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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찾은 보약 ⑥알고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는 팔방미인 ‘생강’

작성자초익공|작성시간23.06.02|조회수41 목록 댓글 0

텃밭에서 찾은 보약 ⑥

알고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는 팔방미인 ‘생강’
해독 작용, 감기 예방 등 다양한 쓰임에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한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소개합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권해진 원장은 8년째 텃밭을 가꾸고 있으며 ‘파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을 맡아 활발한 지역사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9월 아파트 현관문 앞에 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택배송장도 붙어 있지 않아서 무언가 궁금해 열어보았더니 생강이 들어 있었습니다. 

“벌써 생강을 캤어요? 10월, 11월이 되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어머니께 여쭈었습니다.

“세상에나! 밭에 도둑이 들었어. 다 크지도 않은 생강을 뿌리째 뽑아서 가지고 간 거야. 도둑이 마음이 급했는지 줄기를 확 재껴서 들고 가는 바람에 땅 속에 생강이 남아 있었어.”

“도둑 때문에 생강을 미리 캐신 거예요?”

“그런 것만은 아니고 도둑이 지나간 자리 정리도 할 겸, 뿌리만 남은 생강 가지고 생강청을 좀 담으려고 더 수확해 왔지.”

저희 텃밭에는 가끔 서리꾼이 다녀갑니다. 남의 밭 작물이 탐이나 가지고 가려니 마음이 얼마나 급했던지, 작물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수확하는 주인들과는 달리 그들은 마구잡이로 뜯어서 가지고 갑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도둑 손님이 다녀가고 나면 속상한 마음을 다시 밭을 정갈히 정리하시는 것으로 위안 삼습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남아 있는 생강들이 잘 자라도록 밭을 정리하고 도둑이 뜯어가면서 줄기에 딸려가지 못한 생강뿌리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생강꿀·생강청·생강조청에 생강초까지… ‘팔방미인’ 생강

텃밭에 생강을 심을 때 저희는 토종 종자와 외국 종자 두 가지를 심습니다. 토종 종자는 매운맛이 강하고 섬유질이 많고 단단합니다. 칼로 잘라 편을 내려면 힘이 많이 들고 보통 수고로운 게 아닙니다. 맛이 매워서 음식을 하기보다는 주로 탕약을 달일 때 사용합니다. 반면에 외국 종자는 크기가 크고 즙이 많아 칼로 썰어 편을 만들기 편합니다. 그래서 얇게 저민 후 꿀에 넣어 ‘생강꿀’을 만들어 둡니다. 생강편에 설탕을 넣어 ‘생강청’을 담기도 하고 생강즙이 많으니 즙을 내어 엿기름 삭힌 것으로 ‘생강조청’도 만듭니다. 또 세 가지는 감기기운이 있을 때 물에 타서 차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생강편을 식초에 넣어 ‘생강초’를 만들기도 합니다. 회처럼 차가운 음식을 먹을 때 식중독 예방 겸해서 생강초를 곁들이면 좋습니다. 생강은 이렇게 음식에 여러 방법으로 두루 이용됩니다. 

 

◇약방에는 감초 아닌 ‘생강’

탕약 처방전에는 ‘강삼조이’(薑三棗二)라는 말을 흔히 씁니다. 한약을 지을 때 한 첩당 ‘생강 세 조각에 대추 두 알’을 넣으라는 말입니다. ‘약방에 감초’라는 속담이 있어 모든 약에 감초가 들어갈 것 같지만 한약처방 50% 이상에 강삼조이가 더 흔히 쓰입니다. 생강은 약의 독성을 풀어 주고, 대추는 약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생강에는 해독 작용도  있습니다. 물고기나 게를 먹고 나서 생기는 구토와 설사에도 생강을 먹어 해독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약재 가운데 반하·천남성에는 독성이 있는데, 이 약재들은 생강으로 해독을 한 후 탕약에 씁니다.

해독 작용 이외에 생강은 그 성질이 따뜻해서 차가운 기운을 밖으로 발산하는 효능도 있습니다. ‘해표풍한’(解表風寒)이라고 하는데요, 한의학에서 감기는 몸에 풍한(風寒)의 사기가 들어와서 생기는 것이므로 풍한을 흩어주는 감기 초기의 명약으로도 생강을 씁니다. 생강꿀, 생강청, 생강조청은 이런 효능이 있는 민간 감기약입니다.

또한 그 따뜻한 성질 때문에 소화기를 도와 차가운 것을 먹어 위가 냉해서 생기는 구토를 멈추게 하는 효능도 있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자주 즐겨 소화가 잘 안 되시는 분에게 따뜻한 생강차를 권했더니 속이 편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강을 말린 ‘건강’은 한의학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생강보다 배가 된다고 하여 ‘온리약’(溫裏藥, 속을 따뜻하게 하는 약)으로 따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과유불급, 좋다고 많이 먹으면 탈 날 수도

해독도 하고 감기약으로도 쓰이고 속도 편안하게 해주는 생강이니 만병통치 약처럼 느껴집니다. 그럼 단점은 없을까요? 『논어』에 공자님은 ‘생강을 무르지 않고 드셨으나 많이 드시지는 않았다’(불철강식 부다식(不撤薑食 不多食))는 말이 있습니다. 공자께서 좋은 음식도 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셔서 그리 하셨을 것입니다. 생강은 따뜻한 성질에 매운 맛이 강하니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오래 먹으면 자칫 위를 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장기간 복용한다면 체질을 바로 알고 이용해야겠지요. 

 

9월에 어쩔 수 없이 담은 생강청은 서리꾼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11월에 풍년을 맞은 생강을 여러 상자 캐고 나니 조급히 도망가느라 줄기만 잔뜩 들고 간 서리꾼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나옵니다. 올해는 유난히 전국적으로 생강이 풍년이라고 합니다. 저희 텃밭도 예년보다 많이 수확했지요. 이렇게 풍년이 들면 내가 먹을 것만 농사짓는 소농인 저는 행복하지만 시장에 팔려고 농사를 지으신 분들은 가격이 폭락해 울상이 된다고 합니다. 올 겨울 준비는 생강꿀, 생강초 등을 만들어 농민의 시름을 덜어주고 내 건강을 위한 건강식품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권해진 래소한의원장,  <우리동네한의사>저자

출처 한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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