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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찾은 보약 ⑪ 나물로도 차로도 즐길 수 있는 민들레

작성자초익공|작성시간23.06.08|조회수42 목록 댓글 0

텃밭에서 찾은 보약 ⑪

나물로도 차로도 즐길 수 있는 민들레
봄 텃밭에 피어나는 꽃들의 향연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제철에 맞는 음식을 한의학적 관점으로 접근한 ‘텃밭에서 찾은 보약’을 소개합니다.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권해진 원장은 9년째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개나리, 목련, 벚꽃까지 길에 꽃들이 한가득이었다가 조금씩 지고 있습니다. 텃밭에서도 배추꽃, 냉이꽃, 민들레, 제비꽃 등 볼 수 있는 꽃이 많습니다. 물론 작물을 많이 심으려고 땅을 모두 일구었다면 흙만 있는 땅일 수도 있습니다. 흙만 있는 땅이 보기 싫어 매해 여러 꽃을 길러둡니다. 

 

 

◇다 캐지 않고 두면 볼 수 있는 봄 작물, 꽃들

작년 늦가을 배추를 기르고 김장을 하고 나서 배추 씨앗을 조금 뿌려두었습니다. 싹이 올라오면  겨울을 나도록 왕겨나 짚을 덮어둡니다. 그러면 이른 봄에 ‘봄동’이라 불리는 배추를 걷을 수 있습니다. ‘봄동’을 걷지 않고 그냥 두면 따뜻한 날씨에 꽃대가 올라와 노란 배추꽃이 핍니다. 텃밭 농사 초보일 때는 배추에도 꽃이 피는구나 했답니다. 

3월호 글의 주인공인 냉이도 다 캐지 않고 남겨둡니다. 봄나물 욕심을 내면 냉이 꽃을 볼 수 없거든요. 4월 말에서 5월 초 냉이 꽃이 하얗게 올라오고 키가 점점 커집니다. 꽃이 봄바람에 하늘하늘 흔들리면 참으로 어여쁩니다. 

 

◇버릴 것 없이 모두 약재로 쓰이는 민들레

봄나물을 소개하면서 민들레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요, 어린 민들레 잎을 나물로 많이 드시지만 저는 꽃을 보기 위해 그냥 둡니다. 흰 민들레와 노란 민들레가 제비꽃 사이사이 피었습니다. 민들레를 한의학에서는 ‘포공영’(蒲公英)이라 부릅니다. ‘지정’(地丁)이라고도 하는데 땅에 꽃대가 올라와 있는 모습이 마치 땅에 정이 박혀 있는 것 같아 그리 불린 듯합니다. 제비꽃도 ‘자화지정’이라는 한약재가 있어서 가끔 같은 식물로 오해하는 분도 있습니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평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부인의 젖에 옹종이 생긴 데 주로 쓴다.’ .‘곳곳에 있다. 잎이 고거(고들빼기)와 비슷하고, 3~4월에 국화 같은 노란 꽃이 피며, 줄기와 잎을 따면 흰 즙이 나오는데, 사람들이 다 먹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동의보감 글에서 ‘다 먹는다’는 표현은 버릴 것이 없는 약재라는 뜻이겠지요. 봄이 되어 민들레 잎이 나왔을 때 나물을 해 먹기도 하지만 잎과 뿌리까지 말려 차로 마시기도 합니다. 토종 민들레의 뿌리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캐서인지 들에서 토종 민들레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길가 여기저기 피어 있는 민들레의 대부분은 서양 민들레입니다. 크기도 크고 번식력도 좋습니다. 토종과 서양 민들레는 차이가 납니다. 꽃받침이 꽃을 감싸면서 위로 향하면 토종이고 꽃과 반대 방향으로 꽃받침이 뒤집어지면 서양 민들레입니다. 눈으로만 보아도 토종 민들레는 꽃이 작습니다. 약효가 좋은 민들레지만 도로 위 서양 민들레를 먹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텃밭 한쪽에 토종 흰 민들레만 키웠습니다. 가을에 씨가 맺히면 씨가 날아가지 않게 모아 두었다가 심기를 반복했더니 몇 해 지나 민들레 밭이 만들어졌습니다. 

 

◇겨울을 이겨낸 밭에는 양파, 부추도 올라와

저희 텃밭 봄꽃 자랑을 많이 했네요. 겨울 동안 땅이 품고 길러준 양파와 마늘, 부추 이야기도 해볼까 합니다. 가을 배추 농사가 끝난 땅에 양파와 마늘을 심어두고 짚과 왕겨를 덮어두면 봄에 싹이 올라옵니다. 3년 전 너무 추운 겨울을 지났을 때는 양파가 듬성듬성 나와서 속상했는데 올해는 한 곳도 빠짐없이 나란한 간격으로 올라왔습니다. 

부추도 씨를 미리 뿌려두냐구요? 부추는 씨가 필요 없는 밭의 터줏대감입니다. 한 번 심어둔 곳에서 자리 잡고 겨울에 다 없어진 것 같다가도 봄이 되면 그 자리에서 올라옵니다. 처음 심을 때는 씨를 뿌려 키우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밭 부추는 경주 시댁에서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한 삽 퍼온 것입니다. 시어머니는 부추가 봄에 나오면 “아시정구지는 사위도 안 준다고 하는 기다.”하시면서 아들, 며느리 먹으라고 택배로 보내주셨습니다. 경상도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고 부릅니다. ‘아시정구지’는 겨울을 견디고 나온 첫 부추를 이르는 말이지요. 긴 시간 추위를 견디고 자라난 부추이니 몸에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봄부터 텃밭은 아름다운 꽃으로 볼거리와 몸에 좋은 먹을거리를 계속 줘

 

부추는 한약재로 쓰이지는 않지만 동의보감에 ‘구채’라는 이름으로 소개가 됩니다. 채소지만 성질이 따뜻하고 오장을 편하게 하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지금부터 여름까지 부추는 끝도 없이 자랍니다. 한 번 거둬들이고 조금만 기다리면 또 금방 자라주는 채소입니다. 그러다가 여름이 끝날 무렵 하얀 꽃을 피웁니다. 봄부터 텃밭은 몸에 좋은 먹을거리와 아름다운 꽃으로 우리에게 볼거리를 계속 줍니다.

 

권해진 래소한의원장,  <우리동네한의사>저자

출처 한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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