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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영성에 불을 지피는 한국찬송가 이천진 목사 (영란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 교목)
1. 한국 감리교회는 한국적 교회로 시작했습니다.
침례교의 선교사, 말콤 펜위크는 “기독교 없이도 한국은 서양 문명보다 많이, 훨씬 많이 인류전체를 위한 평화와 행복에 공을 끼쳐왔다.... 내 생각으로는 동양이 서양의 문화에 윤색되는 것은 덜 바람직한 일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정치적 팽창과 식민지 팽창과 맞물려 선교를 하였던 외국의 선교사도 한국 기독교는 한국의 문화 위에서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기독교 대한 감리회 제1차 총회에서는 세 가지 선언을 했습니다. “이 새 교회는 첫째, 남녀와 귀천의 차별이 없는 ‘진정한 기독교회’가 되어야 한다. 둘째, ‘진정한 감리교회’가 되어야 한다. 감리교회는 진보적이므로 편협한 교파주의를 넘어서 광범한 동정을 갖고 시대와 지방을 따라 자라기도 하며, 변하기도 해야 한다. 셋째, ‘한국적 교회’가 되어야 한다. 한국문화와 풍속과 습관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존경하는 우리의 선배들은 한국 감리교회를 시작하면서 한국 감리교회는 한국의 문화와 조화를 이루는 교회임을 천명하였습니다.
2. 한국 교회 찬송가에 한국 찬송가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자랑스러운 감리교회의 전통을 계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교회에서 예배시간에 부르고 있는 찬송가인 ‘통일 찬송가’(한국찬송가공회, 1983)에는 하느님이 우리 한국 민족에게 선물로 주신, ‘우리의 가락’으로 되어 있는 찬송가는 한 곡도 없습니다. 1908년 감리교회와 장로교회가 연합으로 발행한 ‘찬송가’(조선 예수교서회 발행)에는 한국 고유의 가락 찬송가가 5곡(10장, 11장, 12장, 13장, 40장)이 있었습니다. 권태의는 1935년 2월 27일자 ‘기독신보’에 실린 “찬송가 개편문제에 대하여” 라는 글에서 이 5곡이 비록 단순한 곡이지만, 한국인들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곡이라고 격찬하였습니다. 그러나 1931년 감리교, 장로교 연합 공의회에서 발행한 ‘신정 찬송가’에서 위의 우리가락 찬송가 5곡이 모두 한국인들에 의해 탈락된 후, 우리의 찬송가에서는 우리가락 찬송가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선교사 게일(J. S. Gale)이 한국적인 가락이 담긴 찬송가를 만들려고 <조선음악연구회>라는 단체를 만들고, 길선주 목사가 한국 찬송가의 가락을 찾기 위해 국악을 배웠다는 사실은 우리를 매우 부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 ‘통일 찬송가’에는 한국인이 작곡한 찬송가가 17곡이 있지만, 3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양 음악의 가락으로 이루어진 곡들입니다. 우리 음악 중에 민요를 보면, 각 지방마다 가락의 진행에 있어서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이것을 ‘토리’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우리의 멋과 맛을 나타냅니다. 이보형은 우리의 음악을 경토리, 메나리토리, 수심가토리, 육자배기토리로 나누었고, 한만영은 토리를 선법이라는 용어로 바꾸어 경조선법, 동부민요선법, 서도민요선법, 시나위조선법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인 찬송가 17곡의 가락은 (‘황, 태, 중, 임, 남’,이라는 5음계의 가락이 있기는 하지만) 3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 음악의 선법이 아닙니다.
3. 우리는 외국 가락을 빌려서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예배시간에 (통일 찬송가) ‘미국의 복음가’ 가락을 269편이나 빌려서 부르고 있습니다. 예배시간에 ‘복음성가’를 부르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분도 있는데, 통일 찬송가의 48%가 미국 복음가의 가락입니다. 또 우리는 외국의 세속음악의 가락을 빌려서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1) 외국 국가의 가락을 빌려서 부르는 곡이 5곡입니다.(77장-러시아 국가, 79장-영국 국가, 127장-독일 국가, 245장-독일 국가, 521장-하우슈카의 국가) 영국 찬송가에는 우리가 빌려서 부르고 있는 영국 국가의 가락이 없습니다. 독일 찬송가에도 우리가 빌려서 부르고 있는 독일 국가의 가락이 없습니다. 2) 외국의 대중가요 가락을 빌려서 부르는 곡이 10곡입니다.(117장-영국 가요, 1장-프랑스 가요, 145장-독일 가요, 88장.264장.314장.390장.407장.482장.545장-미국 가요) 박영미는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라는 우리 대중가요의 가락을 ‘앉으나 서나 주님 생각’이라는 가사로 바꾸어 찬송가로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3) 외국 오페라의 가락을 빌려서 부르고 있는 곡이 7곡입니다.(58장-오페라 ‘알렉서지스’ 서곡, 61장-가극 ‘마을의 점쟁이’, 94장-가극 ‘마을의 점쟁이’, 124장-오페라 ‘시로’의 아리아, 371장-오페라 ‘루치아’, 431장-오페라 ‘마탄의 사수’, 520장-중세가극 ‘나귀의 잔치’) 371장은 민족 운동을 하였던 우리 감리교회의 장로인 남궁 억 선생님이 작사한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이라는 찬송인데, 외국 오페라의 가락에 실어 부르고 있습니다. 4) 외국의 교향곡에서 가락을 빌려 부르고 있는 곡이 3곡입니다.(13장-베토벤의 심포니 9번, 17장-하이든의 교향곡 D장조의 느린 악장, 287장-베토벤의 심포니 9번) 5) 외국 민요에서 가락을 빌려서 부르는 곡이 21곡입니다.(21장, 173장, 467장-영국 민요, 80장, 338장-스코틀랜드 민요, 533장-아일랜드 민요, 14장, 33장, 48장, 57장, 225장, 430장, 517장-독일 민요, 125장, 160장-프랑스 민요, 32장, 39장-네덜란드 민요, 40장-스웨덴 민요, 454장-핀란드 민요, 113장, 405장-미국 민요) 그러나 우리 민요 가락에 실어 부르는 찬송은 한 곡도 없습니다. 오히려 미국 연합 장로교회에서 우리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의 가락을 찬송가로 부르고 있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6) 미국의 소방대원 행진곡 가락도 빌려서 부르고 있습니다.(388장-소방대원 행진곡으로 작곡한 가락을 남북전쟁 때, 북군(Yankee)이 “남군 대통령, 제퍼슨 데이비스를 신 사과나무에 목을 달고” 라는 가사로 노래하였습니다.) 7) 외국의 피아노곡 가락을 빌려서 부르고 있는 곡이 3곡입니다.(126장-멘델스존의 작품 68 ‘축제의 노래’, 176장-고트솨크의 독주곡 ‘마지막 희망’, 267장-슈만의 야상곡) 8) 보스턴 공립학교 노래책의 가락을 빌려서 부르고 있는 곡도 있습니다.(370장) 본래 제목이 'Work Song'으로서 현재 우리 찬송가에 있는 가사에도 신앙적인 용어가 전혀 없습니다. 9) 타 종교 찬송의 가락을 빌려서 부르고 있는 곡이 9곡입니다.(1장-유대교 찬송, 67장, 68장, 70장, 81장, 104장, 147장, 479장, 548장-가톨릭 찬송) 10) 일본 찬송가의 가락을 빌려서 부르고 있는 곡도 있습니다.(278장, 416장)
4. 우리의 가락은 하느님이 선물로 주신 영성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외국의 복음가와 세속 음악의 가락들을 빌려서 하느님을 찬양하고, 우리의 가락으로 하느님을 찬양하는 찬송가가 한 곡도 없다는 것은 ‘종교 사대주의’, ‘문화 사대주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주를 창조하실 때에, 한국도 지으셨습니다. 한국인도 지으셨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적인 것’은 하느님이 한국인에게 주신 특별한 선물입니다. 하느님은 한국인을 자식으로 지어 놓으시고 내버리지 않았습니다. 돌보고, 아끼고, 교통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선교사들이 한국에 기독교의 제도를 전해 주기 전에도 하느님과 한국인이 교통했던 ‘영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유동식 교수는 이 한국인의 영성을 ‘풍류’라고 하였습니다. 한국의 가락은 하느님이 주신 영성 중의 하나였고, 그 가락을 통해 하느님은 한국인들과 교통했던 것입니다. 유동식 교수는 「한국종교와 기독교」에서 “한국에 기독교가 들어오기 이전에 그리스도는 한국문화와 종교를 통해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구원의 일을 하고 있었다.” 라고 주장하였습니다. 함석헌도 「뜻으로 본 한국역사」에서 “사실 우리나라 사람이, 조상숭배를 우상숭배라 해서 종래의 도덕을 뿌리째 흔드는, 그리스도교를 쉬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은 몇 천 년 동안 내려오며 민중의 가슴 속에 뿌리박아 온 ‘하느님’ 신앙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고 주장하였습니다.
5. 우리 가락은 한국인의 영성에 불을 지피는 가락입니다.
이성천 교수는 한국전통음악의 정신을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고 하였습니다. 한국음악에는 하느님과 인간이 다른 현실의 존재이지만, 하나가 된다는 정신이 있습니다. 하느님과 인간이 합일을 이룰 때에 우리의 삶 속에는 ‘신명’이 일어납니다. 김광식은 이것을 ‘불이(不二)의 영성이라고 하였습니다. ’찬송은 영적인 기운을 살리는 노래입니다. 히브리인들은 바벨론 포로지에서 자기들의 삶의 이야기를 자기들의 가락에 실어 찬송을 부르면서 믿음을 키웠습니다. 그것이 시편입니다. 한국인들의 영적인 기운을 살리기 위해서는 한국인들의 삶과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는 한국인들의 신앙고백을 한국의 가락에 담아 부를 때에 가능합니다. 우리는 이제 ‘서구 문화’라는 낡은 문명을 벗어 던지고, 하느님이 주신 이 땅에서 한국적 가치들을 소중히 여기며, 숨겨진 ‘한국인의 영성’에 불을 지피는 우리의 가락을 불러야 할 것입니다. 남의 가락을 빌려다 찬송을 부르는 식민지적 예배를 벗어나 하느님이 주신 우리의 가락으로 주체적으로 하느님을 찬양할 때, 죽어 가는 한국인의 영성이 다시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
<도표 1> 통일 찬송가에 있는 ‘콘트라팍투어 (Kontrafaktur)
1) 외국 국가 (5곡)
2) 세속 가요 (10곡)
3) 오페라 (7곡)
4) 교향곡 (3곡)
5) 소방대원 행진곡 (1곡)
6) 피아노곡 (3곡)
7) 외국민요 (21곡)
8) 학교 노래책의 곡 (1곡)
<도표 2> 통일 찬송가에 있는 타 종교 찬송 (9곡)
<도표 3> 통일 찬송가에 있는 일본인 찬송 (5곡)
<도표 4> 통일 찬송가에 있는 한국인 찬송 (18곡) 한국인 찬송과 한국 찬송을 구별합니다. 한국 찬송은 한 곡도 없습니다. 미국연합장로교회 찬송가 346장은 ‘아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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