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산 옹기마을

작성자신설주(카페지기)휘경동|작성시간26.06.09|조회수2 목록 댓글 0

봉화산 옹기마을의 전통을 잇다

중랑구 봉화산은 해발 160미터의 낮은 산이지만, 산을 둘러싸고 여러 마을이 형성되어 그만큼 이야기도 많이 쌓인 곳입니다. 정상에 는 남산을 향해 봉화를 올리던 봉수대가 복원되어 있고, 매년 음력 3 월에는 전통 마을굿인 봉화산 도당제가 열립니다. 산 아래에는 먹골 배 시조목이 자라고 작은 배밭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그 산자락 둘레 에 있는 신내동 일대에는 한때 ‘옹기마을’이라 불리던 곳이 있었습 니다. 약 200여 명의 옹기장인들이 모여 살았고, 옹기 가마도 8곳이 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행되고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장 독대 풍경과 함께 옹기마을의 모습도 점점 사라졌습니다. 그 빈자리 에 1971년 화약류 저장시설이 들어섰고, 주민들은 오랫동안 그 자리 를 ‘봉화산 화약고’라고 불렀습니다. 수십 년 동안 주민들은 화약고 이전을 요구했고, 마침내 2014년 삼성화약을 이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자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의견을 모은 끝에, 2017년 서울시 최초의 ‘옹기테마공원’이 조성되었습니다. 진짜 옹기를 굽는 가마와 교육 휴게 공간 조성 옹기는 우리 생활 깊숙이 스며 있었던 그릇입니다. 예전 어느 집 이든 마당 한켠에는 고추장과 된장, 간장이 숨 쉬는 장독대가 있었습 니다. 볕 좋은 날이면 어머니는 항아리 뚜껑을 열어 장을 바람에 쐬게 하셨습니다. 저는 비 오는 날 항아리 뚜껑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참 좋았습니다. 옹기는 화려하지 않지만 질박하고 단단합니다. 숨구 멍이 있어 저장과 발효가 가능한, 과학적이고 자랑스러운 전통문화 입니다. 옹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흙의 성질을 알고, 불의 온도를 조 절하며, 바람의 흐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옹기는 우 리나라의 사계를 견디며 장맛을 지키고 김치를 익혀 줍니다.

고려청 자나 백자처럼 귀한 예술품은 아닐지 모르지만, 생활 속에서 과학과 예술이 만난 실용의 결정체가 바로 옹기입니다. 옹기테마공원에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옹기장인 배요섭 선생님의 자문을 받아 모형 가마를 전시했습니다. 배요섭 선생님은 유약 대신 잿물이나 푸레를 사용해 불과 흙만으로 굽는 ‘푸레토기’ 기술을 보유 한 장인입니다. 그러나 전시용 가마만 있을 뿐 실제로 옹기를 굽지는 못해 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장인의 기술과 손끝의 감각으로 완성 되는 옹기는 수백도의 불길을 견디며 탄생합니다. 그 과정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전통문화를 제대로 전승하는 공간이라고 말하기 어렵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짜 옹기를 구워 보고 싶다.” 어느 날부터 주민들의 요구가 나오 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실제로 불을 지펴 옹기를 굽는 가마를 만 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번 해보자는 마음 이 모였습니다. “이왕 옹기공원이라 부른다면, 이름에 걸맞은 일을 하자.”는 결심도 함께였습니다. 2020년부터 봉화산 옹기가마체험장 조성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옹기테마공원 인근 부지를 매입 하고, 전국의 옹기마을을 찾아가 사례를 조사했습니다. 울산 외고산 옹기마을, 충주 문의문화재단지, 여주 이포리 옹기마을 등을 직접 찾아가 운영 방식과 공간 구성을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옹기 장인들의 자문을 받아 실제 가마 구조와 소성 방식을 연구했습니다.

단순한 전시용 가마가 아니라 실제로 불을 때고 옹기를 구울 수 있는 ‘활용형 전통가마’를 목표로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공공조경가 자문 과 도시공원위원회 심의 등 여러 행정 절차도 차근차근 밟았습니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던 공사가 2024년 초에 잠시 멈추게 되었 습니다. 매장유산 조사에서 토광묘 59기, 회곽묘 9기, 주거지 6기 등 총 86기의 유구와 66점의 유물이 발견된 것입니다. 수백 년의 흔적 이 드러난 만큼, 공사는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협의 끝에 국가 유산청과 서울시 관계기관과 협력해 학술적 가치를 기록·보존하는 방식으로 남기기로 결정했습니다. 2024년 12월 분묘 이장과 개장 허가 절차를 마무리했고, 2025년 3월 공사를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1월, 마침내 봉화산 옹기문화마 당이 문을 열었습니다. 새로운 옹기문화마당은 전통가마와 다 목적 체험실, 전시관, 주민쉼터를 갖춘 1층 규모의 건축물입니 다. ‘흙·불·바람·옹기’를 주제로 한 테마정원과 잔디광장, 휴게 공간, 주차장 등도 함께 조성해 ‘만들고·머물고·배우는’ 공간으 로 완성했습니다.

옹기가마의 불은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지필 예정입니다. 봉화산 옹기문화마당은 앞으로 서울에서 전통 옹기문화를 배우 고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될 전망입니다. 옹기가마 앞 마당과 카페는 주민들에게 늘 열려 있습니다. 상설 체험 프로그 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해 어린이·청 소년에게 전통 옹기문화를 알릴 계획입니다. 어린이 도슨트 양성, 옹기와 한지를 연계한 체험, 외국인을 위한 한국 전통문화 체험 등 앞으로 확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무궁무진합니다. 배꽃이 활짝 피는 봄이면, ‘봉화산 옹기축제’를 열어 주민들에게 전통과 문화를 함께 선물하고자 합니다.

 

옹기는 흙과 불, 바람이 어우러져 완성됩니다. 봉화산 옹기문 화마당의 이야기도 같습니다. 사라져가던 전통이 주민의 열정 과 장인의 손길을 만나 뜨거운 불길을 견디고, 새로운 문화공간 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어린이들은 텃밭의 흙과 옹기 흙을 만 져보며 흙마다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할 것입니다. 그 흙이 불을 만나 어떻게 변하는지, 흙으로 빚은 그릇이 왜 과학적인지 하나 씩 배워 가며 우리 전통문화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발효와 저 장, 기후와 음식, 재료와 환경까지 함께 이해하며 자라난 아이 들이 바로 이 도시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봉 화산에서 다시 타오른 옹기 가마의 불이 중랑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미래 세대의 꿈까지 따뜻하게 덥혀 주기를 바랍니다.

[출처] [책 류경기의 꿈 - 전통과 현대의 연결 서울 봉화산에서 옹기를 굽는다]|작성자 중랑의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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