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유(합동신학대학원 선교학 교수)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30년 기간을 한국 선교의 제1기, 즉 한국 선교의 태동과 파송의 시기였다고 부른다면, 2000년 이후 시대를 한국 선교의 제2기, 즉 한국 선교의 성숙기 내지 정비 기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 교회는 수많은 선교사들을 세계 각지에 파송해왔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해외에 파송된 한국 선교사의 숫자는 대략 13,000명 정도이고, 그들이 사역하고 있는 지역도 170여 개국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30년 동안의 한국 선교사역을 평가해 볼 때 부족한 면과 고쳐야 될 부분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선교를 위하여 한국 교회를 사용해 오신 하나님의 은혜가 실로 감사할 따름이다.
이 글은 지난 30년 동안 한국의 선교사역이 지니고 있던 몇몇 문제들 가운데 하나인 선교사들의 중도탈락 문제를 짚어보고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 위하여 쓰여 졌다. 선교사 중도탈락 문제는 비단 한국선교만 지니고 있는 과제가 아니라 선교사를 파송한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안고 있는 문제이기도하다. 한국에서 이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기 오래전부터 이미 세계복음주의 협의회(WEF)의 선교 분과를 중심으로 선교사 중도탈락 방지를 위한 연구가 시행되어왔다. 이러한 사실이 선교사 중도탈락의 문제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의 모든 파송국가의 문제임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960년대 까지만 해도 선교사가 중도에 탈락한다는 것은 거의 상상하기 힘든 현상이었다. 선교사가 중도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순교’ 아니면 나이로 인한 ‘은퇴’ 뿐 이었다. 하지만 요즈음은 이 두 가지 외에도 많은 이유와 원인들로 인하여 선교사들이 현지를 떠나고 있다. 한국 선교연구원(KRIM)의 연구결과를 보면 한국 선교사들이 선교지를 떠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동료 선교사들과의 갈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선배 선교사와 신임 선교사 또는 동일한 사역지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 사이의 갈등이 선교사들을 지치게 만들고 나아가 사역을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오게 만든다는 것이다. 짐작컨대 선교사들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 지도력 문제, 사역 철학과 방향, 사역의 열매 차이로 인한 갈등, 자녀 교육 방법으로 인한 갈등 등이 그 원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교사들 사이의 분명한 역할 분담(job description), 의사소통 기술(communication skills), 대인 관계(interpersonal relationship) 훈련 등이 선교지 출발 전에 충분히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특별히 선교지의 지도력 스타일(leadership style)이 권위적이고, 일방적이고, 일 중심적인(task-oriented) 성향을 탈피해 함께 의논하고, 쌍방 통행적이며(bilateral), 사람 중심적(person-oriented)일 필요가 있다.
중도탈락의 또 다른 원인은 “자녀교육 문제”이다. 가정문제 가운데서도 자녀교육 문제는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자신 있게 드러내지 못한 숨겨진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 선교사들의 경우도 자녀교육 문제가 중도탈락 원인들 가운데 하나인 것을 참고해 볼 때 한국선교사들이 자녀교육 때문에 선교지를 일찍 떠난다는 사실이 한국 선교사만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선교지 교육환경이 열악할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선교지 학교가 수준 높은 교육을 제공하거나, 국제학교가 있는 지역의 선교사들은 상대적으로 자녀 교육에 대한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다. 자녀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온 한국의 전통적 가치를 포기하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선교사 자녀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리라 본다. 물론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과 파송교회의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겠지만 한국 선교사들의 중도탈락을 막기 위해서 반드시 고려되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선교사 자녀교육 문제(problem)로 인한 선교사 손실과 바람직한 선교사 자녀교육 제공으로 인한 선교사 탈락 방지 중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인지를 선택해야한다. 지금까지 선교사 자녀교육에 대해 한국교회가 지녀왔던 보수적인 사고를 과감히 떨쳐버리고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선교사 자녀 교육제도를 개발하고 지원해야할 것이다. 자녀교육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기보다 바람직한 자녀교육을 제공함으로서 선교사들이 마음 편히 사역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한국 선교사들이 중도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원인은 “파송교회나 단체의 후원 부족”이다. 한국 교회가 반성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교회나 선교단체들은 내심 선교사들이 현지에서 소모되고 심지어 순교하기를 바래왔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지나치게 자학적인 선교를 이상적인 선교라고 여겨왔다고 생각한다. 선교사는 모든 것을 희생하고 선교지에서 달아 없어져야하는 존재로만 인식되어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선교사가 선교지에서 직면해야만 하는 현실은 단순히 순교함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하고 복잡한 요소들로 이루어져있다. 선교지에서 순교하는 일은 오히려 쉬운 일이다. 열악한 선교지에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수많은 고난을 극복하고, 기나긴 인내를 통하여 역경을 이겨내야만 한다. 이러한 사역과정 가운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본국의 후원인 것이다. 작은 격려와 위로가 선교지에서의 곤고함을 극복하고 역경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순교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사역을 끝가지 감당할 수 있도록 뒤에서 격려하고 위로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네 번째로, “부적절한 소명”이 한국 선교사들의 중도탈락 원인중의 하나이다. 과거 서구선교사들이 가지고 있던 선교적 낭만주의의 위험을 지적했던 어느 선교학자의 지적이 요즈음의 한국 선교사들과 선교지망생들에게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많은 선교지도자들이 우려하고 예견했던 현상이 선교 현장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본인의 연구를 통해 보더라도 선교사들의 부적절한 소명은 선교사들이 사역지에서 매일 직면하는 사역의 역경과 고난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제공하지를 못한다. 사역의 부담과 함께 날마다 다가오는 수많은 역경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분명한 사명과 부르심에 대한 확신이다. 사역을 포기하고 싶고,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마지막 버팀목이 바로 소명감이다. 선교사들을 선교지로 파송하기 전에 “분명한 소명”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제도가 필수적으로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선교사로서의 소명에 대한 분명한 검증과 확증을 얻을 수 있는 심리검사, 인성검사, 심도 있는 면담,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추천, 공동체를 통한 검증 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다섯 번째로, 중도탈락의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문화적 부적응(poor cultural adaptation)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적지 않은 한국 선교사들이 선교 현장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현지인들을 이해하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타국 출신 선교사들과 달리 한국 선교사들이 한국 특유의 단일 문화적(mono-cultural) 배경 속에서 자라왔고, 그 고유한 문화에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문화적(multi-cultural) 배경 속에서 자란 타국 출신 선교사들이 보편적으로 타 문화에 열려있는 것과 달리 한국 선교사들은 상대적으로 타문화에 대해 닫혀있거나 폐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선교사들의 이러한 문화적 폐쇄성은 선교지에서 복음을 전하거나 현지인들을 가르칠 때 상당한 장애로 작용한다. 문화적 몰이해와 부적응 현상은 곧 바로 사역의 열매와 직결된다. 적은 열매로 인한 좌절과 낙담은 마침내 선교사들을 중도에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러한 문화 부적응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다양한 타문화 적응훈련(cross-cultural training) 프로그램이 한국선교사들의 훈련 과정 속에 반드시 포함되어야한다. 파송단체들은 한국 선교사들로 하여금 국내든 국외든 이러한 타문화 훈련이 가능한 기관이나 단체를 통해 타문화 훈련과정을 반드시 이수토록 해야 한다.
짧은 지면을 통하여 한국 선교사들의 중도탈락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그 외에도 다양한 원인들과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지면관계상 몇 가지 중요한 요인들만 언급하였다. 이상에서 언급된 중도탈락의 원인들은 대부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원인들(preventive causes)이 대부분이고, 선교단체나 교회들로부터 좀 더 적극적인 목회적 돌봄(pastoral care)이 제공된다면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선교사들의 중도탈락으로 인한 선교적 손실을 최소화하기위한 연구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한국선교 단체들과 후원교회들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선교사 중도탈락으로 인한 인적, 물적 손실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할 것이다. 끝으로 한국교회는 교회 안에 스며들어온 선교에 대한 비관주의나 냉소주의를 극복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