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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찾은 보약 ⑩ 수확량 많은 데도 손은 덜 가는, 감자 심을 준비해요…냉동실에 얼려둔 완두콩도 함께요

작성자초익공|작성시간23.06.07|조회수39 목록 댓글 0

텃밭에서 찾은 보약 ⑩

수확량 많은 데도 손은 덜 가는, 감자 심을 준비해요…냉동실에 얼려둔 완두콩도 함께요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한의학적 관점으로 접근한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소개합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권해진 원장은 9년째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겨울 동안 자란 시금치, 냉이 등 봄나물을 캤으니 이제 텃밭에 봄 작물 심을 시간이 왔습니다. 작물을 심기 전 무엇을 어디에서 키울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넝쿨이 올라가는 작물의 그늘이 남의 밭에 드리우지 않도록 해야 하고, 작년과 같은 작물을 같은 자리에 심으면 영양이 부족해 잘 자라지 못하니 심는 자리도 조금씩 바꿔줘야 합니다. 

 

 

◇수확하지 않고 버려둔 ‘뚱딴지’ 돼지감자 살아 남았어요

계획을 세우고 땅을 정리하다보니 작년에 심은 돼지감자가 나왔습니다. 땅이 얼기 전에 캤어야 하는데 시기를 놓쳐서 그냥 버린다는 생각으로 두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용하게도 살아남아 있습니다. 

돼지감자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국화과 귀화식물로 꽃이 국화처럼 9~10월에 노랗게 핍니다. 꽃은 예쁘지만 먹을 수 있는 뿌리는 꽃에 비해 생김새가 엉뚱합니다. 그래서 ‘뚱딴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뿌리를 이리저리 돌려보면 돼지 코같이 생겨서 돼지감자로 불립니다. 약초명으로는 ‘국우(菊芋)’라고 부르는데, 국화를 뜻하는 ‘국(菊)’이라는 글자를 통해 국화과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혈당치를 낮춰줘 당뇨병에 좋은 ‘돼지감자’

돼지감자는 이름에 감자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 이용법이 감자와 비슷할 것 같지만 전혀 다릅니다. 반찬을 만들기보다는 술을 담그거나 말려서 차로 만듭니다. 돼지감자에 들어 있는 ‘이눌린’이라는 물질이 민간요법에서 당뇨병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돼지감자가 차로도 많이 판매됩니다. 이눌린은 수용성 식이섬유의 하나로 칼로리가 낮은 다당류입니다. 그래서 혈당치를 높이지는 않습니다. 돼지감자를 생것으로 먹는 분도 있지만 저희는 차로 만들어 마십니다.  

딱딱하고 작아서 자르기가 쉽지는 않지만 우선 얇게 자릅니다. 그리고 살짝 말려서 차를 덖는 것처럼 후라이판 온도를 낮게 해서 덖어줍니다. 그렇게 말려두면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납니다. 물을 넣고 끓이거나 차로 마시면 둥굴레와 비슷한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올해는 작년에 수확을 포기하고 내버려 두었던 돼지감자를 얻고 그 자리에 감자를 심기 위해 밭두둑을 만들었습니다. 고랑과 이랑을 만들고 거름을 땅 위에 뿌려둡니다. 흙과 함께 섞어주시는 분도 있지만 그냥 땅 위에 뿌려두고 작물을 심지 않은 채 한 주나 두 주를 기다립니다. 거름이 땅에 자연히 스며들도록 말입니다. 이럴 때 봄비가 와주면 정말 좋습니다. 

기후 이상으로 꽃샘추위가 뒤늦은 4월 초에 오기도 하는데, 그때 감자를 일찍 심어서 다 얼어버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밭을 미리 만들어두긴 했지만 심는 것은 좀 늑장을 부릴까 합니다. 씨앗으로 쓸 씨감자의 씨눈이 있는 부위를 자르고 자른 단면에 소독을 위해 재를 묻혀둡니다. 그러고는 재가 감자표면에 잘 묻어 있도록 널어두지요. 

 

 

◇심기만 하면 하늘과 땅이 절로 길러줘요

매달 여러 작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글을 유심히 읽던 환자분이 ‘한의원도 바쁜데 농사를 언제 그렇게 짓는 거냐’고 물으셨습니다. 사실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은 매해 줄여나가게 되고 손이 덜 가지만 수확량이 많은 작물을 점점 더 많이 심게 됩니다. 감자가 그런 작물입니다. 심고나면 하늘과 땅이 길러주고 가끔 흙을 북돋아주기만 하면 되거든요.

 

◇겨울을 추운 곳에서 나야만 싹 틔우는 작물 ‘완두’

감자 준비를 하면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완두도 꺼내 심을 궁리를 함께합니다. 농부학교를 다닐 때 들었던 완두종자를 냉동실에서 꺼내서 심는다는 이야기가 너무 이상했습니다. ‘얼었던 씨앗에서 싹이 난다고?’하면서 말입니다. 겨울을 추운 곳에서 나야만 봄에 싹이 트는 작물이 바로 완두입니다. 봄 농사는 게으를수록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땅에 파릇파릇 잡초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부지런히 모종을 심으면 냉해를 입기 쉽습니다. 그러니 좀 늦었다 싶을 때 원하시는 작물을 모종가게에서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상추 모종은 좀 부족하다 싶을 정도만 구입하세요. 적당히만 심어도 넘쳐나는 상추를 이웃에게 많이 나누어 주게 될 테니까요. 

 

봄꽃 소식은 남쪽에서 올라오지요. 농사 소식도 그렇습니다.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식물이 많으니까요. 5년 전만 해도 이맘 때엔 경주 시댁에서 택배가 왔습니다. 안에는 겨울 동안 키운 움파, 두릅, 봄에 처음 올라온 부추, 산나물까지 한가득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부모님 돌아가신 후로는 봄을 맞이하는 속도가 너무 느려졌습니다. 이곳에서 부추를 키워 먹으려면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경주 시어머니 밭에서 부추를 뿌리째 캐서 저희 텃밭에 옮겨두기를 참 잘했습니다. 그렇게라도 시어머니를 떠올려보는 봄입니다.

 

권해진 래소한의원장,  <우리동네한의사>저자

출처 한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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