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보네 에세이 65
하늘의 제왕, 송골매 이야기
— 방랑과 충절, 속도와 사랑 —
바람이 아직
방향을 정하지 못한 이른 아침,
하늘 어딘가에서 한 점이 움직인다.
처음엔 그저 먼지처럼 작다.
그러나 눈을 떼지 않고 있으면 안다.
저것은 먼지가 아니다.
저것은 속도다.
저것은 의지다. 저것은 생명이다.
송골매다.
그는 시속 삼백 킬로미터를 넘나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날개를 가졌다.
급강하할 때 그의 몸은
유선형 화살이 되어
중력과 속도를 하나로 합친다.
바람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만들며,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지배한다.
그 눈빛은 인간의 시력보다
여덟 배나 선명하다 하니,
그가 한 번 눈을 고정하면
세상에 숨을 곳이란 없다.
칼날처럼 날카롭되
광기 없이 고요한 저 눈빛 —
그것이 바로 제왕의 눈이다.
그는 어느 한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대륙을 건너고 대양의 바람을 타며,
시베리아의 설원에서
아프리카의 열풍 속까지
거침없이 떠돈다.
지도 위에 국경선을 그은 자들이
그를 막을 수는 없다.
그에게 하늘은 나라가 아니라 본성이고,
바람은 길이 아니라 몸의 일부다.
자유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나는 철학책을 펼치기 전에
먼저 하늘을 올려다볼 것이다.
그런데 이 위대한 방랑자에게
한 가지 비밀이 있다.
그 드넓은 하늘을
홀로 정복하는 듯 보이는 그가,
사실은 평생 단 한 짝만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 사랑은 하늘에서 시작된다.
수컷은 짝을 얻기 위해
먼저 하늘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고도 수백 미터에서
수직으로 강하했다가
다시 솟구치는 'U자 비행'을 반복하며,
자신의 속도와 담력을
암컷 앞에 바친다.
그 비행은 구애이면서 동시에 서약이다
나는 이만큼 빠르고,
이만큼 두렵지 않으며,
당신을 위해 이 모든 것을 쓰겠다는.
그리고
사랑을 확인하는 방식도 남다르다.
수컷은 사냥한 먹이를 발톱에 쥐고
암컷을 향해 날아오른다.
그 순간 암컷은 몸을 뒤집어
하늘 한복판에서 그것을 받아챈다.
발톱과 발톱이 닿는 그 찰나 —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두 존재가
가장 조심스럽게 손을 잡는 순간이다.
속도가 온기가 되는 자리,
그것이 그들의 사랑법이다.
짝을 맺은 송골매는 죽을 때까지
그 사랑을 바꾸지 않는다.
온 대륙을 떠돌고
계절을 몇 번이나 뒤집은 뒤에도,
봄이 돌아오면 반드시
같은 절벽, 같은 바위,
같은 그 자리로 돌아온다.
거기 기다리는 한 몸이 있고,
거기 돌아오는 한 몸이 있다.
그것이 그들의 귀향이고,
그것이 그들의 사랑이다.
알을 품는 일도 혼자가 아니다.
수컷과 암컷이 교대로 알을 품고,
새끼가 태어나면 수컷이 사냥을, 암컷이
새끼 곁을 지키는 분업을 이어간다.
가장 빠른 날개를 가진 새가
알 위에 고요히 앉아
체온을 나누는 그 모습 —
속도를 버리고 온기를 택한 자리에서,
사랑은 완성된다.
부부 송골매 중
몸집이 더 큰 쪽은 암컷이다.
수컷보다 삼분의일 가량 크다.
그러나 수컷은 더 날렵하여 작은 먹이를,
암컷은 더 크고 강하여
큰 먹이를 맡는다.
이 부부는 서로의 차이를
결함이 아닌 역할로 나눈다.
약한 쪽이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쪽이 서로를 채운다.
인간은 자유와 사랑을
종종 서로 다른 방향이라 느낀다.
자유로워지려면 떠나야 하고,
사랑하려면 머물러야 한다고.
그러나 송골매는
그 둘을 모순 없이 하나로 산다.
온 하늘을 누비는 자유 끝에,
언제나 돌아갈 한 사람이 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듯 살면서,
단 하나만은 평생 놓지 않는다.
그 하나가 짝이고, 그 하나가 집이고,
그 하나가 그의 세계의 전부다.
가장 빠른 것이 가장 오래 사랑하고,
가장 자유로운 것이 가장 깊이 돌아온다.
이것이 하늘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진실이다.
오늘날 송골매는
절벽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도심의 고층 빌딩 옥상, 마천루,
교각에도 둥지를 트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콘크리트 절벽에서도
그들의 사랑법은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한때 농약과 서식지 파괴로
한반도에서 거의 사라졌던 그가,
천연기념물 제323-7호로 보호받으며
이제 다시 이 하늘로 돌아오고 있다.
우리가 그 절벽을 지켜주어야 할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하늘의 제왕, 송골매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바람을 가르며
그 사랑하는 절벽을 향해 시속
삼백의 속도로 비행하고 있을 것이다.
방랑과 충절, 속도와 사랑 —
송골매는 그 모든 것을
하나의 날갯짓으로 품는다.
2026년 6.18
시보네
작가 노트
카메라 장비가 맹금류의 역동적이고
빠른 순간을 촬영하기에 성능이
따라가지를 못해 송골매 사진은
촬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상상하는 장면을
인공지능 몇 가지 프로그램으로
송골매의 위용과 기상을 묘사해
그 멋진 모습을 재현해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늘의 제왕 송골매
이야기를 써 보았습니다.
여기 사진 모두는
인공지능이 만든 사진입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小談 (구 큐티여사) 작성시간 26.06.19 푸른 하늘을 가르며 비상하는
송골매의 모습에서
자유와 생명의 힘이 느껴집니다.
한순간의 비상을 담기위해
몇날을 기다렸을 탐조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앵글에 담지못한 안타까움이
우리의 가슴에도 전해지네요
비록 인공지능의 이미지를
적용하셨어도 괜칞습니다.
자연속에서 만나는 새들은
언제나 감동입니다.
자연이 선물한 아름다움과
생명의 신비를 함께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작품 덕분에 하늘을 비상하는
일편단심 송골매의 기품을
잠시나마 느껴 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