어의 유래는 『춘추좌전(春秋左傳)』에 나오는데 이야기다.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에 '위무자(魏武子)'라는 장군이 있었는데, 그에게 아끼는 예쁜 첩(조희)이 있었으나 그 사이에 자식은 없었다. '위무자'가 큰 병이 들어 눕자 본 처의 아들인 '위과(魏顆)'에게 "첩이 아직 젊으니 내가 죽거든 다른 곳에 시집 보내도록 하라" 고 말했다.

그런데 병이 더 깊어지자 "나를 묻을 때 첩도 함께 묻어라" 고 말을 바꾸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위과'는 난감했다. 처음에는 시집보내라고 했다가 다시 자신과 함께 묻으라고, 즉 순장(殉葬) 하라는 유언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한동안 고민하던 그는 결국 첩을 다른 곳으로 시집을 보냈다. 주변에서 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병이 깊어지면 생각이 흐려지기 마련이오. 나는 정신이 맑을 때 아버지가 처음 남긴 유언을 따르는게 옳다고 생각하오"

그 뒤, 진나라가 다른 나라에게 침략 당하자 ‘위과’는 군대를 거느리고 전쟁터로 나갔다. '위과'의 군대는 적군의 공격에 몰려 위태로운 처지에 빠져 있었다. 힘겹게 양측이 싸움을 벌이다가 벌판에 대치중에 있었는데 안개낀 새벽녘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한 노인이 나타나 무성하게 자란 풀들을 잡아매어 온 들판에 매듭을 만들어 놓고 사라졌다.

동이 트자 적군들은 말을 타고 공격해 오다 거기에 걸려 넘어져 이리저리 나뒹굴었다. 그 틈을 타, 공격하여 ‘위과’는 손쉽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고 적의 용맹한 장수 '두회'도 사로잡았다. '위과'는 그 노인이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알 수 없었다. 그날 밤 ‘위과’의 꿈속에 그 노인이 나타났다. "나는 그대가 시집보내 준 여자(조희)의 친정 아버지요. 그대가 그대 아버지의 첫 번째 유언대로 내 딸을 살려 주어 그 은혜에 보답 했다오" 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에서 결초보은(結草報恩)이 유래했는데,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라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위과'는 자신이 은혜를 베풀었기 때문에 훗날, 그 대가를 받았으며, 반대로 노인은 죽어서까지 그 은혜를 잊지 않고 갚았다. 우리에게 이 고사성어(故事成語)는 은혜를 베푼 사람이나 받은 사람 모두에게 본 보기가 될 만하다.

 

죽어서도 딸에 대한 은혜를 혼백으로 전장(戰場)에서 풀을 묶어 그 보답을 했다는 말은 사실 믿기 힘든 말이다. 그러나 자신의 올바른 행동이 언제가 자신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맥락은 삶의 행동을 조심하게 하는 큰 교훈이다. 선악(善惡)은 반드시 뿌린대로 거둔다. 선(善)을 행하고 뿌리면 행운이 뒤따라 오지만, 은혜(恩惠)를 잊거나 보답을 악(惡)으로 행하면 큰 불행이 온다. 매사에 은혜와 보답을 생각하며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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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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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0.10 수크렁, 길갱이 오랫만에 들어보는 말이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 작성자허성희(서부5기) | 작성시간 22.10.04 햐~~ 초보운전자의 센스! 운전하다 만나면 양보해줄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ㅎㅎ
    그런 거 하나 안 놓치고 또 이렇게 월요편지에 써주시는 센스! 👍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0.10 센스있는 운전자인거 같습니다.ㅎ
    감사합니다..
  • 작성자남창욱(빛날남자 서부9기) | 작성시간 22.10.13 카톡에 좋은말 의미의 문자들이 스미싱처럼 날라올때가 많다
    그래서 좋은말이구나 느끼고 자세히 안읽고 넘어간다
    그런데 요즘은 박호영설파님께서 보내주는 글귀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싶어진다
    이야기 유래부터 읽어나가는 동안 궁금해 지니 끝까지 읽고싶어지기 때문입니다
    결초보은에 대해 오늘도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다음 글귀가 궁금해집니다
  • 답댓글 작성자박호영(서부5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2.10.17 ㅎ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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